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아빠는 항암치료 총 8차 사이클(1사이클=3주=2주 주사치료+1주 휴약) 중 2차 사이클까지 소화하셨다. 다행히 암수치(카파/람다 비율)나 극심하였던 뼈통증은 어느 정도 잡히고 있는데, 워낙 항암이 힘들어서 거의 드시질 못해서 몸무게가 많이 빠지셨고(지금 체중이 53kg), 어지러움증이 심해져서 거의 누워서 주무시기만 하더니, 지난주 금요일, 그러니까 2사이클 마지막 주사를 맞았던 3월 7일 오후 6시쯤에는 너무 의식이 쳐지다못해 아빠 스스로 '죽을 것 같다'고 하셔서 택시를 타고 응급실을 모시고 갔고(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혈압이 80/40 정도로, 정말, 크게 위험한 상황이었다), 오늘까지도 병원에 입원해 계신다. 계속 숨쉬기 어려움과 어지러움에 시달리시고 있고, 거의 드시질 못하기 때문에 영양제와 수액을 주사로 맞으면서 간신히 영양보충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확진 전에는, 뼈 통증이 너무 심해서, 어떻게 해서든 이 통증만 좀 완화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었는데, 항암 2사이클만에 통증은 개선되고 있으나 기력이 바닥을 치고 있어서, '통증을 잡다가 사람을 잡을 지경!'이라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고용량으로 복용하던 마약성 진통제들의 부작용으로 소화불량이 점점 심해지고, 고용량스테로이드(덱사)를 투여하니 그 부작용으로 근육이 빠져 나가고, 그 와중에 벨케이드 주사까지 맞고 있어서 그 부작용으로 어지러움증과 저혈압 증상이 심해져서, 체중급감/근육소실/체력저하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2사이클만에 이렇게 몸이 한계에 부딪히는데, 어떻게 앞으로 8사이클까지 갈 수 있을까, 걱정과 근심이 한없는 나날이다.
회사에 나와서 일을 하고 있으면, 아빠가 호흡곤란이나 빈맥 또는 저혈압으로 중환자실로 실려 갔다는 전화를 받을 것 같은 공포에 늘상 시달리면서 일은 또 일대로 하고 있고, 퇴근하자마자 집에 가서 간단히 샤워하고 병원으로 달려가 엄마와 간병 교대를 한다. 낮에는 업무, 밤에는 간병. 내 몸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지만, 입원초기보다 아빠가 기력을 조금이나마 회복해 가실수만 있다면, 병원에서 출퇴근하는 삶이 복되고 감사할 뿐이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7년여 전부터 수술권고를 받았던 엄마는 엄마대로 아빠를 간병하느라 몸이 더 심하게 상해버려서, 제대로 서있거나 걸을 수도 없는 형편이 되어서, 이 와중에 엄마를 모시고 신경외과 외래진료를 이번달 말에 받기로 하였다. 수술이든 시술이든, 무엇이 되었든, 엄마의 몸도 최선을 다해 살펴드려야 하는 상황.
'여기까지인가'하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릴대로 시달리면서, 아빠의 통증이 잦아든 자리에 새로이 차오르는 엄마의 극심한 통증을 반쯤 눈감을 채로 바라다보면서, 아빠를 조금만 더 살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도와 함께, 엄마를 회복시켜 주시라는 하소연과 함께, 피로에 절은 몸은 몸대로 일을 하고 또 간병을 하면서 어떤 시간이 흘러간다. 다음주부터는 국제의료기기전시가 있고, 많은 해외바이어들이 회사와 전시부스를 방문할 터인데, 그 녹록치 않은 일정을 생각하면 또 눈앞이 막막하지만, '어떻게든 될 일은 된다'는 마음으로 그저 순간을 살 뿐이다.
주 예수 그리스도, 우리 모두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모든 고통과 불안, 슬픔과 서러움을 품어 주시고, 치유와 회복의 손길로 보듬어 주소서.
내 힘으로는 어찌 해 볼 수가 없는 지경에서 '나'아닌 것으로 사는 법을 천천히 깨단해 간다. 이제 '삶'은 더이상 '내'것이 아니다. 이것은 정체불명의 무엇으로서, 굳이 그 (없는) 정체를 말하자면, 사는 게 아니라 살아짐을 당하는 훈련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