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서 조롱받는 규제 공화국의 'OINK 리스크
남자천사
2021.08.07. 06:57조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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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외서 조롱받는 규제 공화국의 'OINK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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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입력 2021.08.06 17:29 수정 2021.08.07 00:04 지면 A23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한국에서 기업경영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이 최근 갑작스럽게 사임한 것도 산재발생 시 최고경영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이라며, 한국 주재 외국 기업인 사이에서는 이런 상황을 ‘오잉크(OINK: Only IN Korea)’라는 은어를 사용해 표현한다고 소개했다. 오잉크는 ‘한국에서만 있을 수 있는’ 리스크를 뜻하는 약어지만, 원래 단어 의미는 ‘돼지가 꿀꿀거리는 소리’다. 때문에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기업하기 힘든 상황을 조롱조로 표현할 때 “오잉크니까”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해외 언론에 어쩌다 한국의 기업 환경이 이런 식으로 소개되는지 낯부끄럽고 민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잠깐만 생각해봐도 해외 언론 탓만 할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규제 공화국’ ‘규제 천국’이라는 오명을 자초할 만큼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근로자 산재 사고에 대한 기업인 처벌규정을 세계 유례없는 수준으로 정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전격 도입한 것은 그런 사례 중 일부다. 경제민주화와 공정 경쟁이란 명목으로 러시아·멕시코·칠레 등 일부 국가에서 예외적으로 시행 중인 집중투표제를 찾아내 도입했고, 해고·실업자까지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조 3법을 통과시켜 기업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한국 유일의 ‘갈라파고스 규제’로 비판받지만 폐지되기는커녕 작년 말 ‘기업규제 3법’ 통과 때 관련 규제 건수가 더 늘었다.
그나마 국회를 통과한 게 이 정도다. 문재인 정부 들어 4년여간 국회에서 법안을 통해 발의된 기업규제는 총 3950건에 달한다. 이전 정부의 3배다. 특히 21대 국회가 출범한 후 16개월간 1339건이었다. 월 평균 약 84건, 하루 평균(주말 제외) 3.5~4건에 달한다. 없는 규제라도 찾아내 세계 유례없는 ‘규제 백과사전’이라도 만들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묻고 싶은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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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고 유엔도 공인한 선진국이다. 당연히 기업규제도 선진국 수준으로 합리화돼야 하는데 오히려 뒷걸음질이다. 역대 정부마다 규제 혁신을 외쳤지만 말뿐이었다. 오죽하면 미 국무부가 “한국은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은 규제의 불투명, 일관성 없는 규제해석 등이 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겠는가. 팽배한 반기업 정서부터 극복해야 ‘한국=기업의 무덤’이라는 오명도 벗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