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오는 우리의 속담은 모두 민중들의 일상생활 체험에서 나온 말들이다. 따라서 고상하기보다는 비속한 것이 많고 교훈보다는 풍자가 많지만, 신분이나 학업과도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천 마디 설명보다도 더 큰 효과가 있다. 즉 대개의 속담이 귀가 확 뚫릴 만큼이나 통쾌하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누구나 ‘그래 맞아!’라고 고개를 끄떡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거기에는 실감나는 비유가 번득이며 날카로운 풍자와 인생에 대한 달관 및 엄숙한 교훈 등이 담겨 있고 구구절절 진리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속담들이 모두 세상의 이치에 근거를 두고 나온 말들인지라 특히 인간의 본성·행동이나 동물의 습성에 관한 사항들만큼은 거짓되거나 과장된 내용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우선 인간의 본성·행동과 관련된 속담들을 보면 지극히 솔직하고 사실적임을 알 수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와 “제 버릇 개 못 준다.”라는 속담들은 한 번 길들여진 버릇을 고치기가 그 만큼 어렵다는 뜻을 지극히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거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라는 속담들에도 자기의 잇속이나 입맛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기 마련인 인간의 본성이 잘 나타나 있다. “때리는 서방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라는 속담은, 뒤에서 남편에게 고자질을 하여 부부싸움을 시켜놓고 앞에서는 남편을 말리는 척하는 시누이가 더 미울 것은 당연한지라, 아내의 심정을 더없이 솔직하게 표현한 말이다. 또한 ‘남이 잘되면 심술이 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쓰이는“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을 봐도, 그보다 더 솔직하게 인간의 본심을 표현한 말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짐승의 습성과 관련된 속담들도 지극히 사실적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라는 속담은 물속에 살면서도 물 위에 떠다니지 않고 주로 땅속에 숨었다가 움직일 때마다 흙탕물을 일으키는 미꾸라지의 습성을 잘 말해준다. 또한 “갈매기 떼 있는 곳에 고기 떼 있다.”라는 속담도 늘 고기 떼를 쫓는 갈매기의 습성이 잘 나타나 있다. “범도 고슴도치는 못 잡아먹는다.”라는 속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호랑이가 용맹하고 강하더라도 비록 약하지만 온몸을 가시로 무장한 고슴도치만큼은 잡아먹을 수 없을 것이니 결코 거짓이 아니다.
그런데 “오징어 까마귀 잡아먹듯 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꾀를 써서 힘을 들이지 않고 일을 해낸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속담으로서, 원래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니라 중국 고대로부터 내려오던 것을 우리가 받아들인 것이다. 문제는 그 속담이 터무니없다는데 있으며 그 유래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중국에서는 오징어를 오적어(烏賊魚)로 표기한다는데‘까마귀 도둑 물고기’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오징어의 한자어 원말은‘까마귀처럼 검은 먹물을 뿜는 물고기’라는 뜻의 오즉어(烏鯽魚)였단다. 그런데 가운데 글자인 鯽(오징어즉)과 賊(도적적)의 중국말 발음이 비슷하여 원래의 오즉어(烏鯽魚)’가 엉뚱하게 오적어(烏賊魚)로 바뀌어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래서 “오징어 까마귀 잡아먹듯 한다.”라는 엉터리 속담도 그 이름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중국 사람들이‘까마귀 도둑 물고기’의 뜻을 지닌 오적어(烏賊魚)라는 글자를 토대로 상상력을 동원하여 까마귀와 오징어에 관련된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고 그것을 근거로 속담까지 생겨난 것이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중국 내륙에서 유래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그럴듯하다. 그 이야기는“오징어가 죽은 채하고 바닷물 위에 떠 있다가 까마귀가 잡으려고 내려오면 오히려 발로 까마귀를 감고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쉽게 잡아먹는다.”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징어와 까마귀의 습성들을 감안할 때 터무니없다. 오징어는 물고기 중에서도 머리가 아주 좋고 낮에는 수심 200~300m, 밤에는 수심 20m 안팎에서 작은 물고기, 새우, 게 등을 잡아먹으며 살아가므로 수면 위로 몸을 절대 드러내지 않는다. 또한 영장류를 제외하고는 도구를 이용하여 먹이를 잡는 동물이 드문데 까마귀는 잔가지 등을 사용하여 먹이를 잡을 정도로 영리하다. 문제는 까마귀가 바다에서 먹이를 구하지 않고 숲에서 들쥐, 벌레, 다른 새의 알이나 새끼, 곡류, 열매 따위를 먹고 산다는 점이다. 즉 깊은 바다의 오징어와 내륙 산야의 까마귀가 절대 맞닥뜨릴 수 없으므로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혹시 까마귀 대신 바다에서 사는 갈매기를 넣어 “오징어 갈매기 잡아먹듯 한다.”라는 속담이라면 또 모를까.
“오징어 까마귀 잡아먹듯 한다.”라는 엉터리 속담에는 글자가 어렵고 문맹률이 높은 중국의 역린이 투영되어 있다. 또한 우리에게는 “남의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말고 잘 살펴 따져봐야 한다.”라는 교훈을 심어주기도 한다. 아울러 그와 같은 엉터리 속담은 사라져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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