글쓰기 기법(4)- 맥주 세 병 안주 하나
-세단은 타지 마라-
권대근
문학평론가, <문장가로 가는 길> 저자
바른 글쓰기를 할 때 필요한 것이 비단 바른 문법, 바른 어휘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사전을 찾아보면 바르지 않은 표현을 쓰는 잘못은 바로 잡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글쓰기의 시작은 우리글의 힘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말 우리글의 힘이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안다면 글쓰기는 자연히 따라오지 않을까? 불완전명사의 사용은 우리글의 힘을 죽이니 조심해야 한다. 불완전명사는 완전과 비교해서 어딘가 모자란다는 뜻이다. ‘있다’ ‘의’ ‘수’ 세 단어는 글쓰기의 3적이다. 가능하면 글을 쓸 때, 세 단어는 쓰지 말자. 안정효 씨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처음 몇 달 동안 그들이 써놓은 글에서 ‘있었다’와 ‘의’과 ‘수’라는 단어를 모조리 없애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시킨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 세 단어를 문장에서 너무 자주 사용한다.
국어는 서술어에 힘이 있다. 인간은 괴로움을 통해 비로소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인간이 어려운 시간에도 당당할 수 있다는 점은 누구에게나 한결같은 위안이다. 최근 읽은 몇 페이지의 글에서 벼락같은 힘을 얻는다. 세상의 이치를 주어와 서술어로 드러내는 글의 힘, 상징의 힘. 바로 문학의 힘이다. ‘있다’는 상태를 나타내는 말로 정태적이다. 사람들은 의외로 이런 ‘정태적’ 상태동사를 많이 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싸우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구경을 하고 있다. 그래서 글이 꽉 막혀 있다. 신경질이 난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려대고 있다. 한 청년이 디카로 이 장면을 찍고 있다.” 위 문장에서 ‘있다’를 모조리 없애보자. 그래도 진행형은 멀쩡하다. 오히려 문장이 간결해져서 힘이 생긴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싸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구경한다. 그래서 길이 꽉 막혔다. 신경질이 난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려댄다. 한 청년이 디카로 이 장면을 촬영한다.”
조사 “~의‘를 남발하지 쓰지 말라. 수필문은 물론이고, 일상적으로 자주 범하는 문법적 오류 가운데 상당 부분은 조사의 쓰임과 관련된 것이었다. 조사란 자립 형태소에 붙어서 그 말과 다른 말의 문법적 관계를 표시하는 단어를 말하는데, 주로 체언(명사․대명사․수사) 뒤에 붙어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거나 그 뜻을 더해 주는 구실을 하는 것으로 이를 잘못 쓰면 문맥을 혼란스럽게 하여 제대로 뜻을 전달할 수 없게 된다.
조사 중에서도 그 쓰임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관형격 조사 ~의이다. ~의는 체언에 붙어, 그 체언을 관형어가 되게 하는데, 소유, 주체, 대상, 양, 정도 등 대략 열 가지 이상의 뜻을 나타낸다. 또한 일본어, 영어 등 외국어 어법에 심각하게 오염된 오늘날의 언어 생활에서 조사 ~의는 그 쓰임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의를 쓰지 않아야 할 자리에 습관적으로 의를 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다음 예문은 관형격 조사 ~의를 필요 없이 쓴 문장들이다.(1) 기존의 문학 창작 활동에 대한 통제의 폭을 과감히 축소하는 제도적 수정이 뒤따라야 한다.(2) 그 답은 인문 사회 분야의 전공자들의 역할에 달려 있다. (1)에서 이미 존재하는이라는 뜻을 가진 기존이라는 한자말은 그 자체로 체언을 꾸며 주는 관형어이다. 따라서 관형격 조사 ~의를 붙일 필요가 없다. 심지어는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작가들이나 학자들도 기존의라고 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것은 엄연히 잘못된 표현이다. 예문 (2)에서는 두 어절에 연속 ~의가 쓰였는데, 앞 어절의 ~의는 필요가 없으므로 지워버려야 한다.
다음 예문에서 밑줄 친 부분은 조사가 잘못 쓰인 것들이다. 이를 바로잡아 보자. (3) 근대 이후 중산층 혹은 시민 계급이 사회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 미술은 특수 "계층 속에서의" 향유물만이 아닌 "대중 속에서의" 살아 숨쉬는 "예술로서의" 변화가 요청되었다. 예문 (3)에서 첫번째는 계층의라고 써야 문맥에 어울린다. 두 번째는 관형격 조사 ~의가 필요 없으므로 빼버리고 속에서로 고치자. 세 번째는 로서+의의 형태로 겹조사가 쓰였다. 겹조사를 허용한다 하더라도 ~서~만큼은 빠져야 한다.
조사 ~의의 위치를 잘못 써서 문맥이 어색하게 된 비문도 있다. 관형격 조사 ~의가 어디에 쓰이느냐에 따라서 수식어의 위치가 달라지고, 그러다 보면 문장 전체의 뜻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다음 예문을 보자. (4) 대상을 받은 쿠바의 작가 작품은 그저 낡고 초라한 배에다 글자를 크게 써 놓고 노를 하나 기대 놓은 것이었다. (5) 시간이 지날수록 과학 발전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예문 (4)에서 관형어의 꾸밈을 받는 말은작가가 아니라작품이다. 따라서 쿠바 작가의 작품으로 고쳐야 한다. 관형격 조사의 위치를 정확히 하기 위해서는 말의 단위를 잘 구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최종적으로 꾸밈을 받는 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가려내야 한다.
(5)에서 주체가 되는 말은과학인가, 발전인가? 당연히과학이 주체가 되는 말이다. 따라서 과학의 발전 속도로 고쳐 써야 한다. (6) 이렇게 볼 때 현재에 있어서 우리의 통일이 꼭 필요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예문 (6)은 조사뿐만 아니라 번역투의 오류도 포함하고 있는 비문이다. 현재에 있어서라는 표현은 번역투의 오류인 동시에 잉여적 표현이다. 현재라고만 써도 된다. 불필요한 말을 제거하여 간결한 문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우리의 ~에서 조사 ~의는 ~에게로 써야 옳다. 그러므로 이렇게 볼 때 현재 우리에게 통일이 꼭 필요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로 고쳐 써야 한다. 이처럼 문장에 관형격 조사 ~의를 마구 쓰면 비문이 되기 쉽다. 모든 문장에서 쓰지 않아도 될 단어는 쓰지 않아야 한다. 이것은 문장 구성의 첫번째 원칙이다.
‘~할 수’는 ‘can(be)’라는 영어식 표현에서 비롯됐다. “누전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광우병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같은 경우가 그러하다. 이런 표현은 “누전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광우병에 걸릴지도 모릅니다”라는 식으로 다양화하면, 우리말 같지 않은 어색함이 사라지고 훨씬 자연스럽게 들린다.
이 세 단어를 가능하면 글에 줄이는 것이 작가에게는 필수적인 기법이다. 글쓰기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자기 욕망이나 감수성에서부터 독서하는 방법이나 습관, 언어의식이나 문장력 같은 데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다시금 고민해야 한다. 수필의 기본은 '바른 문장을 적는 것이다. 바른 문장이란 우리글을 정서법에 따라 바르게 적는 것을 의미한다. 수필은 언어예술이다. 느낌도 생각도 메시지도 언어로 전달한다. 글에서는 글자 하나하나가 생명이기 때문에 용어 하나하나에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