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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시도에 대해 사우디 비판
◦ 사우디 왕세자,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시도에 긍정적 평가
- 9월 20일 미국 폭스 뉴스(Fox News)와의 인터뷰에서 무함마드 빈살만(Muhammad bin Salman) 사우디 왕세자는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꾸준히 가까워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또한 팔레스타인인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의 일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이며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가능성을 암시했다.
- 동시에 빈살만 왕세자는 팔레스타인 문제가 사우디에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빈살만 왕세자의 발언은 사우디의 공식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9월 19일 파이살 빈 파르한(Faisal Bin Farhan) 사우디 외교부 장관은 중동 분쟁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이며, 이어 9월 23일 UN 총회에서 중동 안보 달성에는 팔레스타인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노력 비판
- 가시화되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가능성에 대해 이란은 강하게 반발했다. 10월 1일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 이란 대통령은 이슬람 국가가 이스라엘과 국교를 맺는 것은 퇴행적이고 반동적인 행위이며 이스라엘에 굴복하고 타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슬람 세계가 취해야 할 유일한 방안은 저항이며, 이스라엘로부터 예루살렘을 해방시키는 것이 이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 이어 10월 2일에는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Hossein Amir-Abdollahian) 이란 외교부 장관이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슬람 국가 사이의 관계 개선은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지지하고 이스라엘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은 채 이루어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 이란 대외 정책의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 최고지도자는 10월 4일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것은 지는 편에 돈을 거는 행위며, 패배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 사우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위한 조건 충족 가능성 제기
◦ 사우디 핵에너지 개발에 강한 의지 표명
- 이란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관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빈살만 왕세자는 같은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다면 사우디도 안보 유지와 중동 내 세력 균형을 위해서 핵무기를 보유해야 할 것이라고 발언하며 사우디가 여전히 이란에 대해 경계심을 품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 사우디는 이미 평화적 사용을 위한 핵에너지 개발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난 8월에는 사우디가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관한 중국 기업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되기도 했으며,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조건에도 사우디의 핵에너지 개발에 대한 지원 약속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 9월 25일 압둘아지즈 빈살만(Abdulaziz bin Salman)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사우디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소량의정서(SQP)를 철회해 사찰 면제 혜택을 포기하고 IAEA가 사우디의 모든 원자력 활동을 사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IAEA가 사우디에 제시한 평화적 목적의 핵에너지 개발 조건을 수용한 것이다.
- 미국은 지난 2019년 사우디에 미국 핵 기술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IAEA에 전면적인 핵시설 사찰 권한을 부여하는 추가의정서 체결을 요구한 바 있다. 사우디는 이번 발표로 미국이 요구한 조건을 충족하는 데 한걸음 가까워졌으며, 추가의정서까지 체결해 미국으로부터 핵 기술 제공 동의를 받게 되면 이스라엘과의 국교 수립을 위해 요구한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하게 된다.
◦ 사우디, 안보 보장 대가로 팔레스타인 문제 양보할 가능성
- 9월 29일 로이터통신은 사우디가 미국으로부터 안보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양보해 이스라엘과 국교를 수립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정식 안보 협약까지는 아니나, 이스라엘과 같이 사우디에 주요 비(非)나토(NATO) 동맹국 지위를 부여하는 등의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과 같은 현재의 요구 사항을 일부 양보할 것이라고 전했다.
- 그러나 사우디가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이라는 요구에서 물러나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일정 정도 양보해야 한다는 조건 자체를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소식통은 언급했다. 이에 따르면 사우디는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서안지구 영토 일부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넘기고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제한하며 서안지구 병합 조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역 행위자들의 반발 속 가시화되는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 이스라엘, 이란과 팔레스타인의 반발 무시
- 이란의 반발에 대해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이 2020년에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 국가와 국교를 수립하는 것을 이란이 막지 못했듯이 사우디와의 관계 정상화에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란 정권이 파괴와 혼란만을 야기하는 것과 달리 이스라엘은 진보와 평화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앞서 9월 22일 UN 총회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는 중동에 평화와 안정을 주는 것이며 팔레스타인도 중동 평화 정착 과정의 일부이지만, 그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이 거부권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발언하고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 사우디와 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중동 불안정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
- 중동 지역 국민들의 여론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가 오히려 중동 불안정을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조지타운대학교의 나데르 하쉬미(Nader Hashimi)는 미국의 중동 정책은 중동의 권위주의 국가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중동 각국 국민들의 의사가 무시되는 것이 중동 민주화에 끼치는 악영향을 경고했다.
- 다나 엘쿠르드(Dana el-Kurd) 리치몬드대학교 교수는 중동 지역 여론은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경향이며,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따른 불만을 억압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국민 여론과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경향도 탄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 감수 : 김은비 국방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Reuters, Iran's Khamenei says normalising Israel ties is a losing bet - state media, 2023. 10. 04.
The Cradle, Iran strengthening ties with Saudi Arabia to 'prevent' normalization with Israel: FM, 2023. 10. 03.
The Times of Israel, Iran’s Raisi slams normalization with Israel as ‘reactionary and regressive’, 2023. 10. 01.
Reuters, Exclusive: US-Saudi defence pact tied to Israel deal, Palestinian demands put aside, 2023. 09. 29.
Middle East Monitor, Saudi-Israel normalisation means greater Middle East repression, experts say, 2023. 09. 26.
Al-Monitor, Saudi Arabia inches closer to nuclear power with wider IAEA access, 2023. 09. 25.
Middle East Monitor, Saudi Arabia: Middle East security ‘requires just solution to Palestinian issue’, 2023. 09. 25.
Al-Jazeera, Palestinians must not have veto over Arab-Israel deals, Netanyahu tells UN, 2023. 09. 22.
Reuters, Mohammed bin Salman says Saudi Arabia is getting 'closer' to Israel normalization, 2023. 09. 21.
The Times of Israel, Only way to solve conflict is independent Palestinian state, says top Saudi diplomat, 2023. 09. 19.
[관련 정보]
사우디 왕세자,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순항 중이라 발언 (2023.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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