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흥 신창리교회 이야기
남북 교류의 물꼬가 곧 트일 것으로 기대하며 북관의 땅을 탐방할 기대로 부풀었던 가슴이 터져 버렸다. 하나님의 시간이 언제인지 알지 못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코로나 통제 아래서 수난주일을 맞이하는 마음이 아프다.
오늘 수난주간 3일째 날에 주님께서 “강도의 소굴”인 예루살렘 성전이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고 무너질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성전이 “만민의 기도하는 집”이 아닌 “강도의 소굴”이 되었다면 당연히 무너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오늘 우리 교회들이다. 주님의 말씀을 오늘 교회에 적용하며 생각할 때 한국 교회 또한 “강도의 소굴”이 적지 않으므로 무너져 내릴 것이다. 진리의 눈으로 보는 사람들은 무너짐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과 진리를 잘 알고 있으며 자신들이 대표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보수와 진보 교회들은 회개하고 반성할 기미가 전혀 없다. 북한 문제로 양분화 된 교회들의 독선과 교만은 복음을 살아내고 실천궁행하는 일보다 각자 쥐뿔도 아닌 명예와 권력다툼에 눈이 멀었다.
남북 소통이 막히고 코로나로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블록이 형성되고 있는 불안한 사회에 교회가 하나님의 메시지로 희망과 위로를 줌과 동시에 한 편으로는 참회와 새 출발의 메시지를 선포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니 아프고 죄송하고 괴롭다.
1907년 헤이그밀사사건으로 고종이 왕좌에서 쫓겨났고 일제가 <정미7조약>을 통해서 법령제정권과 행정권 그리고 관리 임명권을 잃고 망국의 길로 달려가고 있을 때 함흥의 신장리교회 교우들은 신앙으로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었다. 그들은 망해가는 나라의 운명을 위해 기도하며 절망적인 상황에서 예배당을 건축하기로 하였다. 그들은 주야로 기도하며 최선을 다하여 헌금을 하였다. 이에 감동을 받은 미국인 광산업자 테일러가 건축비로 500불을 헌금해주었다. 물론 테일러의 헌금은 건축비의 일부에 불과하였으나 신장리 교인들에게 힘을 주었다.
윌리엄 스코트는 ⎾한국에 온 캐나다인들⏌ 148쪽에서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그들은 눈에 띄는 위치에 좋은 자리를 확보했고, 가까운 도시에 팔려고 내놓은 250개의 목재를 구입했다. 통나무 운송을 보호하기 위해 교회는 팀을 조직했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 8일 동안 ‘양반’, 하급 노동자, 노인, 젊은이, 선교사들 그리고 우리의 친구 테일러가 긴 줄로 거대한 통나무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끌고 당기면서 서로 힘을 모았습니다. 우리는 목재의 한 쪽 끝을 수레에 올리고, 반대편 끝을 바닥에 놓고 끌었습니다. 작업은 어려웠으나 사람들은 기쁜 마음으로 일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신창리교회는 3층 정도 높이의 서양식 구조였으나 지붕은 한국식으로 기와를 올렸으며 남성과 여성을 위한 공간을 분리하여 ‘C’ 형태로 지어진 건물로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교회는 수십 년 동안 함흥시내에 당당히 서서 함흥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영광과 크리스천의 사랑과 정의가 넘치는 하나님 나라를 보여주었다.
신창리교회에서 함경노회, 함남노회는 물론이고 총회까지 열렸으며 관서지역의 맏형으로서 역할을 잘 감당하여 한국 교회는 물론이고 캐나다 선교부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것은 신창리교회 안에서 조선사회의 사농공상과 천민의 계급 제도가 무너진 것이다. 그들은 교회 안에서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타파하여 평등한 관계로 서로 존중하며 인정하며 사랑하며 축복하며 사는 평등사회를 형성하였다.
선교사 던칸 맥레(마구례), 루터 영 등은 신창리교회 교우들과 함께 함흥 영생학교, 영생여자학교, 제혜병원 등을 세웠으며 함흥YMCA를 창설하며 교회 밖에서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였다. 마구례선교사는 3.1운동에도 적극 참여하였으며 한국인들의 독립운동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신창리교우들은 마구례 선교사의 평민의식과 한국 문화에 대한 존중과 겸허, 헌신적인 삶을 지켜보며 소금과 빛이 되는 전도자, 교사, 의사, 독립투사, 상인, 보육사. 간호사 등으로 성장하여 하나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자들이 되었다.
코로나를 통과하며 한국교회가 초대교회처럼 수평적교회로 거듭나며 신창리교회처럼 “만민의 기도하는 집”으로 새롭게 세워져서 지역사회는 물론이고 한국사회에 창조와 생명, 평화와 정의 그리고 사랑과 화해의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제시하는 도구로 쓰임 받게 되길 간구한다.
2021.3.31.수요일, 수난주간 3일째 날
우담초라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