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因緣
<제18편 여검사의꿈>
④여검사의 귀향-67
다음은 지혜검사의 아버지인 천복의 딸에 가지던 소회가 있었다.
어려서부터 꼭 집어 말할 수 있던 것은 초등학교 같은 학년인 용신이란 남자아이에게 학과를 가르쳤고, 졸업 무렵 검정고시에 몰두하면서 중고등 졸업자격을 따는 동안 용신과 부부로 삼남매를 두었다는 얘기를 털어놓는데, 옆에 옥희가 나란히 서서 듣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눈길이 모아진 가운데, 여인들은 부러워하는 빛이 선연하였는데, 말을 마치자, 사회자가 마지막으로 지혜 검사를 소개하였다.
“방금 아버지께서 따님이 어려서부터 특이한 건 없었고, 같은 학년 용신과 삼남매를 두면서 검정고시로 s대 법대에 수석 입학하여 일 학년 재학 중 사시에 수석 패스했다고, 하십니다! 여러분의 관심이 집중된 희세의 수재 정지혜 검사의 인사말을 들어보기로 하겠습니다. 정 검사님 나오시죠.”
사회자의 소개를 받은 지혜가 머리를 뒤로 묶어 맨 그대로 수줍은 듯 나와 마이크를 쥐더니, 입을 열었다.
“군수님, 경찰서장님, 또 사회를 보시는 분과, 만장하신 여러 고향 분들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불편하고 무례한 자리 죄송합니다. 제가 어린 학창시절 추억은 고향의 부소초등학교 졸업장 하나뿐입니다. 지금 s대 재학 중이지만, 졸업하기도 전에 직장 나가게 되었네요....”
‘짝짝짝 ,짝짝짝...’ “정지혜 검사! 정지혜 검사!...”
그녀가 s대 졸업하기 전에 직장을 나가게 되었다니까, 박수소리가 터지고, ‘정지혜 검사’를 연호하였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조용해지자, 다시 말을 이었다.
“뜻밖에 고향 분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으면서 옹색한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제 월급이 얼마인지? 만나 뵐 때 막걸리라도 대접해드려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알게 모르게 제게 보내주신 성원으로 사회에 나왔으나, 장차 실수나 하지 않아야겠다는 일념뿐이에요....”
‘짝짝짝... 짝짝짝...’ “정지혜 검사! 정지혜 검사!”
“저는 고향이란 소리만 들리면, 미칠 듯 아련하게 기뻐요! 방금 오디오에서 ‘고향의 봄’같은 가곡들이 나오자, 저는 아빠한테 달려갔어요. 고향의 어른들께서 제 체온을 늘 뜨겁게 하여주실 것으로 믿고, 이만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 짝짝짝...’ “정지혜 검사! 정지혜 검사!”
박수와 연호가 길게 이어지는 가운데, 지혜는 허리를 기억자로 굽히고, 공손히 절하였다. 그녀의 말은 논리에 맞든 안 맞든 말씨가 또렷하였다.
천복과 옥희가 나란히 서서 지켜보다가 돌아서는 그녀를 보고, 부둥켜안았다. 어린아이로만 보이던 그녀가 어느덧 성숙함이 몸에 배어있었다.
빈틈없이 채워졌던 사람들이 흩어지면서 동구 밖으로 빠져나가고, 에스코트 사이렌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지혜도 오던 편으로 돌아간다고 하였다. 경찰의 백색오토바이들이 부릉 부르릉 앞장서더니, 검정승용차들이 뒤를 따라 좁다란 고샅의 시멘트포장길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천복은 재빨리 남새밭으로 내려가 떠나는 차량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남새밭을 채웠던 차량들이 헐하게 빠져나가자, 그는 떠나는 지혜도 보지 못하고, 몸에 힘이 풀린 듯 바깥마당으로 올라와 박형규 김순달 전동훈들과 손을 잡았다.
“신령님, 오늘 시내서 저녁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동부인하세요!”
시간은 하오 세 시인데,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 서있는 최복영 사장과 순영을 만나 거실로 들어가는데, 경숙이 작은 술상을 내왔다.
“자, 용훈! 채택된 논문의 저작료일세!”
일천만 원의 수표 한 장이 들었다는 봉투를 건네받고, 동동주를 들기 시작하였다.
“아까도 말했지만, 오랜 화풍병을 앓다 잠깐 만났다가 헤어지면, 병이 풀어지겠어? 밤에 만날까했는데, 행사가 일찍 끝나 후렴이 없으니, 내 차로 시내 나가세!”
“여섯 시까지로 하시죠? 저도 앞으로 시간 내서 자주 뵙기로 하겠습니다!”
“아, 그럼, 내겐 자네가 큰손님이지. 어서 술 드세!”
그때 옥희가 다가오더니, 천복의 귀에다 말하였다.
“그니덜이 저녁 함끼 먹자넌디라오?”
“얘기 들었소! 집에 있어요. 여섯 시반경 올 테니, 함께 가요!”
천복은 최 사장과 아이의 손을 잡은 순영과 나와 경산의 방에 들러 작별 인사한 뒤에는 남새밭으로 내려가 은빛승용차에 올랐다.
최 사장은 시내 한 곳에 차를 세우라더니, 운전수에게 시간되면, 저녁식사 일찍 하고, 일곱 시경 출발한다고 이르더니, 걸어서 시가지를 걷다가 어느 다방으로 들어가는 거였다.
“난, 여기 있을 테니, 함께 다녀오게!”
웬일인지, 우수가 깃들인 최 사장이 말하자, 순영은 머쓱하였으나, 천복의 손을 다정히 잡고, 나가는 거였다.
다음은 <제19편 영벌그날> ①둥지떠난새들 입니다.
첫댓글 제각기 바쁜 걸음들입니다
최복영 사장이 부장일 때 동혁은 부장대우였지요. 그러니
천복은 바로 최 사장이 아버지 뻘이나되는데 공사의 사장
으로 그동안 홀아비생활하던그에게 순영을소개하고 아들
진규까지 낳았지요. 그러나 이제 그도 나이가 60을넘어선
노인이니 앞날이 희미하죠. 만일 그가 죽으면 순영과자식
남는데 괜히 방황하다가 노략질당하면안되기에 사후까지
천복에게 맡기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죠. 믿을만한 사람은
그밖에 없으니 진규가 장성할 때까지 맡기려는가봐요. 행
사를 치르고나면 깔끔한 생각이 들지 않죠. 참석한 사람들
이야 왔다가면 그만이지만 주관자는 마음이 불안하죠. 자
연히 마음이들쑤성거리는데 구영자 정순화 박복천부부들
저녁모임하자는데 거기 어울리면 볼만할 거군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