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배공 김씨 ♧
모두가 벽을 피해 다닐 때
그는 벽을 찾아다닌다.
모두가 벽이 앞길을 막아
선다고 할 때
그는 벽 앞에서 삶을 막아
낸다.
산다는 것은 어떻게 하느냐
보다 무엇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며,
모두가 벽을 만나면 고개 숙일 때 그는 꽃무늬 든 벽지
바르려 고개를 든다.
오래된 벽지처럼 빛바랜
삶의 언저리에 꽃무늬 넣
으려 벽에 다가서 보는 것
이다 .
쑤시는 몸에 파스 바르듯
한 겹 한 겹 벽지를 날렵하게 바르며 허술하게 삶을 벽처럼 바로 세워보려는 것이다.
풀 묻힌 솔로 자신보다
더 긴 벽지 바르다 보면
벽은 막다른 골목이 아니라
입에 풀이 부족했던 생을
막아보려는 그에게는
직장이 되었다.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다
가서는 장미가 가시 사이
에서 피듯
벽 사이에서 삶을 세워보는 도배공 김 씨 그는 우리의
든든한 벽이다.
- 김 윤현著 -, <사람의 문학>
첫댓글 좋은 시에 머물며 진솔한 삶의 냄새 맡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