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그리스도의 제자는 순명을 통해 하느님께 영광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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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5/5/부활 제6주일·생명 주일/어린이날·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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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복음 15장 9-17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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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인 삶이 시작하는 순간
신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 영적 지도 신부님이셨던 파리 외방 전교회의 서봉세 질베르토 신부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신학교에 있는 동안, 하느님께 더 많이 의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신학교에 입학한 저에게 신부님의 그 말씀은 무척 낯설었습니다. 왜냐하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저는 언제나 제가 제 인생의 주인이 되어야 하고, 자아실현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더 많이 의탁하여야 한다”라는 말씀이 참으로 생소하게 들렸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제로 살아가며 서 신부님의 말씀이 얼마나 참된 말씀이었는지를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우리 삶의 주도권을 온전히 하느님께 맡겨드리고, 그분의 섭리에 온전히 의탁할 때 진정한 영적인 삶이 시작된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나중에 부활하시어 당신을 배반하는 죄를 저질렀던 베드로에게 “네가 젊었을 때에는 스스로 허리띠를 매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다. 그러나 늙어서는 네가 두 팔을 벌리면 다른 이들이 너에게 허리띠를 매어 주고서,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요한 21,18) 하고 말씀하십니다. 이 다음에 나오는 말씀은 이러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어, 베드로가 어떠한 죽음으로 하느님을 영광스럽게 할 것인지 가리키신 것이다.” 하느님께 우리의 모든 앞일을 맡겨드립시다. 우리가 삶의 주도권을 하느님께 온전히 맡겨드리고, 주님의 섭리가 이끄는대로 걸어가기 시작할 때, 비로소 우리는 주님께 영광을 드리는 참다운 제자가 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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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택 아우구스티노 신부(대전교구)
생활성서 2024년 5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