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겸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지난 5일(현지시간) 총기 피격을 당했던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를 다시 찾아 벌인 대선 유세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와 엑스(X 옛 트위터) 소유주가 깜짝 등장한 일로 각종 밈(Meme) 소재로 활용됐다.
트럼프 후보는 마치 백만대군을 얻은 듯 상기된 얼굴로 "그의 이름은 일론 머스크입니다. 그는 언론의 자유를 구했습니다. 정말 수많은 위대한 것들을 창조했죠. 어디 있죠? 올라와! 일론!"이라고 외쳤고, 머스크는 검정색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채 '화성 점령' 티셔츠를 입고 튀어나와 흰 뱃살을 드러내며 찍힌 사진이 커다란 화제가 됐다. 물론 그가 대선 찬조 연설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머스크는 "난 그냥 MAGA가 아니라 검은(Dark) MAGA"라고 말했다. 통상 ' Dark'란 단어가 부정적인 일에 사용된다는 점에 비춰 그의 단어 선택 역시 통념을 벗어나 있다.
그는 또 "'비행기 계단에도 못 오르던 대통령 한 명이 있고, 총에 맞은 뒤에도 주먹을 휘둘렀던 다른 한 명이 있습니다.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라고 외쳤고, 트럼프 후보는 "임기가 끝나기 전에 화성에 도착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이미 오래 전에 자신이 당선되면 행정부에 머스크를 영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데일리 닷이란 매체는 생일잔치의 주인공마냥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머스크의 동영상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은 그의 얼굴 표정으로 이혼한 아빠의 모습이라기보다 사람 사귀며 인기 끄는 능력을 키우지 못한 방치된 아이의 모습에 가까웠다면서 정치를 멋지게 보이려 하는 많은 시도들처럼 이번 일도 참담할 정도로 실패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겸 민주당 대선 후보의 팬들이 머스크를 놀려대는 소재로만 활용되고 있다고 비웃었다.
머스크는 다음날 대선의 판도를 쥔 스윙 스테이트(경합 주) 유권자를 추천하면 47달러(약 6만3000원)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머스크는 자신이 설립한 수퍼팩(super pac·특별 정치활동위원회)인 ‘아메리카 팩’은 언론·출판·종교의 자유와 총기 휴대 및 소지의 권리를 규정하는 미국 수정헌법 1조와 2조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청원서에 관한 온라인 청원을 받고 있다며 청원에 서명할 사람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 둘은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헌법 조항으로 보수 진영에서 옹호하는 가치가 녹아들어 있다. 그래서 청원에 서명할 사람을 찾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보수 성향 유권자을 파악해보겠다 저의가 있다.
실제 온라인 청원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이 수퍼팩은 청원서에 서명할 펜실베이니아 등 스윙 스테이트 7개 주 등록 유권자를 추천한 사람에게 47달러를 제공한다고 돼 있다. 청원서를 누구에게 전달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아메리카 팩은 “스윙 스테이트의 등록 유권자 100만명이 헌법, 특히 언론의 자유와 무기를 소지할 권리를 지지하는 서명을 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 등 언론들은 “머스크가 트럼프를 지지할 유권자들을 찾는 작업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게 47달러를 주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47달러를 제공하는 것은 이번 대선이 제47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청원서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서명을 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휴대전화 번호 등 이들의 정보를 수집해 트럼프에게 투표하도록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유권자 등록이나 투표를 빌미로 돈을 주고받는 것은 범죄이지만, 유권자가 청원서에 서명하거나 서명을 설득하는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은 연방법으로 불법이 아니다.
이번 머스크의 이벤트는 경합주 등록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만큼 트럼프 측에서도 경합주 7곳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여론조사마다 경합주 지지율을 조금씩 다르게 내놓고 있지만 벼랑 끝 승부를 벌이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머스크는 이 점을 공략해 경합주 보수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