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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부동산 시장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져가고 있다. 헝다그룹(恒大集團 China Evergrande Group)이 미국 뉴욕 맨하튼 법원에 파산보호법 15조(Chapter 15)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으며,1) 비구이위안(碧桂园 Country Garden)’과 ‘소호 중국(SOHO China)’도 채무 위기가 발생해 세계경제의 주요 이슈가 되었다는 점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뿐만 아니라, 국유기업인 위엔양그룹(遠洋集團 Sino-Ocean Group)도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달러 표시 채권을 유예기간(8월 13일) 만료 전에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2,094만 달러(USD)의 채무불이행을 초래하기도 했다. 또한 부동산 개발업자 외에 중국 최대의 자산관리회사인 ‘중즈기업집단(中植企業集團, 약칭 中植系)’ 산하의 '중룽신탁(中融信託)'이 상품 환매 중단에 연루된 금액이 6,000억 위안(RMB)에 이르고 있다는 점 등도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더욱이 이들 기업의 잇따른 경영위기는 연초 많은 외국의 경제예측 기관들이 평가한 낙관적 기대와는 전혀 다른 중국 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어 중국 경제에 대한 대중적 우려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공산당 중앙, 국무원의 민영경제발전 촉진에 관한 장대한 의견>의 주요 내용
올 상반기 중국 경제는 기저효과와 리오프닝(Re-Opening)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은 가운데 민영 부문 투자는 2020년 10월 이후 2년여 만에 역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전체 기업의 90%이상을 차지하는 민영기업에2) 대한 지원 강도를 높여 시장의 기대심리를 개선할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실제로 ‘비구이위안’에서 채무불이행이 발생하기 전 중국공산당과 국무원은 7월 19일 <중국공산당 중앙, 국무원의 민영경제발전 촉진에 관한 장대한 의견(中共中央國務院關於促進民營經濟發展壯大的意見, 총 31개 의견, 이하 ‘31조’)>을 제출했다.3)
성명문에서 중국공산당과 국무원은 “민영 경제는 중국식 현대화의 생명력이며, 향후 고질(高質)의 사회 발전에 중요한 기초” 라고 정의했다. 아울러 “중국이 전면적 사회주의의 현대화된 강국을 이룩하는 데 (민영 경제가) 추동력이 될 것이고, 다음 100년간 분투 목표가 되는 중요 역량을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각급 정부는 정책을 수립하고 평가하는 단계에서 기업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할 겻을 적극 권장한다고 밝혀, 향후 구체적인 정책에 이런 기조가 확산될 것을 시사했다.
중국공산당(중앙) 및 국무원이 공동 명의로 발표한 이러한 이례적인 ‘중앙 문건’은 중국 정권이 경제 성장이 쇠퇴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민영 기업들을 향해 기업들의 신뢰가 회복되기를 원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보냄으로써, 민영기업들의 기업 활동 여건을 개선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그도 그럴 것이 2분기 중국의 GDP 실적을 볼 때, 중국 경제는 마치 성장 모멘텀을 상실한 것은 아닌가?하는 강한 의구심을 품게 한다. 기저효과에도 불과하고 각종 지표들이 글로벌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민영 빅테크 기업들에 대해 강력한 규제와 단속을 전개해 왔다. 지난 7월에는 Ant Group과 Tencent Holdings 등 대형 민영 ICT 기업에 수십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처럼 강력한 리더십을 추진하던 시진핑(習近平) 주석 하의 중국공산당이 이렇게 갑작스런 자세 변화를 보인 것은 ‘제로 코로나’ 철폐 이후에도 계속되는 심상치 않은 경제침체4) 상황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된다. 이에 더해, 전술한 바와 같이 기술기업, 교육산업 등에 대해 예측 불가한 규제가 이어지는 동안 민영기업들의 (정부 혹은 정책)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이를 배경으로, 중국공산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정치국은 작년 말부터 민영 기업들을 우대할 것을 주창해왔고, 이에 따라 중국 최고 정책 수립 기구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주도로 인터넷 부문에서 유통 부문에 이르기까지 주요 민영 기업 총수들을 잇따라 접촉하며 정책 안건들을 취합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중국 정부가 이번 기회를 빌어 민영 기업의 주식 상장, 채권 발행, 해외 진출 등을 포함한 기업 활동 전 분야에 걸쳐 지원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31조’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장진입 규제 완화와 공정경쟁의 시장체제를 구축하여 민영경제발전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 △은행, 보험, 보증, 증권업자 등 다자간 참여의 융자위험 시장화 분담체제를 완비하여 그 기업융자제도 개선(금융지원 강화), △민영기업 또는 자영업자와 노동자의 연계플랫폼을 구축하여 노동시장의 수급불균형을 낮추는 문제 대응, △민영기업의 연구개발투입을 확대하여 기업의 과학기술 혁신능력을 강화하도록 장려, △민영기업이 중서부와 동북지역에 투자하고 기반건설(인프라)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 △민영·국유기업 동일 대우, △민영기업과 기업가의 합법적 권익 보호 등 구체적 조치를 명시했다. 특히 민영경제의 발전을 위한 환경 개선에 대해 중국공산당은 “시장화 재정비 메커니즘을 완비하고 민영기업이 재고자산을 활성화하여 자금을 회수하도록 장려하며, 재정난에 빠졌지만 여전히 발전전망과 회생가치가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시장화와 법치화 원칙에 따라 파산 재정비, 파산 화해 절차를 적극 적용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헝다그룹’은 8월 17일 미국 파산법 15장에 따라 채권자의 기소나 미국 내 자산 압류로부터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비(非)미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파산보호를 요청했다. 중국의 경제 전망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중국 기업이 채무를 갚지 못해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해야 하는 수요는 증가할 것이지만, 이러한 부채가 많은 기업들이 중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할 의향이 있는지와 파산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앞으로 주목할 만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중국경제의 현황
부동산 개발업자의 채무불이행(default)이든, 자산운용사가 직면한 재무위기든,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중국 경제가 경기침체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 해관총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금년 5월, 6월, 7월의 미국 달러(USD) 표시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5%, 12.4%, 14.5% 감소했으며 수입도 각각 4.5%, 6.8%, 12.4% 감소했다. 사실, 올해 초부터 나타난 수출 감소세는 중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대만, 한국, 일본, 베트남 등에서도 글로벌 수요 감소나 재고 과잉으로 인해 수출 주문이 줄어 수출이 감소했다.
그러나 중국의 수출 규모는 전술한 국가들에 비해 훨씬 클 뿐만 아니라, 동일한 수출 침체 하에서 중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다른 수출 주도형 국가보다 더 클 것이며, 특히 중국의 급여 계층의 소득 수준과 소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의 경제구조에서 소비의 비중이 수출과 투자보다 훨씬 크다고는 하지만 수출이 투자와 소비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란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 상무부의 최신 비(非)인플레이션 조정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은 금년 1~6월 동안 중국에서 약 2,030억 달러의 상품을 수입했는데, 이는 2022년 같은 기간보다 25% 감소한 것이다. 그간 미국의 제1의 수입대상국이었던 중국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이어 미국의 3대 상품 공급국으로 후퇴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욱이 국제 공급망(supply chain)의 재편 추세에 따라 제조업체가 중국 이외의 국가에 공장 건설을 완료하면 중국의 대미 수출은 필연적으로 계속 감소할 것이다. 즉, 향후 중국의 수출과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보다는 부정적 소식을 접할 가능성이 크다.
내수의 경우,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6월과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연간 증가율은 각각 0과 0.3% 감소했고, 생산자물가지수(PPI)도 6월과 7월 각각 5.4%와 4.4% 감소했다. 앞서 언급한 CPI와 PPI 데이터를 근거로 볼 때, 중국에서는 이미 디플레이션(deflation)과 수요 부족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이 지난 5월과 6월 각각 20.8%, 2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국가통계국은 8월부터 전국 청년 및 기타 연령대의 실업률 조사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5) 국가통계국은 고용 상황을 더욱 잘 반영하기 위해 통계 방식을 개선한다는 구차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지난 6월 통계 발표 당시 푸링후이(付凌暉) 대변인은 “일주일에 한 시간 이상 근무하는 사람이나 일시적으로 퇴직한 사람도 취업자”라고 말해 통계를 입맛대로 조작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청년 실업률 발표, 청년 고용 부진은 부동산을 포함한 미래의 “국내”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므로 중국 부동산 개발자들의 계속되는 채무불이행은 분명히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외국인 투자 환경 개선에 관한 ‘제31조’, ‘제24조’의 효과는 제한적
현재 중국의 대외 무역과 내수 상황을 볼 때, 중국 경제의 쇠퇴는 중국 공산당에 대한 외국 정부의 신뢰도 하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요 원인은 중국 공산당이 홍콩의 법치를 훼손했고 “반간첩법(反間諜法)”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31조’는 중국 경제에 대한 제조업체의 우려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공하지 않았으므로 경기 부양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공산당이 민영경제를 확대·강화하기 위해 제시한 ‘31조’ 외에도 8월 13일 국무원은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을 통한 외국인 투자 유치역량 강화에 관한 의견(關於進一步優化外商投資環境加大吸引外商投資力度的意見, 총 24개 의견, 이하 ‘24조’)>도 발표해 6) 외자사업에 대한 ‘조기계약, 조기착지, 조기착공, 조기생산(早簽約、早落地、早開工、早投產)’ 추진을 선언하고, 외자기업의 외국인관리자, 기술자 및 가족에게 출입국 및 체류편의를 제공하고 신용위험이 낮은 외자기업에 대한 무작위 검사 비율과 횟수를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24조’에는 △외자 활용 수준 제고, △외자기업에 대한 내국민대우 보장, △외국인 투자 보호 지속 강화, △투자, 경영 원활화 수준 제고, △재정·세금 지원역량 확대, △외국인 투자 촉진방식 최적화 등 6가지 주요 목표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국무원이 제시한 외자투자환경 개선안인 ‘24조’는 당중앙이 제시한 민영경제의 ‘31조’와 같은 어려움에 직면한 상태다. 즉, 어떻게 하면 중국의 투자환경에 대한 제조업체의 ‘신뢰’의 정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국가의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는 기초는 해당 국가의 법률 시스템의 건전성에 있다. 신뢰할 수 있는 법률 시스템은 재산권과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고 제조업체와 고용인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오래전부터 투자자들은 중국 경제에 대해 각종 의구심과 우려가 있어 왔다. 중국이 현재와 과거의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 존재한 인식상의 가장 큰 차이는 과거 외국정부와 투자자들이 중국공산당이나 중국시장에 대해 지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는데 반해, 현재의 외국정부는 지속적으로 엄격한 기술수출통제 및 투자심사를 채택하고 국제공급망의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법치제도에 대한 민주국가(혹은 투자자)의 신뢰가 사라진 후, 중국 공산당이 외자를 재도입하려면 외국정부의 ‘신뢰’를 재건해야 하지만, 이는 결코 매우 쉽지 않은 문제다.
중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면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심리적 영향으로 인해 국내외 제조업체가 미래에 투자할 인센티브가 더욱 줄어들 것이며, 이는 고용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악순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현 중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는 총수요 부족(aggregate demand)으로 야기된 저물가 상황이 신뢰도(confidence)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타파할 것인가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시장 신뢰와 투자 신뢰 그리고 정부 신뢰 및 정책신뢰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중국 경제의 잠재적 성장 기대감은 현실화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제3기 시진핑의 지도부가 선언한 ‘정책 전환’은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어 오히려 시장의 커다란 회의(懷疑)를 야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번에 천명한 정책 전환 방향을 통해 향후 중앙 정부와 각급 지방 정부들이 어떠한 구체적인 대책들을 내놓으며 대응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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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中 부동산 개발업체 수낙, 美 뉴욕서 파산보호 신청”, 연합뉴스, 2023년 9월 19일, https://www.yna.co.kr/view/AKR20230919134200009?section=search (최종방문일: 2023. 09. 22.).
2) 2023년 5월말 기준, 중국 내 민영기업의 수는 5천만 개사를 돌파하며 중국 전체 기업수의 92%를 차지하고 있다.
3) “中共中央國務院關於促進民營經濟發展壯大的意見”, 中國政府網·新華社, 2023년 7월 19일, https://www.gov.cn/zhengce/202307/content_6893056.htm (최종방문일: 2023. 09. 23.)
4) 경기침체는 영어로 depression, 경기후퇴는 recession으로 표기한다. 경기침체는 ‘불황’이라고도 한다. 경기침체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경기후퇴가 경기 순환 속에서 하락해 가는 과정의 단계라면 경기침체는 이런 경기후퇴가 길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을 일컬을 때 사용한다. 경제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경기가 하락하는 상태를 보통 ‘경기후퇴’라 하는데 이것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나라별로 다르다. 미국은 경기후퇴의 평가 기준을 전미경제연구소(NBER)에서 GDP가 2분기 연속 하락하면 경기후퇴라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2022년 2분기 연속 미국의 GDP가 하락했지만 미국 예런(Janet L. Yellen) 장관은 “경기후퇴가 아니다”라고 반박해 의미를 모호하게 한 바 있다. 따라서 경기후퇴 평가기준을 하나로 정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2분기 연속 GDP 감소와 더불어 실업률의 증가, 고용이나 산업생산량의 감소, 총 소비액 등의 감소 등 다양한 지표를 참고하여 판단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5) “불리한 통계는 숨긴다? 중국, 청년 실업률 치솟자 발표 중단”, YTN, 2023년 8월 16일, https://www.ytn.co.kr/_ln/0104_202308161535013894 (최종방문일: 2023. 09. 24.)
6) “關於進一步優化外商投資環境加大吸引外商投資力度的意見”, 中國政府網·國務院, 2023년 7월 25일, https://www.gov.cn/zhengce/content/202308/content_6898048.htm (최종방문일: 2023. 0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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