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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귀군경(民貴君輕)
백성이 귀하고 임금은 가볍다는 뜻으로, 백성이 가장 귀하고, 군주는 그 다음이라고 일컫는 말이다.
民 : 백성 민(氏/1)
貴 : 귀할 귀(貝/5)
君 : 임금 군(口/4)
輕 : 가벼울 경(車/7)
출전 : 맹자(孟子) 진심장구(盡心章句)下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란 말이 있다. 백성의 마음은 하늘의 뜻과 같으니 그들과 어긋나게 해서는 나라가 성립될 수 없다는 속담이다.
국가는 거주하는 국민의 것이니 그들을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면 혁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링컨(Abraham Lincoln)이 말했다.
하지만 헌법이 없었던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기원전 403년~221년) 말기의 유교 사상가 맹자(孟子)는 링컨보다 까마득히 먼저 백성들을 앞세웠다.
하늘과 백성이 원하지 않으면 천자(天子)의 자리에 오를 수 없으며, 올랐다 하더라도 내려와야 한다고 혁명을 인정했다. 폭군 걸주(桀紂)가 쫓겨난 것은 민심 잃은 사람을 처단한 것이라 본 것이 그것이다.
맹자는 도덕을 바탕으로 한 왕도(王道)정치와 백성을 근간으로 하는 민본(民本)정치를 주장했다. 이 정도로 앞선 생각을 가졌으니 백성은 당연히 귀하고(民貴) 임금은 가볍다(君輕)고 볼 수밖에 없다.
맹자의 진심(盡心) 하편(下篇)에 실린 말씀 내용을 보자.
백성이 가장 귀중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군주는 대단하지 않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
천자나 제후가 제사를 지내던 토지신이 社(사), 곡물신이 稷(직)인데 이 둘을 합쳐 나라의 의미로 사용됐다. 땅과 곡식이 백성들의 삶과 직결되므로 왕가의 선조인 종묘(宗廟)와 함께 복을 비는 제사를 모신 것이다.
맹자의 설명은 이어진다.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천자가 되고, 천자의 마음을 얻으면 제후가 되며, 제후의 마음을 얻으면 대부가 된다고 하여 역시 백성을 우선했다.
살진 희생을 마련하고 정결한 곡식으로 제사를 지내도 가뭄이 들거나 물난리가 나면 사직의 신을 바꾸듯이 사직을 위태롭게 하는 제후가 있으면 또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송(宋)의 주희(朱熹)가 주석문을 덧붙여 저술한 맹자집주(孟子集註)는 이 부분을 제후가 무도하여 사직이 멸하면 ‘마땅히 어진 임금으로 바꾸어 세우니 임금이 사직보다 가볍기 때문(則當更立賢君 是君輕於社稷)’이라 해석했다.
정치인이나 지도급 인사 치고 국민을 모든 것에 앞세운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비록 한 표를 가진 유권자라도 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높은 자리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온갖 달콤한 말로 목표한 권력을 잡게 되면 자신이 세상의 중심인 듯 안하무인(眼下無人)인 사람이 흔하다. 민을 귀중히 여기지 않는 이러한 태도는 곧 버림을 받는다는 것을 잊기 때문에 권불십년(權不十年)이 되풀이된다.
왕 노릇 못하면 바꾸라
맹자의 민귀군경론(民貴君輕論)
권력은 위임해 준 사람들을 위해 사용될 때만 정당하다. 글 좀 읽었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맹자의 명성을 들어 알 것이다. 그러나 정작 맹자(孟子)를 읽은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읽을 책도 많고 할 일도 많은 요즘 같은 세상에 맹자가 웬 말이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수천 년 동안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이 경전으로 신봉해 온 책이라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지식인들이 사유의 나침반으로 삼았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맹자'에 눈길을 줄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황제가 모든 세속적 권력의 정점에 위치하던 근대 이전의 시기에 맹자처럼 그 권위에 강한 견제구를 던진 사람은 흔치 않았다. 그런 점에서 명(明)나라를 세운 주원장(朱元璋)의 일화는 의미심장하다.
명 태조 3년(1370) 어느 날 주원장은 '맹자'를 읽다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얼마나 화가 났던지 주원장은 이 영감이 지금 살아 있었더라면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며 당장 문묘(文廟)에 모신 맹자의 신주를 빼버리라고 명령했다.
유가에서는 공자와 맹자를 비롯한 유교의 성현들을 문묘에 모시고 정기적으로 제사를 올린다. 그 제사를 올릴 때면 황제가 직접 제향 의식을 거행한다.
이처럼 사람이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존경해야 마땅할 맹자를 당장 문묘에서 당장 빼라고 명령한 것을 보면 주원장의 분노가 보통이 아니었음을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분노를 삭이지 못한 주원장은 결국 당대 최고 경학자였던 팔순의 노학자 유삼오(劉三五)를 불러 맹자절문(孟子節文)을 편찬토록 했다.
맹자절문은 예부터 전해오는 '맹자'의 본문을 손질해 재편집 한 것이다. 유삼오가 편찬한 이 책에는 맹자가 주장한 민본주의적 생각과 왕도정치에 관한 부분이 빠져있다.
주원장은 '맹자'의 어떤 부분이 그토록 껄끄러웠던 것일까? 맹자 진심장구(盡心章句) 하(下)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
백성이 귀하고, 사직(社稷)이 그 다음이며, 임금은 가벼운 존재다.
목숨을 걸고 나라를 세워 이제야 자신의 욕망을 마음껏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는데 이 무슨 황당한 말인가? 황제의 명령이면 무엇이든 해야만 하는 중세 시대에 그와 정반대의 글이 실려있다니 황제로서는 분노할 일이었다.
주원장은 백성의 자리에서 출발해 황제의 지위를 얻었음에도 맹자의 주장을 터무니없는 망발로 여겼던 것이다. 유삼오가 '맹자절문'을 지으며 이 대목을 빼버린 채 편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맹자'를 읽노라면 맹자라는 인물이 얼마나 노회한 유세가인지 새삼 놀라게 된다. 그만큼 그의 논설에는 빈틈이 없다.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세울 때는 서슬이 푸르다가도 상대방을 회유할 때는 노회한 웅변가를 찜 쪄 먹을 정도다.
상대방의 생각을 정확히 읽고 자기 생각의 구도 속으로 유인할 때는 노련한 전략가다. 그의 솜씨를 한번 살펴보자. 맹자 양혜왕장구(梁惠王章句) 上에 나오는 구절이다.
양혜왕이 말했다. “과인이 가르침을 받기를 원합니다.”
맹자가 말했다. “사람을 죽이는 데 칼로 죽이는 것과 몽둥이로 죽이는 것이 같습니까? 다릅니까? 차이가 없습니다. 칼로 죽이는 것과 정치를 못해서 그것으로 죽이는 것에는 차이가 있습니까? 차이가 없습니다.”
짧은 대화 속에서도 상대방을 정확하게 몰아세우는 맹자의 말투가 날카롭다. 그의 방식은 대체로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 스스로 자신의 생각에 모순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었다.
민귀군경(民貴君輕)
백성이 귀하고 임금은 가볍다
그가 권력자들을 불편하게 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백성의 힘을 가장 윗길에 놓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백성 없는 임금이 어디 있겠는가? 그 사실을 잊고 폭정을 저지르는 사람은 언제든 백성의 힘으로 갈아치울 수 있다는 점을 맹자는 명확히 했다.
맹자는 이렇게 말한다. “임금에게 큰 잘못이 있다면 간(諫)해야 한다. 반복해서 간했는데도 듣지 않는다면 그의 지위를 바꾸라.” (萬章章句 下)
왜냐하면 폭군을 몰아내거나 죽인 경우에는 왕을 죽인 것이 아니라 한 사내(一夫)를 죽인 셈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왕은 하늘의 명령을 받아 행하는 사람이다. 즉 천명(天命)을 받은 셈이다. 자신이 받은 천명을 왕이라는 지위를 통해 백성에게 널리 펼치는 것이 왕의 직분을 충실히 이행하는 길이다.
그런데 하늘의 명령을 무시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마구 다스린다면 백성의 삶은 힘들어질 것이고, 백성은 왕을 왕으로 인정하지 않을 권리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정당한 왕의 권위를 행사한다는 전제 아래 백성은 충성으로 응답하는 것인데, 그렇지 않다면 왕을 바꾸어야 한다. 그래서 혁명(革命)이라는 말이 나온다. 혁명이란 ‘천명을 바꾼다’는 뜻이다.
더는 하늘의 명령을 수행하지 못하거나 수행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되는 순간 그 사람은 왕이 아니라 그저 한 사람의 필부(匹夫)에 지나지 않는다. 맹자는 이런 논리를 이용해 혁명의 정당성이 백성에게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백성이 귀하고 임금은 가볍다는 뜻의 민귀군경(民貴君輕)은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어찌 보면 이 말 자체가 욕망의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인간을 경책하는 말이기도 하다.
살다 보면 부귀가 자신의 삶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권력의 달콤함에 빠지기도 한다. 내가 속한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위임해 준 권력임에도 마치 자신이 구성원들을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위임받은 권력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면 그것은 봉사일 수 있지만, 그 사실을 잊는 순간 봉사가 아니라 군림하게 된다.
자기가 없으면 공동체가 붕괴하리라는 망상을 하게 되고,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자기 덕분에 먹고 산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겉으로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다는 대의명분을 걸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자기가 필요할 때는 쓸개라도 빼줄 듯 살살거리다 권력이 당분간 자신의 손에서 벗어나지 않으리라는 판단이 들면 마치 자신이 세상의 중심인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이런 부류의 인간은 물론 정치판에서 가장 흔하게 노골적으로 발견된다.
그러나 우리 자신도 이런 반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누구나 약간의 권력은 가지고 있게 마련이고, 그 권력은 위임해준 사람들을 위해 사용할 때 정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봉사하고 있는가, 군림하고 있는가? 슬며시 가슴을 쓸어내린다.
민위귀 군위경(民爲貴 君爲輕)
지도자의 존경받는 권위는 어디에서 나올까. 신뢰다. 공자가 '군자는 신의를 얻은 후 백성에게 수고를 끼쳐야 한다. 믿음을 얻지 못하고 수고롭게 하면 백성을 괴롭히는 것이 된다(君子信而後勞其民 未信則以爲?己也)'고 경책한 바가 잘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 조직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구성원들이 믿지 않으면 그 조직은 희망이 없다. 작은 단체라도 지도자가 불신을 주면 구성원들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며 시늉만 하게 마련이다.
하물며 한 국가의 최고지도자는 말할 것도 없을 터이다. 온 국민이 그를 주시하고 있으니 일거수일투족 등 언행이 돈독한 신뢰를 줘야 하는 것이다. '군자에게는 큰 도가 있으니 반드시 충과 신으로써 얻고, 교만과 방자함으로써 잃는다(君子有大道 必忠信以得之 驕泰以失之)'고 대학이 가르친 바는 오늘에도 울림이 크다.
그럼 충과 신은 무엇인가. 충은 자신의 정성을 다하는 것이요, 신은 세상이치에 어긋나지 않음을 뜻한다. 곧 국민만을 위하는 자세로 민심에 귀 기울여 정책을 펴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맹자에 이르길 '백성이 가장 귀하고, 국가의 사직이 그다음이며, 군주가 가장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고 한 것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지도자는 본인에 대한 반듯한 몸가짐도 중요하지만 자신 주변의 참모 등에 대해 상벌을 분명히 해야 한다. 기강과 질서, 법치 확립이 가능하다.
한비자가 지혜로운 군주에 관해 '명분에 합당하고 사실이 일치하면 은혜를 베풀고, 사리에 어긋나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벌을 내려야 한다(當名合實惠慈恩 逆事違言該命卒)'고 강조한 바를 새겨야 할 것이다.
대통령 취임식이 어제 국회에서 있었다. 취임식의 공식 슬로건처럼 '희망의 새 시대'가 활짝 열리길 기대하는 바 크다. 통합과 전진으로 행복한 국민시대는 오늘을 넘어 미래에의 희망을 꿈꾸게 한다.
남북평화통일과 선진한국 건설에 기반한 21세기 한민족의 시대가 도래하는 초석을 놓는 대통령이어야겠다. 성공을 빈다.
▶️ 民(백성 민)은 ❶상형문자로 백성은 천한 신분을 타고 나며 눈 먼 사람이라 생각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데서 무지(無知), 무교육인 사람, 일반 사람이란 뜻이다. 먼 옛날에는 사람을 신에게 바치는 희생으로 하거나 신의 노예(奴隸)로 삼았다. 그것이 民(민)이었다고도 한다. ❷상형문자로 民자는 ‘백성’이나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民자는 氏(성씨 씨)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성씨’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民자의 금문을 보면 사람의 눈에 열십자가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송곳으로 사람의 눈을 찌르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고대에는 노예의 왼쪽 눈을 멀게 하여 저항하거나 도망가지 못하도록 했다. 民자는 그러한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民자의 본래 의미는 ‘노예’였다. 물론 지금은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을 뜻하고 있지만, 글자의 유래를 보면 끔찍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民(민)은 사람, 공민, 인민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로, ①백성(百姓) ②사람 ③직업인 ④나(자신)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임금 주(主), 임금 후(后), 임금 군(君), 임금 제(帝), 임금 왕(王), 임금 황(皇), 임금 후(矦), 임금 벽(辟), 선비 사(士), 신하 신(臣), 벼슬 관(官), 벼슬아치 리(吏)이다. 용례로는 일반 백성의 사회를 민간(民間), 인종적으로나 지역적 기원이 같고 문화적 전통과 역사적 운명을 같이 하는 사람의 집단을 민족(民族), 백성의 마음을 민심(民心), 민간의 풍속을 민속(民俗), 백성이 주권을 가지고 주인 노릇함을 민주(民主), 국민이 청하여 바라는 바를 민원(民願), 백성이나 인민의 생활을 민생(民生), 다수의 백성을 민중(民衆), 민간에 관한 일을 민사(民事), 백성의 뜻을 민의(民意), 예로부터 민간에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오는 흥미 위주의 허구적 이야기를 민담(民譚), 보통 살림집에 숙박함을 민박(民泊), 일반 국민의 집을 민가(民家), 백성의 바람이나 믿음을 민망(民望), 가난한 백성을 빈민(貧民), 한 나라의 통치권 아래에 그 나라의 국적을 가지고 있는 인민을 국민(國民), 귀족 등에 대하여 사회적인 특권을 가지고 있지 않는 보통 사람을 서민(庶民), 그 땅에 사는 백성을 주민(住民), 국정에 참여할 지위에 있는 국민을 시민(市民), 농사 짓는 백성을 농민(農民), 외국에 살고 있는 동포를 교민(僑民), 전쟁이나 사고나 천재지변 따위를 당하여 살아 가기 어려운 처지에 빠진 백성을 난민(難民), 벼슬이 없는 일반 백성을 평민(平民), 땅이 넓고 사람이 적은 곳으로 백성을 옮기어 살게 함을 이민(移民), 나라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을 국리민복(國利民福), 같은 겨레끼리 서로 다투고 싸움을 민족상잔(民族相殘), 백성은 신의가 있을 때에 안정된다는 뜻으로 백성은 신의에 의해서만 잘 다스려 진다는 말을 민보어신(民保於信), 백성의 피와 땀이라는 뜻으로 백성에게서 과다하게 거두어들인 세금이나 재물을 이르는 말을 민고민지(民膏民脂), 부담을 가볍게 하여 백성의 힘을 펴게 함을 민력휴양(民力休養), 어떤 민족이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는 일을 민족자결(民族自決), 백성은 구차하고 나라의 재물은 다 말라 없어짐을 민궁재갈(民窮財渴), 세상사를 잘 다스려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함을 경세제민(經世濟民), 작은 나라 적은 백성이라는 뜻으로 노자가 그린 이상 사회나 이상 국가를 이르는 말을 소국과민(小國寡民), 예로부터 흰 옷을 숭상하여 즐겨 입은 한민족을 이르는 말을 백의민족(白衣民族), 하느님을 받들고 백성을 통치하기를 게을리 하지 아니함을 경천근민(敬天勤民),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속이는 것을 혹세무민(惑世誣民) 등에 쓰인다.
▶️ 貴(귀할 귀)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조개 패(貝; 돈, 재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궤, 귀)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궤)는 흙을 담는 그릇, 대나무로 만든 바구니로, 나중에 흙이 아니고 물건을 넣어두는 것에도 쓰였다. 貝(패; 재산, 화물), 많이 있는 보배, 귀하다, 귀하게 여기는 일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貴자는 ‘귀하다’나 ‘(신분이)높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貴자는 臼(절구 구)자와 土(흙 토)자, 貝(조개 패)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갑골문에 나온 貴자를 보면 양손으로 흙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농경을 중시하던 시대에 흙은 만물을 창조하는 귀한 존재였다. 그래서 갑골문에서는 이렇게 양손으로 흙을 감싸는 모습을 그려져 ‘귀하다’나 ‘귀중하다’라는 뜻을 표현했었다. 그러나 소전에서는 여기에 貝자가 더해지면서 귀중함의 존재가 흙에서 재물로 옮겨져 오게 되었다. 그래서 貴(귀)는 (1)한자로 된 명사(名詞) 앞에 쓰이어 상대편을 높이어 예의(禮儀)를 나타내는 말 (2)희귀(稀貴)하거나 존귀(尊貴)하다는 뜻을 나타냄 등의 뜻으로 ①귀하다 ②신분이 높다 ③중요하다, 귀중하다 ④귀하게 여기다, 숭상하다 ⑤공경하다, 존중하다 ⑥비싸다, 값이 높다 ⑦바라다 ⑧귀(貴)한 사람 ⑨높은 지위(地位)나 권세(權勢) ⑩높임말 ⑪존칭(尊重)의 접두어(接頭語)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윗 상(上), 높을 항(亢), 높을 탁(卓), 높을 교(喬), 높을 준(埈), 높을 존(尊), 높을 아(峨), 높을 준(峻), 높을 숭(崇), 높을 외(嵬), 높을 요(嶢), 높을 륭(隆), 밝을 앙(昻), 드물 한(罕), 높을 고(高),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천할 천(賤)이다. 용례로는 편지나 물품을 받는 단체의 이름 밑에 쓰는 말을 귀중(貴中), 상대방을 높여 부르는 말을 귀하(貴下), 귀하고 소중함을 귀중(貴重), 신분이 높고 가문이 좋은 사람을 귀족(貴族), 비싼 값을 귀가(貴價), 귀한 손님을 귀빈(貴賓), 존귀하고 이름이 높음을 귀현(貴顯), 부귀와 빈천을 귀천(貴賤), 신분이 높은 사람을 귀인(貴人), 상대방의 나라를 높여 부르는 말을 귀국(貴國), 특별히 귀염을 받는 아이를 귀동(貴童), 존귀한 자태를 귀태(貴態), 귀하게 될 모습 또는 체격을 귀격(貴格), 지체가 높고 귀함을 영귀(榮貴), 스스로를 존귀하게 여김을 자귀(自貴), 드물어 매우 귀함을 희귀(稀貴), 인품이나 지위가 높고 귀함을 고귀(高貴), 재산이 넉넉하고 지위가 높음을 부귀(富貴), 보배롭고 귀중함을 진귀(珍貴), 물건값이 뛰어 오름을 등귀(騰貴), 물건이 귀함을 품귀(品貴), 높고 귀함을 존귀(尊貴), 곡식이 달리어 값이 비쌈을 곡귀(穀貴), 귀를 귀하게 여기고 눈을 천하게 여긴다는 귀이천목(貴耳賤目), 고니를 귀히 여기고 닭을 천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먼 데 것을 귀하게 여기고 가까운 데 것을 천하게 여기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는 귀곡천계(貴鵠賤鷄), 신분이나 지위의 귀함함과 천함과 높음과 낮음을 귀천상하(貴賤上下) 등에 쓰인다.
▶️ 君(임금 군)은 ❶형성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뜻을 나타내는 입 구(口; 입, 먹다,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尹(윤, 군)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음(音)을 나타내는 尹(윤, 군)은 손에 무엇인가를 갖는 모양으로 천하를 다스리다는 뜻과, 口(구)는 입으로 말, 기도하다의 뜻의 합(合)으로, 君(군)은 하늘에 기도하여 하늘의 뜻을 이어받아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君자는 '임금'이나 '영주', '군자'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君자는 尹(다스릴 윤)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尹자는 권력을 상징하던 지휘봉을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다스리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직책이 높은 사람을 뜻하는 尹자에 口자가 결합한 君자는 군주가 명령을 내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君(군)은 (1)친구나 손아랫사람을 친근하게 부를 때에 그 성이나 이름 아래에 붙여 쓰는 말 (2)조선시대, 고려 때, 서자(庶子) 출신인 왕자나 가까운 종친이나 공로가 있는 산하(傘下)에게 주던 작위(爵位). 고려 때는 종1품(從一品), 조선시대 때는 정1품(正一品)에서 종2품(從二品)까지였으며, 왕위(王位)에 있다가도 쫓겨나게 되면 군으로 강칭(降稱)되었음. 이를테면, 연산군(燕山君), 광해군(光海君) 등이다. 이와같은 뜻으로 ①임금, 영주(領主) ②남편(男便) ③부모(父母) ④아내 ⑤군자(君子) ⑥어진 이, 현자(賢者) ⑦조상(祖上)의 경칭(敬稱) ⑧그대, 자네 ⑨봉작(封爵) ⑩군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백성 민(民), 신하 신(臣)이다. 용례로는 세습적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최고 지위에 있는 사람을 군주(君主), 군주가 다스리는 나라를 군국(君國), 임금의 명령을 군령(君令), 임금의 자리를 군위(君位), 학식과 덕행이 높은 사람을 군자(君子), 처방에 가장 주되는 약을 군제(君劑), 임금의 총애를 군총(君寵), 임금의 덕을 군덕(君德), 임금으로써 지켜야 할 도리를 군도(君道), 임금으로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군림(君臨), 임금과 신하를 군신(君臣), 남에게 대하여 자기의 아버지를 이르는 말을 가군(家君), 엄하게 길러 주는 어버이라는 뜻으로 남에게 자기의 아버지를 일컫는 말을 엄군(嚴君), 남의 남편의 높임말을 부군(夫君), 남의 부인의 높임말을 내군(內君), 거룩한 임금을 성군(聖君), 어진 임금을 인군(仁君), 재상을 달리 일컫는 말을 상군(相君), 임금께 충성을 다함을 충군(忠君), 포악한 군주를 폭군(暴君), 임금의 신임을 얻게 됨을 득군(得君), 덕행을 베푸는 어진 임금을 현군(賢君),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이라는 뜻으로 첫째는 부모가 다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 둘째는 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러워할 것이 없는 것 셋째는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군자삼락(君子三樂), 임금과 신하와 물과 물고기란 뜻으로 떨어질 수 없는 친밀한 관계를 일컫는 말을 군신수어(君臣水魚), 임금은 그 신하의 벼리가 되어야 함을 이르는 말을 군위신강(君爲臣綱), 임금과 신하 사이에 의리가 있어야 함을 이르는 말을 군신유의(君臣有義),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똑같다는 말을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임금과 신하 사이에 지켜야 할 큰 의리를 일컫는 말을 군신대의(君臣大義), 군자는 근본에 힘쓴다는 말을 군자무본(君子務本), 군자는 큰길을 택해서 간다는 뜻으로 군자는 숨어서 일을 도모하거나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고 옳고 바르게 행동한다는 말을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 군자는 일정한 용도로 쓰이는 그릇과 같은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군자는 한 가지 재능에만 얽매이지 않고 두루 살피고 원만하다는 말을 군자불기(君子不器), 군자는 표범처럼 변한다는 뜻으로 가을에 새로 나는 표범의 털이 아름답듯이 군자는 허물을 고쳐 올바로 행함이 아주 빠르고 뚜렷하며 선으로 옮겨가는 행위가 빛난다는 군자표변(君子豹變),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아서 백성은 모두 그 풍화를 입는다는 뜻으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을 군자지덕풍(君子之德風), 임금이 치욕을 당하면 신하가 죽는다는 뜻으로 임금과 신하는 생사고락을 함께 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군욕신사(君辱臣死) 등에 쓰인다.
▶️ 輕(가벼울 경)은 ❶형성문자로 軽(경)의 본자(本字), 䡖(경)은 통자(通字), 轻(경)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수레 거(車; 수레, 차)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巠(경; 세로로 곧게 뻗은 줄)로 이루어졌다. 곧장 적에게 돌진하는 전차, 경쾌한 일, 가벼움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輕자는 '가볍다'나 '가벼이 여기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輕자는 車(수레 차)자와 巠(물줄기 경)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巠자는 방직기 사이로 날실이 지나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렇게 방직기 사이로 실이 가볍게 지나가는 모습을 그린 巠자에 車자가 결합한 輕자는 '수레가 가볍게 지나가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니 輕자에서 말하는 '가볍다'라고 하는 것은 사실 마차의 중량이 '가볍다'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輕자는 단순히 '가볍다'라는 뜻으로만 쓰이고 있다. 그래서 輕(경)은 (1)가벼운 중량(重量)이 비교적 가벼운 육중하지 않은의 뜻 (2)경쾌(輕快)하고 간단한 등의 뜻으로 ①가볍다 ②가벼이 여기다 ③가벼이 하다 ④업신여기다 ⑤천(賤)하다 ⑥빠르다 ⑦성(姓)의 하나 ⑧가벼이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무거울 중(重)이다. 용례로는 죄인을 가볍게 처분함을 경감(輕勘), 가볍게 다침을 경상(輕傷), 가벼운 홀몸을 경단(輕單), 가벼운 정도를 경도(輕度), 언행이 가볍고 방정맞음을 경망(輕妄), 아주 작고 가벼움을 경미(輕微), 기분이 가볍하고 유쾌함을 경쾌(輕快), 경솔하게 행동함을 경거(輕擧), 움직임이 가뿐하고 날쌤을 경첩(輕捷), 덜어내어 가볍게 함을 경감(輕減), 가벼운 범죄 또는 그런 죄를 저지른 사람을 경범(輕犯), 언행이 진중하지 아니하고 가벼움경솔(輕率), 언행이 경솔하고 천박함을 경박(輕薄), 가볍게 봄을 경시(輕視), 가벼운 무게를 경량(輕量), 가벼움과 무거움을 경중(輕重), 하는 짓이나 태도가 들뜨고 경솔함을 부경(浮輕), 줄이어 가볍게 함이나 등급을 낮춤을 감경(減輕), 일이 가볍지 아니함을 비경(非輕), 남에게 경멸을 당함을 견경(見輕), 가볍지 아니함을 불경(不輕), 말이 가볍고 방정맞음을 언경(言輕), 말이나 몸가짐 따위가 방정맞고 독실하지 못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경박자(輕薄子), 가볍고 망령되게 행동한다는 뜻으로 도리나 사정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경솔하게 행동함을 이르는 말을 경거망동(輕擧妄動), 경쾌한 수레를 타고 익숙한 길을 간다는 뜻으로 일에 숙달되어 조금도 막힘이 없는 모양을 이르는 말을 경거숙로(輕車熟路), 적을 가볍게 보면 반드시 패배함을 일컫는 말을 경적필패(輕敵必敗), 가벼운 가죽옷과 살찐 말이라는 뜻으로 부귀영화를 형용해 이르는 말을 경구비마(輕裘肥馬), 마음이 침착하지 못하고 행동이 진중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경박부허(輕薄浮虛), 무슨 일에나 승낙을 잘 하는 사람은 믿음성이 적어 약속을 어기기 쉽다는 말을 경낙과신(輕諾寡信), 마음이 침착하지 못하고 행동이 신중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경조부박(輕佻浮薄), 경망하여 예의가 없음을 일컫는 말을 경이무례(輕而無禮), 제 것을 남에게 잘 주는 이는 무턱대고 남의 것을 탐낸다는 말을 경시호탈(輕施好奪), 재주는 있으나 경박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경박재자(輕薄才子), 조그마한 일에 후한 답례를 함을 이르는 말을 경사중보(輕事重報), 아무리 가벼운 것이라도 많이 모이면 수레의 굴대를 구부러뜨릴 수 있다는 뜻으로 아무리 적은 힘이라도 일치 협력하면 강적에 대항할 수 있다는 말을 군경절축(群輕折軸), 망치가 가벼우면 못이 도로 솟는다는 뜻으로 웃 사람이 엄하게 다스리지 않으면 아랫사람이 말을 듣지 않게 된다는 말을 퇴경정용(槌輕釘聳), 목숨을 의에 연연하여 가볍게 여기다는 뜻으로 의로움을 위해서는 생명도 아끼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명연의경(命緣義輕)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