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숲 해설가 협회에는 보석 같은 회원들이 많다. 초등학교에 근무하시는 김 선생님도 그 보석 가운데 하나다. 그 선생님한테 들은 이야기다. 오래전 서울에서 근무할 때에 있었던 일이란다. 초등학교 2학년 자연 과목 시험 문제를 냈다. 그중 한 문제.
문제: 해는 ( )쪽에서 떠서 ( )쪽으로 진다.
채점을 해 보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정답인 ‘동’, ‘서’를 제대로 맞혔다. 그런데 한참을 채점하다 보니 어럽쇼, 한 녀석 답이 이상하다. ‘동’, ‘서’가 아니라 ‘4’, ‘5’라고 썼다. 이 녀석이 동서를 분별하지 못하는 어리바리한 녀석인가? 무어 이런 답이 있어. 4, 5가 뭐야? 도대체. 선생님은 혼잣말하며 틀렸다고 빗금을 그었단다.
채점을 다 마치고 끝내려고 하던 선생님은 왠지 꺼림칙했다. 동, 서를 4, 5로 답한 그 녀석은 ‘동서를 분별치 못하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다. 그 녀석 답지를 다시 펼쳐 보았다. 그렇다면 문제를 잘못 보았나? 4, 5가 뭐지? 이상하게 여기던 선생님. 아하! 번득이는 게 있었다. 얼른 자연 교과서를 펼쳤다.
그러면 그렇지! 궁금해하던 답이 거기에 있었다. 해가 뜨는 그림은 자연 교과서 4쪽에, 해가 지는 그림은 5쪽에 있지 않은가? 그래서 이 녀석이 답을 4, 5로 적어 놓았구나. 그 순간 담임 선생님의 가슴은 동해의 해돋이를 보듯 환해졌다. 틀렸다고 그었던 빗금을 동그라미로 고쳐 놓았음은 물론이다. 해가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진다고 하지 않고, 교과서 쪽수까지 정확히 알아 4쪽에서 뜨고 5쪽으로 진다고 답을 한 어린 영혼과 그 답을 틀렸다 하지 않고 맞게 채점한 선생님 모두 다 아름답다.
냉이, 꽃다지, 개불알풀, 씀바귀, 벼룩나물……. 길가에 쪼그려 앉든지 무릎을 꿇고서 들여다보아야 겨우 보이는 풀꽃들, 그들이 지금 다투어 피어나고 있다.
첫댓글 선생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우리숲 해설가" 어디서 어떻게 활동하시는지 물어봐도 됩니까?
산림청에서 실시하는 일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하면은 누구나 숲해설가로 활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국 국립공원이 있는 지역에서 활동을 하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