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생명체가 마주한 혹독한 현실 앞에서, 잠재된 본능으로 반응하는 행동양식을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인간 삶에 내재된 인내와 고통, 외로움 등의 차가운 현실을 이성이나 규칙은 존재하지 않는 야생의 삶에 전이시켜 표현해 낸다. 한치 앞도 분별할 수 없게 불어치는 눈보라 앞에 서 있는 나무의 모습이나, 생존을 위해 가차없이 사냥하는 동물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처한 현실은 더욱 잔혹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김지훈 작가는 이 극한의 상황을 통해서 불순물은 전혀 섞이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삶의 현장을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블랙 톤의 색상으로 다소 거칠게 대상을 표현하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재의 삶이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대변해 보여준다. 이성과 규칙이 배제된 오직 힘의 논리로 돌아가고 있는 야생의 세계를 통해서 우리는 애써 외면하고 있던 현실에 존재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작가는 우리 삶 가운데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잠재하고 있는 본능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