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난상구(患難相救)의 정신
- COVID 19 극복을 위한 -
평범한 일상이 너무나 그리운 봄이다.
사회적 거리를 실천하기 위해 격리 생활을 한 지 오래되었다.
닫혔던 대구 서문시장이 장사를 다시 시작했다기에 시장에서 실가게를 하는 친구 안위를 물을 겸 오후에 큰 장을 찾았다. 좌판 국숫집과 점포들이 문을 열었으나 인적은 한산하다. 비스듬히 거리를 두고 앉아 친구와 막걸리 한 잔을 하고 걸어서 집으로 갈 요량으로 횡단보도를 건너 #동산의료원 앞에 섰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최격전지다. 누군가 의료진들의 배웅을 받으면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의료원을 떠난다. 아마 완치된 환자인 거 같다.
의료원 기슭을 걸어서 청라 언덕에 올라선다. 봄꽃들이 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의 혼돈과는 상관이 없는 듯하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던 이 언덕에 서서 해질녘 도심을 내려다본다 저 멀리 민족 시인 이상화 고택이 보인다.
바이러스에 빼앗긴 봄. ‘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너무나 처절하고 절박한 심정일 때 희망의 응원을 보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끝없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성숙된 시민의식으로 반드시 극복하고, 전 세계에서 모범적 사례가 될 것을 확신하는 오늘, 지역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한지 꼭 한 달이 되었다. 그동안 긴박했던 순간들을 되돌아보면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 갖춰야 할 시민의식을 생각해 본다.
경자년 새해를 맞이하자 중국에서부터 호흡기로 감염되는 유행병이 퍼지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온다. 그리고 2월 중순 어느 날 우리 지역에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이후 하루에 수백 명의 감염자가 나오고, 의심 환자가 수천 명이며, 환자를 입원시킬 병실과 감당할 의료진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매스컴에서는 인적이 끊긴 유령의 도시, 매점매석으로 혼란이 가중되어 마비된 도시로 연일 더욱 공포스럽게 기사를 쏟아붓는다.
이러한 상황에 분노하며 모든 것들이 원망스러웠다. 중국으로부터 입국을 차단하지 않은 행정부,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하는 시스템, 위기에 우왕좌왕하는 지방정부의 무능함에 분노를 감출 수가 없었다.
혼돈의 연속이었다…
매스컴들은 더욱 공포를 조장한다. 지역이 봉쇄되고 이동이 제한될 거란다. 그리고 각종 매체들은 폭동이 일어나고 혼란이 가중될 것처럼 자극적으로 전한다. 그러나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 앞에서 시민들은 침착함과 질서를 잃지 않았다. 단지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인내하기 시작했다. 절망적인 상황 앞에 조금씩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가 전파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장 먼저 #흥사단 본부의 ‘#힘내라대구’는# 응원의 메세지와 마스크, 손 소독제가 답지했다. 각 지역 흥사단에서 모금된 성원과 물품들이 보내져 왔다. 전국에서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이 속속 도착하고, 새내기 간호장교들, 신규 공중보건의들이 투입된다. 그러나 큰 틀의 긴급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연일 급증하는 환자들을 수용할 병실이 부족하여 절망적일 때 광주광역시에서 지역 환자들을 위해서 병실을 제공한다.
‘#달빛동맹’, ‘영호남 교류 사업’을 같이 추진하며 앞장서 온 #광주흥사단 에서 보내온 ‘달빛동맹을 시민의 정신으로 실천하게 되어 기쁘고, 코로나19 극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지금까지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위정자들은 아전인수식으로 본질을 해결하기보다는 감언이설로 상황을 유리하게 전환시키곤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이러스는 정치 지도자 누구의 말도 통하지 않는다. 지위의 높고 낮음, 선진국이나 후진국에 상관없이 공평하게 전파되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교훈을 얻는다. 화려한 미사여구의 위로의 말보다, 환자와 사투를 벌이며 깊이 패인 고글 자국 위에 밴드를 붙이며 웃는 얼굴로 시민들과 환자를 걱정해주던 백의의 천사에게서 감동을 받게 된다. 헌신하며 역행(力行)하는 정신을 배워야 한다.
이러한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환난상구’의 정신이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나 몰라라 하지 않았다. 특히, 우리 흥사단인은 신성한 단결로 굳게 뭉친 단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신의를 목숨처럼 지켜야 하고 서로 사랑하며 서로 ‘환난상구’ 해야 한다고 배우고 익혔으며 실천했다.
아직 전 세계가 #팬데믹(#Pandemic) 상황으로 언제 코로나19와 전쟁이 끝날지 모른다. 하지만 각 분야에서 피나는 노력으로, 그리고 지역마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잘 견디고 극복하여 가고 있다. 이런 우리를 보며 외국의 언론들이 우리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본받고 싶어 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고 위안이 된다. 새로운 확진자보다 완치자가 많아지고, 마스크의 보급 시스템이 확립되었다.
그러나 아직 사회적 격리는 이어지고 있고, 추락하는 경제를 어떻게 회복시켜서 생계를 위협받는 어려운 사람들을 구해야 할지 국가적 위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때 위기 극복의 정신으로 ‘#정의돈수(情誼敦修)’와 ‘#애기애타(愛己愛他)’의 정신을 시민의식으로 승화시켜야 하겠다. 도산 성생님은 사랑하기도 공부하자고 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이웃에 사랑을 베풀고 함께 살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 대감염의 시기에 적절한 표현이 ‘애기애타’이다. 먼저 자신의 위생에 철저히 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의 폭을 넓혀 지역사회에 전파를 줄여야 한다.
사회적 거리는 두되 심리적 거리는 줄여서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어려운 처지에 당한 이웃을 위해 ‘환난상구’하며 ‘정의돈수’해서 국가적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하겠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재난으로 잃은 게 너무나 많다. 앞으로 여러 부문에서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민족의 장점인 위기에 단결하고 극복하려는 의지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국채보상운동, 외환위기 때 #금모으기운동, 지난해 일본 경제 압박에서 맞서는 단합된 결기들로 바이러스와 맞서 싸운다면 반드시 극복하리라 믿는다.
이런 장점들이 평상시에도 늘 민주시민들 마음속 깊이 뿌리내려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민족성을 보여 주어야겠다.
*글 : 임병욱 흥사단 부이사장
※ 患難相救(환난상구) :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서로 구해 줌.
※ 팬데믹(Pandemic) :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말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전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위험 등급에 해당된다
# 기호는 원문에는 없습니다.
원문 출처 : http://www.yka.or.kr/html/info/column.asp?no=19370
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