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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cturn M]
혜라는 그저 묵묵히 아이스티의 얼음이 녹아내리는 것을 방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 이유인즉, 자신의 앞에 있는 여자. 갑자기 사라져버린 뒤 자신에게 다가와 차갑게 이별을 내뱉고 가버린
김한율의 누나 김나율때문에.
"...뭐라고요?"
"한율이, 죽었어."
나율의 담담한 말에 혜라는 허-하고 어이없다는 듯 웃다가 손으로 눈을 닦아낸다.
손에는 작은 물방울-슬픔이 서려있는 그 무언가. 그것을 연두색 테이블보에 문질러버린다.
나율은 제 앞에 놓인 커피를 마시며 '으-써. 여긴 커피가 고급인것 같은데 너무 쓰다.'라며 각설탕을 두어 개 넣는다.
혜라는 제 앞에 놓인 종이를 외면하고만 싶다.
갖가지 영어가 쓰인, 그것도 난생 처음보는 난해한 영어들. 그 중에서도
알아볼 수 있는 말은 몇개 되지도 않았다.
[김한율. 23세. 뇌종양]
뇌종양. 뇌종양...혜라는 할 수만 있다면 저 글자를 하얗게 지워버리고 싶었다.
제 연인을 차갑게 앗아간 그것이 뇌종양이라니.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애써 테이블 보 밑으로 감춘 혜라는 나율에게 쏘아붙였다.
"왜 말하지 않았죠?"
"..."
"왜요? 내가 알면 안되었나요?"
난 한율이 애인인데!-라며 소리치는 혜라 때문에 카페안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쏠렸다.
이내 별 구경거리가 안된다는 듯 다시 저마다의 세계로 다시 빠져든다.
팔이 부들부들 거리는 걸 숨길 수 없다. 눈을 뜨겁게 붉히고 넘쳐 오르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나율은 탁 하고 빈 커피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 놓는다. 보라색 장미무늬가 그려진 커피잔을 왼쪽 검지손가락으로 매만진다.
그러고보니 그도 그의 누이도 둘 다 왼손잡이였지. 슬픈 추억이 잠시 스쳐지나갔다.
나율이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말했으면, 어쩔껀데?"
"그야..난 한율이 애인이니까 도와줘야죠."
"그래서?"
"그래서라뇨? 무슨 짓을 해서라도 한율이 낫게 해줄 거에요!"
"무슨 짓을 해서라도?"
혜라가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 다는 듯, 나율만을 주시하며 말했다.
나율은 혜라의 말에 피식 웃었다.
지금 웃어요? 난 심각한데!-하며 소란을 피우려는 혜라를 역시 무덤덤하게 진정해-라는 말 한마디를 내뱉었다.
"넌 그게 문제야."
"예?"
올해 스물하고도 7살이 더 되는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무덤덤한 말투로 말을 이어나갔다.
"만약 내가 알려줬건 걔가 알려줬건 너는 어떻게 했을까. 당연히 니가 말한대로 무슨 짓을 해서라도 돈을 구하겠지.
우리집 형편 구려서 나나 걔나 피터지도록 공부해서 대학도 4년 장학금 타놓고 집안에 보태려고 알바도 악착같이 하는거
니가 잘 아니까..."
"..."
"너네 집도 넉넉치는 않으니 손을 벌려도 일부만 겨우, 아주 겨우 빌릴 수 있을테고..."
"..."
"알바 악착같이 하는 건 물론이고."
"..."
"어쩜 사채까지 쓸지도 모르지."
범인은 이렇게 이렇게 해서 피해자를 죽인 걸지도 몰라-하며 추리소설을 읽으며
해석해 나가는 고등학생때처럼 무덤덤하게 말했다.
제 동생의 죽음을 어떻게 저렇게 차분하면서도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자신이야 방금 알았으니 이래도, 그녀는 제 동생이 죽었을 적에도 이렇게 무덤덤했을까.
"사채 쓰는게 어때서요? 얼마를 빌리던 난 그 돈 다 갚을 수 있어요!"
"너 바보니?"
아까의 무덤덤함과는 달리 이번에는 조용하면서도 날카로운 짧은 질문에 혜라는 예?하고 되물었다.
톡톡-하고 커피잔을 건드리던 나율은 팔짱을 고쳐 끼었다.
그와는 달리 제 아버지를 닮아 짙고 까만 눈이 혜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채쓰는 놈들 다 그래. 그렇게 바보같은 생각들이야. 간단하게 100만원 빌린다 쳐.
사채하는 새끼들이 과연 그냥 갚는 돈 받을까?
이자는 뭐 이름만 이자인 줄 아는 건 아니겠지?"
"..."
"100만원 이자가 얼마인지 몰라도 그거 애들 용돈 수준은 당연히 넘어. 알바 여섯개 넘게 뛰어도 100만원에 이자 갚는거 힘들어.
하루 일당에 100만원에 플러스 알파 갚으려면 엄청 혹사당해야 할거다. 네 존심에 사창가에서 몸굴리는 짓거리는 안할꺼 아냐?"
"언니!"
"내 말 끊지마. 기분나쁘니까. 솔직히 나 너 만나기 싫었는데 네가 한율이 어딨어요
한율이 오라고 그래요 이러면서 맨날 나 갈구고
동네방네 쇼하는 짓거리 꼴보기 싫어서 오지랖떠는 거니까."
"..."
"너 대학생이야. 대학생이면 돈이 여기저기서 마구마구 떨어지는 줄 아니? 웃기지 마. 넌 그 돈 못 갚아.
점점 불어나는 이자에 네 등살만 휘다가 결국엔 부러지고 말걸. 뚝-하고."
빌리지도 않은 돈 가지고 협박 반 설득 반 하는 나율의 말에 혜라는 그저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사채하는 인간들 중에는 그 돈 제대로 갚는 인간 없어. 있어도 제 힘으로 갚는 것도 아냐.
다 몸 굴리는 짓거리겠지. 부자를 만나 횡재하건, 사창가에서 몸을 굴려대건. 아니면 장기를 팔아넘기건."
나율은 빈 커피잔에 하얀 각설탕을 까 넣는다.
남아있는 커피방울을 흡수한 각설탕의 모서리가 갈색으로 물들였다.
"한율이가, 그거 하나 생각 못할 정도로 멍청하다 생각해?"
"아니요...그럴리가요.."
"...그 종이 쪼가리는 갖기 싫어도 니가 갖고 있어. 난 못봐준다."
무심한 듯 말하면서도 돌아서는 나율의 눈에 눈물이 흐르려는 것을 보았지만 혜라는 모른 척 했다.
동생을 보내버리고 찢어지는 듯한, 아려오는 가슴을 무덤덤한 얼굴로 애써 삼키는 그녀는
가족으로써의 죄책감에
저 자신만큼, 혹은 그보다 더 아파하겠지.
하지만 혜라는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카페 안인데도 얼굴이 차갑게 굳어져 가는 것 같다.
정처없이 걸었다.
혜라의 주위에는 저마다 즐겁다는 사람들 뿐이었다.
지나가는 불량한 남고생 셋과 부딪히면서 그들이 욕을 내뱉었지만
혜라는 무표정한 얼굴로 걸음을 계속했다.
그 때 혜라의 눈길이 다정한 연인에게 향했다.
종이컵에 떡볶이를 먹으며 길거리를 걷는 연인,
말없이 손을 잡고 걷는 연인,
팬시점 안에서 귀걸이를 고르는 여자친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남자...
"아아...한율아..."
혜라의 두 눈에서 눈물이 가는 줄기로 흘렀다.
혜라는 목 안에 숨어있었던 숨이 마구 쏟아져 나올 것 같아 무작정 뛰었다.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친구 은채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것을 지나가는 바람에 지워버렸다.
그렇게 정처없이 뛰고 걷고 하는 사이 한가한 공원에 도착했다.
오늘은 날씨가 추워서인지 공원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매우 한적했다.
혜라는 무덤덤하게 걷다가 어느 낡은 나무 벤치에서 멈추었다. 붉은 페인트가 벗겨지려고 하는 가로등은 망가졌는지
다른 가로등은 불이 다 켜졌는데도 혼자 꺼져있었다.
"휴우-."
혜라는 벤치에 힘없이 앉았다. 슬며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자 흐릿해진 낙서가 보인다.
[혜라♡한율-FOREVER LOVE]
한율 특유의 삐뚤어진 영어글씨. 그는 한글 히라가나 한자 등등 다른 문자는 다 잘 쓰면서
유독 영어 글씨체는 필기체도 아닌게 삐뚤빼뚤하고 특이했다.
영어글씨는 제가 더 예쁘니 제가 쓰겠다는 혜라의 말을 자르고 그래도 자기가 다 쓰겠다는 한율이였었다.
두 눈에서 왈칵 하고 눈물이 흘렀다.
지나가면서 조깅하던 아줌마가 힐끗 하고 쳐다보면서 지나갔다.
다 큰 처자가 공원에서 질질 짜는게 불쌍했는지 멈칫하다가 이내 가버린다.
'한율아 우리 10000일에도 함께하자.'
'뭐야-그게.'
'싫어?'
'우리 손자들 장가가고 우리 죽을때까지 함께하는거야!!'
'뭐야...하하하하!'
그가 사라지기 전, 작년에 100일때 그와 함께 작은 초코케익을 먹으며 닭살을 떨었었지.
그때는 행복했던 추억이 이제는 아련한 슬픔으로 남아버렸다.
혜라는 눈에서 차올라 제 앞을 흐리게 하는 그것을 막지 않았다.
새를 자유롭게 풀듯이 마구 쏟아내었다. 가녀린 그 어깨가 작게 들썩인다.
"한율아....흐으...보고싶어.."
'...'
"보고..싶어...흐윽....흐으...보고싶어...한율아 보고싶어...!.."
'...'
"한율아...."
혜라는 벤치의 낡은 낙서를 어루만지며 울었다. 들썩이는 어깨를 바람이 스쳐지나가면서 쓰다듬어 주는 것 같다.
"돌아와...흐윽...돌아와!!..."
'...'
"돌아와...한율아...보고싶어....돌아와...!!..."
스쳐지나가는 바람...낯설지가 않은 손길...
다시 돌아오지 못할 그 누군가의 아련함이 느껴지는 바람...
"한율아....사랑해....사랑해....!!...'
'나도....사랑해...안녕....'
코멘코멘코멘♬ 코멘은 나의 밥♪
코멘이즈 마이 라이프 마이 소울♪코멘을 다는 당신은 뷰티풀♪♬
첫댓글 아아...슬프네요...ㅠㅠ
ㄴ하녀기))마구 슬퍼해 주세요 크흑<
슬프닷... ㅋㅋ 안녕 나의 사랑 보고 혹시 성시x의 안녕나의 사랑???하고 들어왔어요 그 노래 광팬 ㅋㅋ
ㄴ베프초)하하 성시경 노래 좋죠~^ㅁ^
저기..뒤에서 누가.. ㅠㅠ
ㄴ땅콩다솜))땅콩다솜님 댓글 감사합니다♡
남주는 나오지도 않았네요ㅜㅜ 너무 허무하게 죽었어 흑흑 잘 보고 갑니다~
ㄴ라온비)라온비님 댓글 감사합니다♥
요즘따라 바람은 왜 이리 또 찬지.. ㅠㅠ 자꾸만 안구에 습기가 차네요.. ㅠㅠ 마음까지 안 추우려면 여름에 헤어져야 겠어요 ㅡㅡ;; 농담이구요.. 잘 읽었어요, 건필하시구요, 다음 작품 기다릴께요 ^^
ㄴ바부진이))바부진이님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