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서울 나들이를 갔어요. 두어시간 여유가 있어 서대문독립공원에 다녀 왔습니다.
전부터 계속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이왕 올라간김에 맘먹고 들렀습니다.
책에서만 봤던 독립문을 보니 신기하더군요.
원래는 중국 사신을 맞이하던 영은문이 있던 곳인데 그 자리에 프랑스 개선문을
본떠 독립문을 세웠습니다! 돈을 모으면서 독립신문! 독립협회도 같이 생겼고, 이후 독립협회는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가는 길에 서재필동상과 3.1운동 기념동상도 있습니다.
벽면에 독립운동가분들을 담아두었더라구요. 핸드폰으로 몇장 찍어봤어요.
감사한 마음 눌러 담으며 담장에 있는 내용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고 지나갔습니다.
다만, 독립운동가 분들을 선정할 때 (모두 훌륭하신 분들이지만) 한인애국단에서 두 분 -
윤봉길의사, 이봉창의사- 했으면 의열단에서도 한 두분 쯤 언급할 수 있는데 이런 분들이 소개되지
않는 것은 아쉬웠습니다. 독립운동에 있어 김구가 이끌다시피 한 임정이나 우익계열의 많은
단체도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좌익계열이나 아나키즘을 가진 사람들도 그 나름의 역할을
다했는데,, 이런 분들의 활동내용은 여전히 우리에게 낯설고, 언급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서대문형무소의 안내도입니다. 관람료는 3,000원이었어요.
요건 예전 모습입니다.
관람순서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적절하게 배치해 놓았기 때문에 화살표 따라 주욱
이동하시면 됩니다.
역사관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은(역사관 내부는 사진촬영 금지라 찍지 않았습니다)
수형기록표가 벽면에 가득한 2층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수감되었던 조선독립운동가들의
사진이 벽면에 가득한데 찬찬히 둘러보면 눈물이 울컥합니다.
남자, 여자, 어른, 아이, 노인 할 것 없이 당당한 모습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죽음을
각오한 듯한 의연함과 형형한 눈빛이 살아있는 모습이에요. 사진 속 많은 이들이
형무소의 고된 생활을 견딜 수 없어 죽어갔을 겁니다.
"당신 목숨바친 대한민국이 이렇게 잘 컸습니다" 음악과 함께 이어지는 이 멘트가 계속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 렇 게 목숨바친 대한민국이! 목숨바친 사람들을 기억하며 잘 크고
있는지... 잘 커날 수 있을지... 잘 커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서대문형무소에 가면 수감자들이 머물렀던 생활시설을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영화속에서만 봤는데 실제로 가서 보니 이렇더군요.
감방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먹방이라 해서 독립운동가들을 특별 격리했던 시설인데요,
한평도 안되는 공간에 빛을 차단 시켜 사람을 심리적 극한까지 몰아붙인다고 합니다.
직접 들어가봤는데, 몸을 온전히 다 펼 수 없었습니다.
감방 안에서 바라본 창살 밖 풍경입니다.
위 사진의 이 풍경만은 지금이나, 90년 전이나 같았을 것 같아요. 많이 외롭고 지치고
힘들때마다 9월의 청명한 하늘 바라보며 무슨 생각들을 하셨을까요?
밖으로 나왔습니다. 태극기가 이렇게 걸려있네요.
나쁜짓을 하려면 성실하고 똑똑해야 하는데, 일제가 딱 그렇습니다.
독립운동가들의 인적사항을 세세히 파악하여 기록해 둔 신상명세서(?)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요,
건강상태는 물론이고 그 시절 지문까지 채취하여 기록해 놓았더라구요. 전시관 안이라
사진은 못찍었습니다.
서대문형무소는 해방 이후에도 계속 사용되었는데요, 지금 안양에 있는 서울구치소의 전신이
바로 서대문형무소이었습니다.
또다른 건물의 옥사에는 대한민국 건국이후 민주화운동을 펼치다 수감된 많은 민주인사들의
약력과 활동내용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진 몇장 올릴게요.
리영희선생입니다.
대학교 입학 후, 선배들이 서평 써오라며 건넸던 두 권의 책!
나란히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 다음은 이소선 여사입니다.
한승헌 전 감사원장도 수감되었었네요. 인권변호사로서 활동했던 일이 문제되어
서울구치소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김근태의원도 있네요. 유시민작가가 보건복지부 장관 맡을 때 바로 직전 장관이 김근태의원이었죠.
젊은 시절의 사진 보니 꽤 잘생기신 것 같아요. 얼핏 배우 이선균씨의 모습이 보이네요.
독립운동가들과 민주화운동가들의 콜라보!!를 잘 감상하고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독립운동가들의 넋을 추모하는 추모비가 있어서 몇 분 동안 조용히 눈감고
감사한 마음 새겼습니다.
아래 사진은 실제로 사용되었던 사형집행장입니다. 이 곳에서 얼마나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목숨이 사그라들었는지... 다시 한번 그분들의 명복과 감사한 마음을 함께 담아 지켜봤습니다.
주말이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서대문형무소를 안보고 그 일대에 머물러도
좋을 만큼 공원정비를 잘 해두었더라구요.
이렇게 말이죠!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학생들의 단체관람이 많았습니다. 제일 중요한 거 같습니다.
이 아이들이 역사의 흔적을 또렷히 기억하고 역사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 말이죠! 독립운동가들과
민주화운동가들에 대한 기억! 그리고 감사함! 모두모두 간직하며 자신들의 역사관을 정립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틔워가면 좋겠습니다.
가족단위 관람객도 많았는데요, 6~7살 되는 꼬맹이들이 아빠 손 잡으며 이것저것 살피는
모습이 너무 예쁘더라구요. 아빠가 아이들 눈 높이에서 이것저것 설명해주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후에 결혼하여 저런 예쁜 딸, 아들을 곁에 둘 수 있게 되면, 저 또한 그러리라 생각해봤습니다 하하
독립문역에서 내리면 바로 서대문독립공원이 보입니다. 서울 계시는 비스게님들도
시간나실때 한번 들러보세요~
평소에 막연하게 생각했던 내용들- 정의, 민족반역친일자, 독립운동 등등 -을 역사의 현장앞에서
생생하고 거대하게 떠올릴 수 있게 되거든요.
내가 바라봤던 이 가을 풍경을 수십년 전 이곳에 의로운 일을 하다 갖혔던 분들도
똑같이 바라봤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많은 이들을 위해 몸바쳤던 분들, 그리고 그 후손분들이 좀 더 편하게 사시고, 자랑스러워
하며 사시고, 많은 이들의 기억꾸러미 속에서 존경받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었으면 합니다.
첫댓글 좋은 사진&내용 감사합니다.
시간 날 때 꼭 한 번 들러보겠습니다.
좋은 사진 감사드려요~^^
덕분에 저도 잘 봤습니다.
멋집니다~~^^
잘보고 갑니다.. 시간 될때 한번 가봐야겠네요.. 고맙습니다!!
덕분에 잘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꼭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
작년에 다녀왔습니다.. 정말 먹먹하고 죄송하고 또한 감사한 마음뿐이었습니다..
이렇게 알럽에서 보니 반갑기 그지 없네요!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