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에 맞서 K-방역 체계를 떠받쳐 온 최일선 인력들이 매일 수십만명씩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 피로감을 넘어 좌절감을 호소하고 있다. 방역 현장 곳곳에선 정부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모두 49만881명으로, 지난 1주일(16~22일) 동안 하루 평균 39만9천791명이 새로 확진 판정을 받는 등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방역현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이현섭 간호사는 이날 경인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병원에서 관리하는 재택치료 환자가 500~600명 정도고, 포천병원은 900명에 달한다.
보통 3~4명이 교대로 근무하니까 한 사람이 재택치료 환자 100~200명의 상태를 관리하고 있는 셈인데, 의료진의 피로 누적은 물론 환자들도 의료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해 불만을 제기하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기도의료원 소속 의료진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되어도 격리기간은 5일에 불과하다. 의료진의 건강을 담보로 방역체계 공백을 메우고 있는 것이다.
이 간호사는 "코로나19에 단체로 걸리면 진료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노사 합의로 의료인력 확진자 격리기간을 7일에서 5일로 줄였다. 짧은 격리를 마치고 나온 의료진은 혹시 몰라 혼자 밥을 먹는 등 알아서 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선 인력, 피로 넘어 좌절감 호소
일주일간 日평균 39만9791명 확진
"의료붕괴 막으려면 보호대책 필요"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오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자리한 서울시 통의동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선 코로나19 대응 인력 기준을 새롭게 마련하고, 의료인력 보호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에서 방역 업무를 지원하는 인력들의 인내심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역학조사 업무를 돕고자 3주간 보건소에 파견됐던 수원시의 한 공무원은 "매일 70명에게 전화를 걸어 전산시스템에 입력할 정보를 듣는 게 업무였다. 파견 기간이 정해져 있어 힘들어도 참고 했다"면서도 "같은 공간에서 일하던 보건소 직원들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 절망했는지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우는 등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어 보였다"고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지자체의 이 같은 어려움을 수렴한 대한민국시장군수협의회는 최근 정부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며 인건비 267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