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는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지 않았다. 모든 슈트의 디테일은 필연과 사회적인 약속을 통해 만들어졌다. 만약 슈트의 내포된 은유와 그 이유를 모른다면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얼굴을 붉힐지도 모른다. 지금도 슈트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테일러메이드의 정수, 새빌로우
해외 출장이 잦은 사람은 알 것이다. 해외에서 드레스 코드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이다. 유서 깊은 레스토랑이나 만찬 자리에서 드레스 코드에 어긋난 슈트를 입으면 따가운 눈총은 고사하고 출입까지 못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서양에서 슈트의 스타일과 디테일 하나하나는 사회적 약속이며 신사의 에티켓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통과 규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정립해온 곳이 바로 새빌로우 거리의 테일러메이드 숍이다.
영국의 웨스트민스터에 있는 거리로 1846년 ‘헨리폴’이라는 양복점이 개업한 이후 남성 복식의 역사적인 거리가 되었다. 영국의 관복과 군복을 만들던 곳이기에 슈트의 많은 디테일이 그러한 옷들에서 유래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지금도 새빌로우 양복점에서는 영국의 관복을 제작하고 있으며 과거의 관복도 전시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 거리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슈트의 영원한 아이콘인 ‘윈저 공’이 이곳에서 옷을 제작하면서부터다. 딱딱하고 전형적이 있던 과거의 슈트에서 어깨 패드를 1장으로 줄이고 허리 라인을 부드럽게 살려 움직임을 편하게 디자인한 그의 스타일에서 새빌로우 스타일은 시작되었다.
오늘날에는 부드러운 어깨 모양과 두 개의 단추 그리고 벤트(뒤트임)가 있는 싱글 브레스티드 슈트를 ‘새빌로우 스타일’이라 칭한다. 이러한 스타일은 데이 슈트로 적합하며 클래식한 느낌이 강한 스리피스 슈트나 글렌 체크의 슈트에 잘 어울린다.
(왼쪽) 연한 베이지 컬러의 윈도 체크 패턴 재킷 580만원 브리오니, 다크 브라운 포켓치프 가격 미정 니나리치맨.
Communication Index
난이도 ★★
기능성 ★★★★★
참신함 ★★★
지성 ★★★★
사회성 ★★★

1 슈트의 아이콘인 윈저공은 새빌로우 거리에서 슈트를 지었으며 그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새빌로우 스타일이 되었다.
2 실용성에 주안점을 둔 새빌로우 스타일은 재킷의 뒤에 트임인 벤트가 존재한다. 때문에 엉덩이가 닿아도 재킷이 구겨지지 않는다.
3 새빌로우 거리에는 지금도 수많은 테일러메이드 양복점을 만날 수 있다. 전 세계의 수많은 멋쟁이들이 이용하는 곳이다.
보온을 위한 디테일, 라펠최근 코트나 재킷의 라펠을 세워서 입는 사람들을 간혹 볼 수 있다. 스타일링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로 캐주얼한 재킷을 입을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 스타일링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왜 라펠을 세워서 입나’라고 반문하겠지만 사실 라펠의 용도는 잠가서 입기 위함이었다. 앞서 슈트가 과거의 군복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하고 발전했다는 사실을 말했다.
라펠 역시 튜닉이라는, 깃이 높은 군복 상의에서 발전한 것으로 맨 위 단추를 풀어 옷깃을 양쪽으로 펼쳐 입은 모양에서 유래되었다. 추우면 목을 감추고 따뜻하면 단추를 풀어 옆으로 펼치던 옷깃이 바로 라펠인 것이다. 그러한 흔적을 볼 수 있는 것은 왼쪽 라펠 위쪽에 위치한 단추 구멍이다. 지금은 꽃을 꽂거나 코르사주의 일종인 ‘부토니에’를 꽂는 곳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곳은 목까지 옷깃을 여미기 위한 단추 구멍인 것이다.
라펠은 목에서 내려오는 조각과 가슴부터 시작하는 조각으로 나뉘는데 각진 모양에 따라 ‘노치트 라펠’과 ‘피크트 라펠’로 구분된다. 노치트 라펠은 위 조각과 아래 조각의 각도와 크기가 비슷한 것으로 싱글 브레스티드 슈트에 사용된다. 피크트 라펠은 아래 조각이 어깨 쪽으로 솟고 위 조각보다 크기도 조금 크게 제작되며 더블 브레스티드 슈트에 사용된다. 최근에는 디자인에 따라 라펠을 한 조각으로 만들기도 하고 각을 없애거나 부드럽게 제작하지만 클래식 슈트의 라펠은 둘 중에 하나여야 하며 폭은 9~10㎝가 적당하다. 그리고 입었을 때 라펠이 몸에서 들뜨지 않아야 한다.
(왼쪽) 네이비 핀 스트라이프 싱글 브레스티드 재킷 320만원 휴고보스 컬렉션, 블루 글렌 체크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 230만원 볼리올리 by 란스미어, 버건디 컬러 포켓치프 가격 미정 마에스트로.
Communication Index
난이도 ★★★★
기능성 ★
참신함 ★
지성 ★★★★★
사회성 ★★★

1 피크트 라펠은 아래쪽 라펠의 각이 어깨 쪽을 향해 있으며 라펠의 윗부분보다 사이즈도 크다.
2 군복 튜닉의 칼라 부분 단추를 풀어서 옆으로 펼친 모습에서 라펠은 유래되었다. 때문에 라펠의 윗부분에는 단추 구멍이 지금도 존재한다.
3 노치트 라펠은 라펠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이 균등한 사이즈와 각을 갖는다.
개선의 영광, 넥타이
누구나 한번쯤 ‘넥타이는 왜 매는 걸까?’라는 질문을 가져봤을 것이다. 기능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액세서리일 뿐인데 말이다. 하지만 넥타이를 매지 않고 슈트를 입어보자. 허전한 V존 때문에 인상까지 흐릿해 보인다. 바로 슈트의 중심을 잡아주는 기능을 넥타이가 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슈트를 입은 남자를 보았을 때 V존을 보고 첫인상이 결정된다고 한다. 그래서 넥타이의 컬러와 선택은 더욱 중요하며 꼭 필요한 것이다.
타이의 유래는 1668년 터키전투에 승리한 크로아티아 지방의 부대가 파리에 개선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행진하는 군인들의 목에 두른 수건을 인상 깊게 본 ‘루이 14세’가 그 수건을 자신의 옷에 바로 활용하게 되면서 타이의 유래가 되었다. 황제는 그 부대에게 ‘로열 크라발레스Royal Cravalles’라는 부대명을 하사했고 이 이름에서 ‘크라바트Cravat’라는 넥타이의 원래 명칭이 생겨났다. 물론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셔츠 안에 감싼 스카프에 가깝게 보이는 이것은 시대가 변하고 남자의 의복이 슈트로 발전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변화했다.
넥타이의 종류는 상황과 취향에 따라서 다양하나 최고의 것은 한 원단을 7번 접어 만든 ‘세븐 폴드 타이’다. 이 타이는 볼륨이 풍성하기 때문에 묶었을 때 우아한 실루엣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에는 세븐 폴드 방식 대신 울 원단 안쪽에 덧대어 풍성함을 더한다. 타이의 소재는 실크와 울, 코튼, 니트, 가죽 등 다양하지만 실크 100%의 타이가 가장 클래식하다. 될 수 있다면 여러 종류의 타이를 구비해두는 것이 좋은데 슈트의 표정을 다양하게 할 뿐만 아니라 넥타이의 수명도 길어지기 때문이다.
(오른쪽) 퍼플 컬러의 페이즐리 패턴 실크 넥타이 가격 미정 에트로, 바이올렛 컬러의 세븐 폴더 실크 넥타이 가격 미정 불가리, 실버 넥타이 핀 가격 미정 알프레드던힐.
Communication Index
난이도 ★★★
기능성 ★★★★
참신함 ★★★★★
지성 ★★★★
사회성 ★★★★★

1 요즘 대부분의 넥타이 안쪽에는 울 원단이 덧대어 있다. 넥타이의 풍성한 볼륨을 주기 위해서다.
2 세븐 폴드 타이는 뒷면을 살짝 들어보면 알 수 있다. 한 원단을 일곱 번 접은 타이로 가장 고급스러운 넥타이다.
3 초기 넥타이의 모습은 이와 같이 스카프를 두른 듯한 모습이었다. 당시 유럽 상류사회에서 ‘보 브루멜’로 불려진 브라이언 브뤼멜이 넥타이의 붐을 이끌었다.
슈트의 반전 드라마, 베스트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베스트까지 입는 스리피스 슈트는 나이 들어 보인다고 여겼다. 이러한 베스트가 트렌디한 이미지로 변신한 것은 TV에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현빈’을 보더라도 슬림한 스리피스 슈트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때문에 베스트는 ‘일부러 신경 써서 입는 아이템’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슈트의 거품을 빼기 위해 검소한 옷으로 고안된 과거의 일화는 재미난 사실이다.
17세기의 영국 귀족들의 사치는 극에 달했다. 이에 ‘찰스 2세’는 검소한 옷차림을 찾던 중 페르시아에서 들여온 베스트에 주목했다. 당시의 베스트는 길이가 길어 외투의 안쪽을 감춰주기 때문에 내의를 생략하거나 절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의도와 다르게 816개의 보석이 달린 ‘루이 14’세의 베스트가 생겨나는 등 베스트는 의복의 액세서리로 금세 탈바꿈하게 된다. 그후로 18세기에는 베스트가 지금처럼 짧아지고 제2차 세계대전에는 보온을 위해서 베스트를 입는 등 현재의 스리피스 슈트의 모습으로 정착되었다. 베스트는 보온성이 떨어지는 슈트를 보완해주는 실용성과 좀 더 격식을 차린 슈트로 보이게 해준다. 움직일수록 셔츠가 구겨지거나 팬츠에서 삐져나오는 현상도 깔끔하게 감춰주는 요긴한 아이템이다.
베스트는 종류에 따라 3~7개 정도의 단추가 달려 있고 입을 때는 마지막 단추를 잠그지 않는 것이 좋다. 이는 영국의 ‘에드워드 7세’가 공식석상에서 부주의로 잠그지 않은 것에서 시작된 재미난 일화가 따른다. 지금은 베스트를 입는 방법으로 굳혀졌다.
(오른쪽) 베이지 컬러의 클렌 체크 베스트 가격 미정 폴스튜어트2 by 폴스튜어트, 다크 브라운 윈도 체크 베스트 20만8천원 본지플로어, 로이드 스타일의 브라운 프레임 안경 35만원 로짜 by 다리인터내셔날.
Communication Index
난이도 ★★★★
기능성 ★★
참신함 ★★★★★
지성 ★★★★
사회성 ★★★

1 베스트의 가장 마지막 단추는 잠그지 않는 것이 예의다. 물론 활동하기에도 편하다.
2 대부분의 베스트 뒷부분에는 조절 스트랩이 달려 있다. 몸에 꼭 맞게 조여서 착용한다.
3 마지막 단추를 잠그지 않게 된 배경에는 에드워드 7세의 실수담이 존재한다. 스리피스 슈트를 착용한 에드워드 7세의 모습.
클래식의 아이콘,
윈저 노트와 윈저 칼라 셔츠
‘셔츠를 고를 때 무엇을 보고 어떤 점을 고려해서 구입하나?’라는 질문을 했을 때 어떤 대답을 준비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이즈나 컬러 등을 얘기할지 모른다. 하지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어떤 슈트에 입을 것인가’와 ‘어떤 칼라를 고를 것인가’이다. 슈트에 입는 셔츠는 반드시 드레스 셔츠여야 하고 상황이나 슈트에 맞게 셔츠의 칼라를 고르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양복을 지을 때 셔츠와 함께 제작하는 것이 알맞은 선택이다.
셔츠의 칼라 중에 가장 클래식하고 드레시한 것은 ‘와이드 스프레드 칼라Wide Spread Collar’다. 깃의 각이 160° 정도 벌어진 이 셔츠의 별칭은 ‘윈저 칼라 셔츠’다. 왜냐하면 이 셔츠를 고안해낸 장본인이 윈저공이기 때문이다. 슈트의 역사를 새롭게 정립한 그는 넥타이를 더욱 우아하고 세련되게 연출하기 위해 매듭이 두꺼운 윈저 매듭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 매듭은 기존의 레귤러 칼라에 매치하기에는 깃의 폭이 좁았던 것. 그래서 필요해 의해 폭이 더 넓은 와이드 스프레드 칼라 셔츠를 만든 것이다.
윈저 노트는 두 번을 더 감아 묶기 때문에 묶는 쪽의 타이를 보다 여유있게 잡아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단단하게 묶어야 넥타이의 주름, 즉 ‘딤플’이 자연스럽게 잡힌다. 이 각을 잘 잡아야 윈저 노트를 완벽하게 연출할 수 있다. 윈저 칼라 셔츠는 깃 밑에 지지대가 부착되어 칼라의 스탠드 상태가 좋은 것을 고른다. 마지막으로 윈저 칼라와 윈저 노트는 싱글 슈트에도 연출하지만 더블 브레스티드 슈트에 매치하는 것이 가장 멋스럽다. 특별한 순간이나 만찬 등의 드레시한 슈트를 입을 때 잘 어울리는 셔츠와 매듭법이다.
(왼쪽) 라이트 블루 윈저 칼라 드레스 셔츠 가격 미정 알프레드던힐, 네이비 도트 패턴 넥타이 19만원 휴고보스 블랙라벨, 화이트 윈저 칼라 핀턱 셔츠 69만원 브리오니, 오렌지 도트 패턴 넥타이 가격 미정 닥스, 골드 타이 핀 가격 미정 알프레드던힐.
Communication Index
난이도 ★★★★★
기능성 ★
참신함 ★★
지성 ★★★★★
사회성 ★★★

윈저 노트 매듭 방법
1 넥타이를 교차시킨 뒤 뒤에서 걸어서 앞으로 빼낸다.
2 앞으로 빼낸 타이를 다시 뒤로 보낸 뒤 반대쪽 고리에 걸어서 뒤로 빼낸다.
3 매듭을 붙잡으면서 뒤로 빼낸 타이를 매듭 앞으로 둘러 고리 뒤로 보낸다.
4 뒤로 보낸 타이를 앞으로 돌렸던 타이 안쪽으로 넣어 아래로 빼내어 단단히 고정한다. 이때 매듭 아래쪽으로 자연스러운 주름이 져야 한다.
스포츠 웨어에서 탄생, 버튼 다운 셔츠비즈니스 캐주얼이 등장하고 편한 슈트를 위해 타이를 생략하는 경향도 생겨났다. 이러한 유행을 타고 버튼 다운 칼라 셔츠가 비즈니스맨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버튼 다운 셔츠는 말 그대로 칼라 아래쪽에 단추가 달려 있어 칼라를 고정해주는 셔츠다. 그러기에 타이를 매지 않거나 셔츠의 단추를 하나 정도 풀어도 단정해 보이는 이 셔츠의 과거에는 깜찍한 아이디어가 숨겨 있다.
지금도 클래식을 사랑하는 남성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 중에 하나인 ‘브룩스 브라더스Brooks Brothers’사에서 버튼 다운의 아이디어를 폴로셔츠에서 떠올렸다. 과거에는 폴로 경기를 할 때도 셔츠를 단정하게 입는 것이 전통이었는데 경기 도중 셔츠가 바람에 날려 선수의 얼굴을 가리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셔츠의 칼라 끝에 핀으로 고정하곤 했다. 여기에 영감을 얻어 핀 대신 단추로 칼라를 고정한 폴로셔츠를 개발했던 것.
이 셔츠가 고안된 1920년대 이후 슈트에 꾸준히 활용되고 있는 아이템이다. 물론 클래식 슈트에는 버튼 다운 셔츠가 어울리지 않는다. 스포츠에서 탄생했기 때문에 캐주얼하게 연출하는 것이 보통이다. 소재도 옥스퍼드가 대표적으로 캐주얼한 스포츠 재킷에 잘 어울린다. 포멀한 슈트에 연출할 때는 소재를 드레스 셔츠와 같은 광택이 도는 코튼으로 고르고 타이는 폭이 두껍지 않는 것을 고르는 게 좋다. 타이를 묶는 방법도 하프 윈저나 플레인 노트 정도면 충분하다.
(왼쪽) 라이트 블루 버튼 다운 셔츠 15만6천원 워모, 화이트 버튼 다운 셔츠 가격 미정 폴스튜어트2 by 폴스튜어트, 테터솔 체크 버튼 다운 셔츠 가격 미정 니나리치맨, 골드 체크 패턴의 보타이 14만5천원 타임옴므.
Communication Index
난이도 ★
기능성 ★★★★★
참신함 ★★★★
지성 ★★
사회성 ★★★★★
(왼쪽) 레귤러 칼라 아래쪽에 버튼 홀이 있어서 단추로 고정할 수 있다. 타이를 흔들리지 않게 고정해주고 셔츠 위 단추를 풀어도 칼라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오른쪽) 지금의 폴로셔츠와는 다르게 초기에는 지금의 셔츠와 같은 것을 입고 폴로 경기를 했다. 셔츠의 깃이 날리지 않기 위해 버튼 다운 셔츠가 고안되었다.
젊음의 함성, 블레이저블레이저라는 말이 가끔은 재킷이랑 혼용되어 사용될 때가 있다. 물론 재킷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블레이저는 존재감이 남다른 재킷이다. 블레이저는 일종의 생동감의 재킷이라고 볼 수 있다. 포멀 웨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스포티한 재킷이 아닐까. 때문에 블레이저를 입는다는 것은 젊음과 쾌활함을 은유하는 것이며 지극히 정중한 자리에서는 피하는 것이 예의라 할 수 있다. 블레이저의 탄생은 정확하지 않지만 가장 대표적인 정설은 이렇다.
1877년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교 간의 보트 경기 도중 케임브리지 선수들이 보트에 오르는 순간 자신들의 유니폼인 오렌지 재킷을 벗어던졌다. 그러한 모습을 지켜보던 관객들은 ‘오! 블레이징’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햇빛에 반사되는 오렌지 유니폼을 보며 눈부신 탄성을 외친 것이다. 여기서 블레이저의 명칭과 스타일이 시작되었다.
블레이저는 싱글과 더블 브레스티드로 나뉘며 금속 단추와 엠블럼 장식이 있는 것이 기본이다. 그중에 금속 단추는 모양으로 지위와 신분을 상징했다. 단추의 중앙부분이 음각으로 파인 것은 ‘콘케이브Concave 버튼’, 양각으로 튀어나온 것은 ‘콘벡스Convex’, 평평한 것은 ‘플랫Flat’이라고 한다. 싱글에는 3개, 더블 브레스티드에는 4개의 버튼을 다는 것이 보통이다.
엠블럼은 가문의 권위를 상징한 마크다. 가문의 깃발에도 사용한 이것은 학교의 엠블럼으로 이어져 블레이저에 흔적으로 남았다. 네이비 블레이저에 베이지 플란넬 팬츠 그리고 레지멘털 넥타이를 매는 것이 가장 클래식한 스타일링이다.
(오른쪽) 당당함이 느껴지는 네이비 블레이저 190만원 란스미어, 네이비 레지멘털 넥타이 가격 미정 알프레드던힐.
Communication Index
난이도 ★★★
기능성 ★★★★★
참신함 ★★★★★
지성 ★★★★★
사회성 ★★★★

1 블레이저의 유래를 간직한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엠블럼. 엠블럼 속의 오렌지 컬러가 블레이저 컬러의 시초였다.
2 블레이저 중에 대표는 네이비 컬러의 더블 브레스티드 블레이저다. 더블 브레스티드에 어울리는 피크트 라펠을 사용하였다.
3 클래식 블레이저의 단추는 금속으로 되어 있다. 과거에는 단추모양으로 지위와 신분을 나타내었다.
우연의 예술, 팬츠의 주름선
재킷과 팬츠의 컬러를 다르게 입은 사람을 보면 흔히 ‘콤비로 입었다’라고 한다. 다른 소재의 것을 콤비네이션 했다는 뜻이겠지만 사실상 이러한 옷차림은 슈트가 아니다. 슈트의 팬츠는 재킷과 같은 소재와 컬러여야 한다. 평범할 것 같은 슈트 팬츠도 잘 보면 여러 가지 디테일이 숨어 있다. 그중에 가장 크게 눈에 띄는 팬츠의 주름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팬츠가 생겨난 과거에는 바지통의 주름이 없었다고 한다. 이 주름은 17세기 영국의 ‘에드워드 7세’가 옷장 안에 팬츠를 정리하다가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 시초다. 이를 이어받아 그의 아들 ‘조지 5세’는 팬츠 앞쪽으로 주름을 잡아 입었는데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젊은 세대의 상징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우연으로 시작된 팬츠의 주름선Crease은 바지통이 넓어도 날씬한 라인을 잡아주는 대표적인 디테일이 되었다.
그밖에도 현대의 슈트 팬츠에는 몇 가지 디테일이 숨어 있다. 그중에 하나는 ‘턴업’ 즉 바짓단이다. 팬츠의 아랫부분을 의도적으로 접어서 바르게 고정한 것인데 최근 유행하는 롤업과는 다르다. 턴업은 팬츠의 무게 중심이 아래에 실려 팬츠의 라인을 항상 바르게 정리해주며 그 폭은 4~5㎝가 가장 적당하다. 이밖에 팬츠의 허릿단 쪽의 의도적인 주름이 있다. 이것은 ‘프런트’나 ‘플리츠’ 혹은 ‘턱’이라고 불리는데 팬츠의 실루엣을 볼륨 있게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프런트는 하나 혹은 두 개가 보통이지만 현대의 슈트 팬츠에는 한 개의 프론트나 생략하는 것을 선호한다.
(오른쪽) 부드러운 캐멀 컬러 캐시미어 팬츠 가격 미정 발리, 스트라이프 패턴의 블랙 서스펜더 11만원 알버트써스턴 by 란스미어.
Communication Index
난이도 ★
기능성 ★★★★
참신함 ★
지성 ★★★
사회성 ★★

1 바지통과 허리가 만나는 부분에 주름 즉 프런트를 잡는다. 팬츠의 실루엣에 볼륨을 만들어주는 디테일이다.
2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조지 5세는 팬츠의 주름선을 유행시켰다. 그 후 모든 팬츠에 주름선은 기본 디테일이 되었다.
3 팬츠의 실루엣이 깔끔하게 정리되게 도와주는 디테일은 바로 턴업이다. 바지통의 아래쪽에 무게감을 주어 다리를 움직여도 바지통이 딱 떨어지게 만든다.
기자/에디터 : 임유승 / 사진 : 정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