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르 헤본(Doe maar gewoon) / 박미숙
아침 뉴스에서 ‘유니셰프가 전 세계 아동의 행복지수를 5년만에 발표했는데, 우리 나라 아이들이 40개 국가 중 기초 학력 성취도는 1위, 체력은 28위, 정신 건강은 34위, 전체적인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점 이상이라고 매긴 비율이 65%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공부만 잘 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문제다’라는 얘기를 들었다.(<<cbs 김현정 뉴스 쇼>>, 2025년 5월 15일.)
얼마 전, 케이비에스(KBS) <<추적 60분>>에서 본 <7세 고시>가 떠 올랐다. 만 5~6세 아이들이 유명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객관식 문제를 풀고 20분 만에 에세이(essay)를 쓴 뒤, 영어 인터뷰(interview)까지 통과해야 한다. 25년 차 영어 교사는 그 시험지를 살펴 보고, 고등학생 수준의 단어와 추론 문제가 나온다며, 이건 지적인 학대 수준이라고 했다. 이러니 34위가 되었을까?
물론 극소수의 얘기일 수 있으나, 우리 아이들의 정신 건강이 좋지 못하다는 사실이 새롭지는 않다. 요일별로 학원 다니거나 정규 시간이 끝나고도 늦게까지 방과 후 수업받으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흔히 보기 때문이다.
아이들 행복 지수가 높은 나라가 궁금해 찾아 보니 1위는 네덜란드였다. 마침 <<네덜란드 소확행 육아>>가 있어서 읽어 보았다. 미국과 영국 출신인 두 여성이 결혼해 남편 나라인 네덜란드로 와서 아이를 키우며 쓴 책이다.
네덜란드 아이들은 학업 스트레스 없이 자유롭게 뛰어놀며 자란다. 유치원인 ‘놀이학교’에서 알파벳이나 숫자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부터 배운다. 경쟁보다 협력을 강조한다. 달리기 시합에서 1등을 가리지 않고 친구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손을 잡고 결승선을 넘는 것이 그들 방식이다. 시험보다는 창의적 사고를 키우는 활동이 많고, 성적표에는 점수 대신 아이의 사회성, 정리 정돈 습관, 좌절감 극복, 관계 형성 능력 등 다양한 항목이 담긴다.
행복학 분야의 선구자인 빈호벤 교수는 “네덜란드 학교에서는 학업 성취보다 학습 동기에 공을 더 많이 들입니다. 연구 결과, 인간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사회적 기술이며, 이는 아이큐(IQ)보다 훨씬 중요합니다.”라고 말한다.
(리나 메이 아코스타, 미셸 허치슨, <<네덜란드 소확행 육아>>, 예담, 2018, 120쪽.)
네덜란드 부모들은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며 세 살짜리와도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 상대방에게 거친 말을 하거나 말을 자르면 안 된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가르친다. 외적인 성공보다 행복하게 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공부로 부담을 주지 않는다.
그들이 중시하는 것은 균형 잡힌 삶이다.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쳐 아이를 키워야 좋은 부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육아를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생활도 즐긴다. 평균 주당 노동 스물아홉 시간 일을 하며, 한 해에 휴가를 3, 4주가량 세 번 정도 가고, 주말에도 자주 여행을 간다. 또, 잠을 충분히 잔다. 아기들은 하루 열다섯 시간, 어른은 여덟 시간 이상을 자서 수면 시간이 세계 1위이다. 잘 자고, 잘 쉬고, 잘 놀아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생각한다.
대학 입시로 압박받지 않는다. 중학교 때부터 적성에 맞게 진로를 결정하며, 일정한 성적만 넘으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학교의 간판에 목매는 것이 아니라 위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므로 근사한 도시에서 다닐지, 한적한 시골에서 다닐지를 고민한다. 조기 교육이나 과도한 경쟁 없이도 세계적인 기업가와 스무 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고 한다.
네덜란드인의 삶을 한마디로 나타내는 말이 있다. ‘두 마르 헤본(Doe maar gewoon)’ 이 말은 ‘평소처럼 해, 그 정도면 충분해’라는 뜻이다. 완벽히 하려고 안달복달할 필요가 없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필요한 말이다.
최근 우리 교육도 변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초등학교에서는 지필고사가 사라져 시험의 부담에서 많이 벗어났다. 또,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1, 2학년의 놀이 수업도 늘어나서 즐겁게 놀 기회도 많아졌다. 이렇게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아직도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네덜란드처럼 아이들의 정신 건강과 행복을 우선하며, 점수보다는 함께 어울려 지내는 즐거움을 주는 학교가 되면 좋겠다. ‘두 마르 헤본’의 마음으로 지내려면 우리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저마다의 속도로 아이들이 행복하게 커 가도록 구체적이고도 확실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첫댓글 엄마들의 욕심이 아이를 망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하는데,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니까요. 엄마가 욕심을 내려 놓으면 온 가족이 다 평화롭게 지낼 수 있을 텐데요.
선생님!
교육 관련하여 이번처럼 좋은 글은 <호남교육신문>에 올리면 어떨까요?
그곳의 필진이 퇴직 교원 위주라서 현직 교원이 글이 필요합니다.
에고, 그러기엔 많이 부족합니다. 말씀은 무지 감사합니다.
기초 학력 성취도는 1위, 정신 건강은 34위,
글을 읽고 놀랬습니다.
네, 우리 나라 현실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