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의 낙타
김혜천
한민족 말살 음모를 은밀히 감추고
자행한 일제 만행의 거미줄
조선 총독부 행정 요원 일만 오백여 명
헌병 경찰 일만 사천여 명
조선 주둔 일본 정규군 이만 삼천여 명
군홧발에 짓밟히고
태창에 살점 날리던 조선반도는
하나의 커다란 감옥이었다
토지약탈, 지하자원강탈
산업의 생사여탈권도 다 저들이 쥐었다
신문 잡지 교과서, 혼을 빼앗긴 몸뚱어리
주인의 무덤이 마구 파헤쳐져도
입에 자갈을 물고
굴종으로 걸어가는 참혹한 건기의 사막
어린 새끼 산 채로 바치고
독약을 삼킨 어미의 가슴을 해독할
물 냄새는 어디에도 없었다
우리는 독립했는가
피로 물든 검은 사막에서도
먼 곳의 믈 냄새를 맡는 풀뿌리
제 몸의 피를 꺼내 마시며
우우 돋아나던 사초들
긴 침묵 속에서 포란하던 봉오리
사방에서 팡팡팡 터지던 선홍빛 함성
100년 뒤 오늘,
우린 과연 독립했는가
치욕으로 앙다문 죽음 앞에
사무라이는 아직 무릎 꿇지 않았다
목숨을 구걸하던 자들의 목소리가
광장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 왜곡
나아갈 길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오늘
자주는 아직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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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천
건기의 낙타 외 1편/김혜천ㅡ3.1 백주년 기념 시선집 '백년의 촛불' <시와문화>
김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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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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