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낮 12시 서울 대치동 ㅅ학원. 도시락들이 배달된다. 학원 수강생들의 점심이다. 학생들은 저녁도 배달된 도시락을 먹는다. 수강생들은 오전 10시에 들어가면 밤 10시 이전엔 밖에 못나온다. 일명 ‘자물쇠반’. 겨울방학 이후 서울 시내에 이런 학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학기 중엔 종합반 학원이지만 방학이 되면 자물쇠반을 운영하는 것이다. ‘장사가 잘 되기 때문’이다.
ㅅ학원은 오전 10시~오후 6시30분에 국·영·수 등 6과목을 가르친다. 그 이후엔 자율학습. 모두 올해 배울 과목을 미리 떼는 ‘선행학습’이다. 겨울방학 두 달 동안 보통 한 학기, 혹은 한 학년 진도를 끝낸다.
한 달 수강료는 기본 128만원. 여기에 교재비 10만원과 점심·저녁 도시락 값 15만원이 추가된다. 6만원 하는 토요일 보충수업까지 듣는다면 월 159만원을 내야 한다. ㅅ학원 관계자는 “서울뿐 아니라 제주도, 강원도 학생들도 있다”고 자랑했다.
밤이 되면 학원은 살벌해진다. 복도마다 감시원이 나타난다. 모두 몽둥이를 들었다. 쉬는 시간에도 교실 밖을 돌아다닐 수 없다. 체벌도 이뤄진다. 곱셈공식을 외우지 못하거나 수업시간에 장난을 치거나 수업 태도가 산만하면 매를 맞는다.
이 학원 수강생 ㅇ양(ㅅ중 3년)은 “학교에선 선생님께 맞으면 대들거나 부모님을 학교로 부르는데 학원에서는 아무리 맞아도 승복한다”고 말했다. 학원 강사를 신뢰하고 교사는 불신하는 비틀린 세태다.
이러니 인권침해니 강제학습 불만은 발생할 수 없다. 1990년대 유행하던 스파르타식 기숙학원은 ‘저리 가라’이다. 학원의 장삿속과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자녀를 대학에 진학시키려는 학부모의 욕심이 담합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체벌은 신고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행당동 ㅅ학원. 건물 입구에 20대 후반의 남성 3명이 몽둥이를 들고 서 있다. 출입 감시직원들이다.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지켜봤지만 수업이 끝나는 밤 9시30분까지 건물 밖으로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학원 안내 카운터에는 CCTV용 모니터가 작동한다. 교실 내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 반 20명의 ‘소수 정예’로 운영되는 이 학원의 예비 고3 자물쇠반 학원비는 78만원이다.
학원들의 자물쇠반 운영은 학부모들의 요구다. 서울 방이동 ㅍ학원 ㅂ원장은 “학생들이 학원수강 끝나고 ‘딴 짓’을 하지 못하게 학원이 붙잡아두라는 게 학부모의 요구”라고 말했다. 자녀를 자물쇠반에 보내고 나서야 안도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자물쇠반에 들어간 정모군(16)은 “처음에는 하루 12시간씩 나가지도 못하고 한 교실 안에 앉아 있는 게 답답했으나 지금은 적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