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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주와 첼리스트의
된장 |
시골이 고향인 사람이라면 구수한 콩 삶는 냄새가 그리워질 때다. 대가족이 함께 사는 시골집은 11월 말에서 12월 초가 가장 바쁘다. 온
식구가 겨우내 먹을 김장은 물론, 일년 내내 먹을 장 준비에도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늦가을에 수확한 햇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내년 봄에
띄워서 간장과 된장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인이면 늘 먹는 된장·간장이어서 아무 때나 만들 수 있는 것 같지만, 이때를 놓치면 맛있는 장을 만들
수 없다. 메주를 띄우고 된장을 만드는 일은 도시인들로서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맛있는 장을 잘 고르고 잘 끓이는
일은 누구라도 할 수 있다. 맛있는 장은 어떤 것인지, 맛있게 끓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봤다.
# 찾아서
먹어볼까, ‘된장 명소’ 5곳 된장을 직접 담글 수 없다면 맛있는 된장을 찾아 사면 된다. 1년 넘게 전국 방방곡곡의 장 만드는 곳을
돌아보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보약, 된장의 달인들’(지오북)을 펴낸 푸드 칼럼니스트 이진랑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장독대를 돌보고 정성을
다하는 게 장맛의 비결”이라며 정말 맛있는 된장을 만드는 ‘된장의 명소’로 수진원, 메주와 첼리스트, 제비원, 성원식품, 호산죽염식품 5곳을
추천했다.
경기 양평의 수진원(031-773-3747)은 전 말표산업 회장인 고 정두화씨가 낙향해 만든 곳. 장맛의 90%를 좌우한다는 콩을
직접 기른다. 농약을 치지 않고, 직접 농사 지은 콩으로 만들 수 있는 만큼만 장을 담근다. 이 콩과 천일염, 물만으로 장을 담그는데 된장은
2년, 간장은 5년이 지나야 판매한다. 된장은 생생하고 순박한 맛이며, 간장은 색과 향이 진하고 맛이 달착지근하다. 강원 정선의 메주와
첼리스트(033-562-2710)는 스님과 첼리스트가 결혼 후 된장을 만들면서 유명해진 곳. 햇콩은 물론, 해남 천일염과 봄눈 녹은 물을
사용한다. 맑은 공기를 마신 이곳의 된장은 다른 된장에 비해 짙은 색을 띠며, ‘시골 된장 맛’의 깊은 맛을 낸다. 경북 안동의
제비원(054-841-2778)은 안동김씨 예의소승공파 30대 종부가 장을 만드는 곳. 무쇠 가마솥에 콩을 삶아 절구에 으깨고 목화솜 이불을
덮어 띄우는 재래식을 고수한다. 조선시대 종가의 세련된 장맛을 그대로 되살리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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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진원의 장이 익어가는 모습.(왼쪽) ◇ 보성
녹차된장. |
전남 보성의 성원식품(061-853-3529)은 이 지역 특산품인 녹차를 사용한 녹차된장으로 유명하다. 단순히 녹차와 콩을 섞은
것이 아니다. 둘의 만남이 얼마나 인체에 이로운지, 냄새는 얼마나 제거되는지, 녹차가 발효를 방해하지는 않는지 등의 연구를 거쳐 탄생했다.
녹차된장은 특유의 된장 냄새가 덜하고, 뒷맛이 짜지 않다. 또 녹차가 장의 고소한 맛과 단맛을 살려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맛을 낸다. 충북
괴산의 호산죽염식품(043-832-1388)은 죽염과 옻샘물을 사용해 몸에 좋고 독특한 맛을 내는 된장을 만든다. 옻나무 숲 옆에 있는 옻샘의
물은 위장병과 피부병, 염증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일반 소금이 아닌 죽염으로 만든 된장은 많이 먹어도 갈증이 나지 않고
구수한 맛이 강하다. 이 같은 ‘명품 된장’에 관심이 있다면 이들 된장 명소를 관광차 찾아가서 장 담그는 모습을 구경한 후 구입하는 것도
좋고 전화나 인터넷으로 장을 주문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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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죽염식품에서 내놓는 된장찌개
상차림. |
# 장을 맛있게 끓이려면 장맛이 찌개 맛의 90%라지만, 장만 맛있으면 될까? “아무리 해도 엄마가 끓여주던 그 맛이
안 나요.” 젊은 여성이라면 꼭 한 번은 호소했을 법한 말이다. 된장찌개는 어느 집에서나 먹는 흔한 메뉴지만, 맛이 모두 다르고 끓이는 방법도
다 다르다. 유명한 요리 전문가의 책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해도 맛이 안 나는 이유는 뭘까. 답은 ‘경험’과 ‘손맛’이다. 그러나 경험이 없다고
맛있는 장을 끓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장류 전문 레스토랑 ‘찌개에감동’의 강동석 메뉴개발팀장은 “장만 잘 고르면 찌개는 90% 이상
완성”이라며 “국산 콩만을 사용해 재래식으로 만든 된장을 고르고, 재료도 신선한 것으로 듬뿍 넣으면 기본 이상의 맛은 난다”고 조언했다.
강 팀장이 조언하는 찌개 맛있게 끓이는 법은 어렵지 않다. 쌀뜨물과 멸치 육수를 진하게 우려내 국물로 사용한다. 된장은 오래, 청국장은
잠깐 끓인다. 채소는 납작하게 썰어 넣어 장국과 재료의 맛이 서로 스며들게 한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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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비원의
된장 | 청국장은 무·약간 신 김치·두부만 넣는 것이 맛있고, 된장은
감자·무·양파 등 채소를 이것저것 넣어도 좋다. 고기는 재래식 된장·청국장과 잘 어울리지 않으므로 육수는 멸치나 조개로 만드는 것이 좋다.
돼지고기와 감자 등을 넣는 고추장 찌개를 끓일 때는 단맛 나는 시판 고추장은 피해야 한다. 고춧가루·메줏가루·물엿·찹쌀 외에는 다른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좋은 고추장으로 끓여야 텁텁한 맛이 없다. 간을 새우젓으로 하면 텁텁한 맛이 사라지고 개운한 맛이 난다. 취향에
따른 조리법도 알아두면 좋다. 걸쭉한 된장찌개를 좋아한다면 된장을 풀기 전 감자를 넣고 10분 정도 끓이면 감자의 전분이 녹아 나와 걸쭉해진다.
칼칼하고 얼큰하게 먹고 싶으면 고춧가루 대신 청양고추를 넣는다. 청국장을 자주 먹는 사람은 몸에서 요오드가 빠져나가는 현상이 올 수 있으므로
요오드가 풍부한 다시마를 넣어 먹으면 좋다.
[ 기사제공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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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구수한 냄새가 진동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