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서치일본어교실/사랑터포천점/독서치하루장터/도서출판서치세상대표
독서치 이규승입니다.
# 뉴스와 시각(이해완 문화일보 정치부 차장)
* 선관위가 꿈의 직장 된 사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자 이와 관련한 대화를 나누는 일이 많아졌다. 최근에 만난 국민의힘 A 의원에게 ‘과연 좋은 직장의 척도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A 의원은 “부모가 자기가 다니는 직장에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자기 자식을 데려오고 싶어 한다면 그곳이 바로 좋은 직장이 아니겠냐”고 평가했다. 그래서 A 의원에게 ‘그럼 자녀가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더니 “난 무조건 말릴 것이다. 요즘 국회의원은 상당한 감시와 견제를 받는 데다, 의정활동, 당무, 지역활동 등으로 일주일 내내 밤새워 일할 때가 많아 아버지, 남편으로서 빵점인 직업”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A 의원의 말대로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자녀를 특혜 채용한 선관위는 얼마나 좋은 곳이기에 ‘자녀 스카우트’에 열을 올린 것일까. 일단 선관위는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 등 4∼5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3대 선거’를 제외하면 평상시에는 농협·수협·축협조합장 선거 관리와 정당등록·선거자금 관리, 선거 홍보 등의 업무를 본다. 최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선관위 공무원은 “3대 선거가 있을 땐 밤낮 없이 일해야 한다”면서도 “그래도 선관위에서 근무하면 누릴 수 있는 최대 장점은 역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다. 선거 때는 장려금도 나오고, 선거가 없을 땐 자기계발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여기서 그친다면 특혜 채용의 이유가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 더 자세히 살펴보니 선관위에서 가장 힘든 업무인 3대 선거도 ‘휴직 찬스’로 피해갈 수 있다고 한다. 선관위의 지난해 휴직자 숫자는 최근 10년 사이 두 번째로 많은 190명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참고로 지난해에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졌다. 일이 적은 비(非)선거 시즌에는 휴직을 미루다가 선거로 업무 강도가 높아지면 휴직을 신청하는 얌체족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이와 관련, 현직 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 내부 규칙에 따라 육아휴직 등을 쓰겠다고 하면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만약 일반 기업이 이렇게 운영됐다면 분명 망했을 것”이라고 혀를 찼다.
심지어 선관위는 ‘진급’도 빠르다. 9급에서 7급까지 진급하는 속도가 다른 부처는 평균 9년이 걸리지만, 선관위는 이보다 4∼5년이 빠르다. 익명의 선관위 관계자는 “수도권·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근무자는 7급까지 3년 6개월이면 가능하다”고 했다. 이번에 드러난 특혜 채용 의혹도 지방직 공무원들이 ‘아빠 찬스’로 진급이 빠른 지방 선관위에 채용된 사례가 대부분이다. 앞서 선관위 고위층 자녀 중에는 채용되고 반년 만에 승진한 예도 있다.
요즘 중앙부처 공무원과 軍(군) 간부의 ‘엑소더스’가 심각하다. 과중한 업무에 비해 보상이 적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공정성이 생명인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임을 내세워 외부의 견제를 피하고, 현대판 음서제를 통해 스스로 ‘복마전’이 됐다. 선관위 비전은 ‘국민과 함께하며 미래를 열어간다’이지만, 정작 ‘우리끼리 함께하며 미래를 열어간다’로 살아왔다. 선관위는 분명 좋은 직장이지만, 내 자녀에게 추천할 훌륭한 직장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