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의 법과 지상의 법!
평화를 위해 싸우는 사나이들의 눈물겨운 이야기!
'86 칸 그랑프리 수상작
1986년 5월 8일 개막한 제39회 칸 영화제.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영화인들이 내놓은 19편의 놀라운 작품들 중 가장 큰 찬사를 받았던 호화 대작이 <The Mission(선교)>이다. “숨 막힐 듯 스펙터클한 영상과 혼을 빼앗는 듯한 깊은 감동”이라는 화려한 평이 붙은 이 영화는 <킬링 필드The Killing Field>가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보였던 영국 감독 롤랑 조폐Roland Joffe의 최신작. 역시 <킬링 필드>(1984)에서 뛰어난 프로듀서의 자질을 또 한 번 발휘,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던 기획자 데이비드 퍼트냄David Puttnam과 콤비를 이뤄 내놓은 영화이다.
1750에서 1756년까지 남미 대륙 각지에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근거를 배경으로 예수 교구의 철수령에 반대하는 두 명의 전도사가 인디오들과 함께 벌이는 사랑과 고뇌의 투쟁사를 그린 이 영화의 제작비는 무려 우리 돈으로 200억 원이 넘는 액수. 1985년 4월부터 남미 콜롬비아 카르타헤나Cartagena 지역의 로케이션을 필두로 산타 마르타Santa Marta 주변의 정글, 8월의 이구아수Iguaçú 폭포 장면 등 전편을 현지 올로케로 담았는데 그 장관은 전무후무할 정도이다. 특히 ‘지구가 갈라진 곳’으로 불리는 이구아수 폭포는 30여 개의 하천이 모여 100m 이상의 높이에서 세계 최대의 수량으로 떨어지는 폭포. 이곳을 예수교 전도사와 스페인군이 결사적으로 오르다가 전투하면서 떨어지는 장면은 촬영 가능 여부로 의견이 분분했던 화제의 장면이기도 하다.
출연진으로는 인디오의 적인 노예 상인이었다가 마지막에는 인디오를 위해 칼을 드는 집념의 전도사 ‘멘도자’ 역의 로버트 드 니로, 마지막까지 ‘신이란 무엇인가’ 회의하다가 ‘사랑’으로 결론을 내리는 가브리엘 교구장으로 제레미 아이언스가 나와 열연한다.
그 외 스테프들도 초호화 멤버다. 각본은 거장 데이비드 린의 명콤비 로버트 볼트, 촬영은 <킬링 필드>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던 크리스 멘지스, 음악은 엔니오 모리코네가 맡고 있다. 또 한 사람, 이 영화의 결정적인 산파역의 제작자 페르난도 기어는 무려 30년 동안이라는 긴 준비 작업과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브라질에 산재한 교회를 직접 탐사했던 열정적인 영화인으로 그의 머릿속에서 완전하게 구상한 기획안을 데이비드 퍼트냄에게 넘겼다고 한다. 이 제작자에게 모티브를 제시한 것은 고등학교 때 본 연극 ‘The Strong Are Lonely’로, 그는 이 영화의 완성을 위해 세계사를 독파한 놀라운 실력자이기도 하다. 2시간 6분 동안 곳곳에서 아카데믹한 스테프진의 탐구 정신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이 영화의 큰 무기.
칼과 사랑으로 내려진 신의 결단
18세기 예수교에서는 남미 대륙 각지에 다수의 전도사를 파견하여 대규모 스케일로 전도를 시도하였다. 파라과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3국에 걸쳐 전도사가 파견되고 모든 것을 거부하듯 우뚝 솟은 대폭포 이구아수 상류 파라나강 연안의 삼림 지역에 흩어져 사는 과라니 인디오 부족의 거주지에도 전도사의 손길이 뻗어왔다.
인디오들은 전도사들에게 모국어를 쓰고 읽는 법을 배우고 자급자족, 건축, 음악, 그림에 이르는 고등기술을 배워 나갔다. 전도사들은 이곳에 교회도 지었다. 이곳이야말로 남미 전도 교구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공동사회가 실현된 지구 중의 하나였다. 한편 남미를 정복하려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각자의 영토를 한정 짓는 마드리드 조약을 맺었다. 유럽 한구석에서 탁자 위에 그은 선이 남미의 현지에서는 얼마나 끔찍한 사태를 일으킬지 아무런 고려도 없이…. 또 이 조약에는 남미 각국에 흩어져 있는 전도사들을 모두 철수시켜 기독교의 세력을 줄이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미 유럽에서는 예수교 탄압이 시작되어 포르투갈에서 추방될 기미를 느낀 예수교 본부는 파라나강 연안에 있는 전 교구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곳의 철수는 바로 과라니 인디오는 무신론자가 배후 조종하는 포르투갈 왕의 식민지로 편입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당연히 과라니족은 불응했고 이곳에 있는 선교사들은 철수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신부들 중에는 멘도자라고 불리는, 한때는 노예 상인으로 그 악명이 널리 알려진 사람도 섞여 있었다. 그는 인디오를 팔아넘기는 노예상으로 거부巨富가 되었으나 카롯타(체리 룽이)라는 여자를 사랑하다가, 그녀가 자기의 유일한 혈육인 동생 페리페를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나 결투로 동생을 죽인 후 실의에 빠져 있던 사람이었다. 그 후 현재 함께 활동하고 있는 가브리엘 신부의 권유에 의해 수도승이 되었다. 이제 두 신부는 과라니족과 함께 싸울 것을 결심하게 된다. 불같은 성질을 지닌 멘도자는 인디오들을 위해 주저 없이 칼을 들었고, 가브리엘 신부는 철수령에 회의를 느끼고 마지막까지 ‘신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외치며 방황하다가 ‘신앙의 힘은 바로 사랑’이라는 해답을 얻은 뒤 무기 없이 싸움에 나섰다.
교황은 추기경을 보내 신부들을 설득하려 했으나 결국은 일부 신부와 함께 과라니족의 전멸이라는 끔찍한 종말이 해결책이었다. 중재하러 간 추기경은 보고서를 썼다. ‘표면적으로는 신부 몇몇과 과라니족의 멸종으로 끝났습니다만, 사실은 죽은 것은 저 자신이고 저들은 영원히 살아남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말입니다….’
감독, 롤랑 조페
1945년 영국 런던 켄싱턴Kensington 출생, 맨체스터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한 후 레스터에서 아이들 교육을 목적으로 연극 활동에 종사했다. 그 후 런던에서 프랭크 던롭과 연극단 ‘영빅’을 창설. 1973년 내셔널 시어터로 옮겨 최연소 연출가가 되어 <드모빌>을 제작했다.
런던 무대에서 약 5년간 활약한 후 영화계에 진출하기 위해 먼저 TV계로 나가 BBC에서 제작한 <The Spongers>는 밀라노의 프리 이탈리아, 뉴욕영화제의 블루 리본 등 각국에서 TV 드라마상을 받았다. 1982년에는 일부 집필한 각본으로 연출한 BBC의 3시간 드라마 <대영제국>으로 영국 길드상을 받았고 영국 아카데미상 후보에도 올랐다.
이렇게 영국에서는 실력을 인정받다가 1983년도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프로듀서 데이비드 퍼트냄의 제작 영화 <킬링 필드>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캄보디아 내란을 배경으로 아메리칸 저널리스트와 캄보디아인 조수와의 우정을 그린 이 영화는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켜 미국 아카데미에서 3개, 영국 아카데미에서 8개의 상을 따냈다. 그 후 칸 그랑프리를 받았으나 데뷔작의 성공이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을 입증한 셈이다.
제작 총지휘, 데이비드 퍼트냄
영화계에서도 의욕가로 널리 알려진 프로듀서 퍼트냄은 1941년 런던 출신으로 그곳에서 민첸든 그래머 스쿨Minchenden Grammar School을 졸업한 뒤 광고업계에서 활약했다. 영국 영화계가 침체기에 있을 때 <작은 사랑의 멜로디>(1969), <마이웨이 마이러브> (1971), 마이클 애프랜드 감독의 <스타더스트>(1972), 캔 러셀 감독의 <라마>(1973) 등 수 편의 수작을 내놔 영국 영화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 후 앨런 파커 감독의 <다운타운 이야기)(1975),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듀엘리스트>(1976), 에드리안 라인 감독의 <폭시 레이디>(1978) 등을 프로듀싱해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며 세계 제일인자로 정평을 확립했다. 1977년 다시 앨런 파커와 손잡고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를 제작해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1981년에는 휴 허드슨 감독, 콜린 웨란드 각본의 <불의 전차>를 기획 제작, 4개의 아카데미상과 3개의 영국 아카데미상을 획득해 영국 영화산업 부흥의 심벌로서 세계적으로 절찬 받게 되었다.
1984년 롤랑 조페 감독을 기용하여 <킬링 필드>를 제작, 3개의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나의 작품은 언제나 엔딩 부분에서 수수께끼가 담긴 장면을 남긴다”라는 퍼트냄은 스스로 ‘에니그마 프로’로 이름 붙인 영화 제작사를 경영하고 있으며, 금년에는 콜롬비아영화사 회장에 취임했다.
로버트 드 니로
한때는 탐욕스럽고 잔인한 노예 상인으로 사랑을 독점하기 위해 친동생까지 죽이는 멘도자에서 중반에는 실의에 빠져 회개하는 아픈 사람으로, 그 후 후반부에서는 인디오를 살해, 살신성인하는 신부로 나오는 로버트 드 니로. 역시 그답게 변신의 폭이 넓고 다채로워 또 한 번 명연기자임을 입증하고 있다. 이 영화 이후 아직도 깎지 않은 수염과 뚱뚱해진 체격 역시 그의 중후한 관록을 입증하는 듯하다.
로버트 드 니로는 1943년 뉴욕의 그리니치빌리지 출생. 양친이 모두 예술가였던 까닭에 10살 때 이미 <오즈의 마법사>에서 겁쟁이 사자 역으로 무대에 섰다. 16세 때 배우가 되기 위해 학교를 중퇴하고 스텔라 아드라의 공방에서 수업한 뒤 1968년 브라이언 드 팔머의 <그리팅>으로 본격적인 영화 인생을 시작했다.
무대와 TV의 연속드라마 시리즈 등에서의 경험을 살려 몇 편의 영화에서 작은 역을 맡은 후 1973년 <북을 천천히 두들겨라>에서 죽어가는 야구선수 역을 맡아 비평가들에게 절찬을 받았다. 그 후 같은 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민스트리트>가 발표되자 드 니로는 ‘마치 숏 건같은 충격적 박력’ 등의 평가를 받아 뉴욕 비평가협회의 남우조연상을 획득했고, 1974년에는 <대부>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택시 드라이버> <라스트 타이쿤> <1900년> <뉴욕 뉴욕> <레이징 불> <디어 헌터> <고백> <킹 오브 코미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사랑에 빠져> <브라질> 등 세계적인 명작들에 출연, 전 세계 배우들의 부러움을 받는 가운데 한계를 모르는 대배우로서 존재를 입증하고 있다. 그는 작품을 잘 선택하는 능력과 때때로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연기력을 다지는 노력으로 후배 연기자들의 귀감이 될 만한 면모를 지니고 있기도.
제레미 아이언스
멘도자와 반대 성격을 가진 가브리엘 신부로 강한 인상을 남긴 제레미 아이언스는 1948년 화이트 카우즈에서 출생. 영국 유수의 사립학교 샤본교에서 공부한 후 레스터 스웨어 영화관 앞에서 노래하고 기타를 연주하다가 브리스톨 올드빅좌의 멤버가 되어 전통적인 레퍼토리 극단에서 경험을 쌓았다.
1971년 런던에 진출, <가스펠>에서 요네 역을 맡아 웨스트 엔드에서 2년간 공연, TV에서도 활약했다. 특히 <프라이즈 헤드 재방>에서 찰스 라이더 역으로 에미상, 영국 아카데미상 등 TV 부문의 많은 상의 후보가 되었다.
영화는 1979년 <니진스키>로 데뷔, 1981년 존 파울즈의 소설을 카렐 라이즈가 영화화한 <프랑스군 중위의 여자>에서 주연을 맡은 뒤 국제적 스타로 발돋움했다. 후에 <야습> <배반>에 출연, 1983년 <스완의 사랑>에서 샤를르 스완 역으로 호연했으며 같은 해 <리얼 싱>으로 브로드웨이에 진출, 뉴욕 비평가들에게 “자유주의적 연기의 승리”라는 상찬을 받았고, 드라마 리그상과 토니상 등을 받았다. 따라서 로버트 드 니로에 전혀 뒤지지 않는 실력파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기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음악, 엔니오 모리코네
1928년 이탈리아 로마 태생으로 산타 세실리아에 있는 아카데미에서 작곡과 관현악 편곡을 공부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1964년부터 영화음악에 손을 대기 시작한 그는 100곡 이상의 영화음악을 작곡하여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마카로니웨스턴의 거장 서지오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 <속 석양의 건맨> <웨스턴> 등의 테마곡이 유명하다. 그 외의 주요 작품으로 <빨간 텐트> <Mr. Mr. 마담> <엑소시스트 2>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이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황야의 무법자>는 마카로니웨스턴 영화의 시대를 열며 대단한 반응을 일으켰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특유의 야성적이고 주름진 얼굴 표정, 그리고 먼지바람이 일 때 들려오는 ‘방랑의 휘파람’이란 주제곡엔 아직도 황야의 바람에 실려 화약 내음이 배어 나오는 듯 느껴진다. 매우 강한 영상의 인상을 심어 주었던 이 곡은 레오 니콜즈라는 이름으로 발표되었다.
얼마 후 이 레오 니콜즈는 영화음악가로 크게 부상되며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는데 아무리 수소문해도 이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레오 니콜즈는 자신의 노출을 꺼렸던 클래식 음악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가 사용한 가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람이 ‘방랑의 휘파람’의 선풍적인 인기와 더불어 엔니오 모리코네라는 실제 인물로 확인되며 갑자기 세계적인 영화음악 작곡가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된 <The Mission>의 모든 곡들도 역시 엔니오 모리코네의 작곡과 지휘로 이루어져 있다.
첫 곡 ‘On Earth As It Is In Heaven(지구상에서 천국과 같은 이곳)’은 <The Mission>의 주제 음악으로 ‘Barnet Schools’ 합창단의 합창, 그리고 남미의 민속음악을 연주하는 그룹 Incantation에 의한 토속적인 리듬, ‘오보에’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멜로디로 성가적 경건함과 함께 목가적이며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넘쳐흐르는 멋진 테마 음악이다. 이어지는 ‘Falls(폭포)’는 세계 최대의 수량으로 떨어지는 폭포의 장관을 그리는 곡으로 Incantation 그룹의 토속적인 리듬과 팬플루트에서 교향악단으로 이어지는 구성에서 웅대한 자연과의 조화가 놀라운 감동으로 승화되어 여운을 남긴다. 이어서 오보에로 연주되는 ‘Gabriel's Oboe’는 처음의 주제를 뚜렷이 부각하며 아름다운 선율로 감동을 느끼게 한다. 남아메리카 대륙의 오지에서 기도의 힘을 믿는 가브리엘 신부와 분연히 칼을 드는 힘을 지닌 멘도자 전도사가 원주민을 개화해 가며 엮어내는 감동적인 드라마는 앨범 전편을 통해 이어지는 <The Mission>의 주제 음악으로 더욱 깊은 경건함과 감동으로 우리를 인도해 준다. 자료제공: 월간 스크린
(이상은 1986년 국내 계몽사에서 발매된 LP 속 해설지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