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거짓말, '중앙일보'의 엄살
“돈 없어 분리 어렵다”면서도 홍씨 가문의 골프장 등 신규투자 끝없다
(사진/보광그룹은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 일가의 소유이며 그 최대주주는 홍 사장이다.)
과연 '중앙일보'는 돈이 없어 삼성으로부터 분리가 불가능한 것일까. 그렇다면 지난 94년 삼성그룹과 '중앙일보'의
분리발표 이후 계속돼온 홍석현 사장 일가의 종합레저시설 등에 대한 수천억원 규모의 신규투자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건희 회장과 삼성계열사가 갖고있는 '중앙일보'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이 없다. 분리방침은 변함없지만
현재로선 어렵다.” 삼성이 벌써 3번째 분리방침을 밝히면서 매번 단 사족이다.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이 '중앙일보' 소유지분을
1%만 높이기 위해서라도 2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면서, 20%대에 이르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분만 인수하려 해도
어림잡아도 4백억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금만 있으면 인수할텐데 자금이 없다는 주장이다.
홍석현씨 형제들이 거느린 보광그룹
사실 '중앙일보'는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2월2일 신문사가 보유중인 삼성전자 주식 30만주(0.32%)를
팔아 2백69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고 증권거래소에 신고했다. 또 소공동의 옛 중앙일보 사옥에 대해서도 원매자를 구하고 있다고
한다. 일단 자금 때문에 지분정리가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중앙일보'가 새정부 들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분리방침을 밝혔던 94년이나 96년말이나 혹은 지금 당장 '중앙일보'의 홍 사장 일가에게 돈이 없는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한겨레' 취재진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홍 사장 일가는 그룹으로부터 '중앙일보'를 분리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에도 거액을 '중앙일보'와는 관계없는 사업에 꾸준히 투자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4월 삼성그룹의 위장계열사로 지목받은 보광그룹의 사실상 소유주는 홍석현씨. 홍씨는 96년 말 현재
16.14%의 주식지분을 갖고 있는 (주)보광의 대주주다. 보광그룹은 현재 실질적인 운영은 홍씨의 동생인 홍석규씨가 맡고
있으며, 그룹 계열사 주식의 대부분은 홍씨의 형제들이 골고루 나누어 갖고 있다.
보광훼미리마트의 경우 50% 지분을 (주)보광이 소유하고 있고 여기에 더해 홍석현씨 개인이 12.8%의 지분을
갖고 있다. 보광창업투자는 (주)보광이 10%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홍석현(13%) 홍석조 홍석준 홍라영 홍석규(각각
6.5%)씨 등 홍씨 형제들이 39%의 지분을 나누어 갖고 있다.
보광그룹은 홍석현씨의 부친이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인인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이 지난 83년 자본금
20억원으로 설립한 (주)보광을 모태로 해 89년 보광창업투자, 91년 보광환경개발, 94년 보광훼미리마트 등으로 확대됐고 지난
95년엔 광고대행사인 휘닉스 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보광환경개발과 보광훼미리마트의 경우는 각각 41.9%와
50%의 지분이 (주)보광에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96년 설립된 휘닉스 커뮤니케이션즈도 50%의 지분이 (주)보광에 있다.
광고대행업체로 일본 덴츠사와 합작해 만든 휘닉스 커뮤니케이션즈에는 30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이 회사는 지난 96년 한국통신의
광고대행업체로 선정되는 등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 레저타운 부지 위장매각 논란도
보광그룹은 (주)보광의 대표이사 겸 부사장, 휘닉스 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겸 사장을 겸한, 홍석현씨의 동생
홍석규씨가 일선경영을 맡고 있다. 보광그룹이 90년대 계열기업을 늘리며 팽창하는 속도는 놀랍기까지 하다. 보광그룹의 팽창속도는
‘돈이 없어서’ 그동안 분리작업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중앙일보'와 삼성그룹의 변명을 무색하게 만든다.
보광은 설립 당시 삼성코닝의 주식관리를 위한 지주회사 성격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이 회사는 본래의
설립목적인 주식관리보다는 스키장과 골프장 건설 등 종합레저사업, 편의점업계 진출 등 유통사업, 광고대행업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에 잇따라 손을 댔다. 이 회사들이 설립된 시기나 벌이는 사업규모는 ‘분리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삼성그룹과
'중앙일보'의 논리를 또한번 무색하게 만든다.
보광환경개발은 (주)보광이 강원도 평창군 일대에 소유한 5백만평 규모의 땅에 2천억원 이상을 투자해
종합레저타운을 만들기 위해 지난 91년 설립됐다. 종합레저타운을 조성하기 위한 이 부지는 지난 90년 5월 정부의 재벌보유
비업무용부동산 매각(5·8조치) 때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중앙개발이 보유하고 있다가 서둘러 (주)보광에 넘긴 곳이다. 처남 회사의
땅을 매제 회사에 팔아치웠다하여 위장매각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던 곳이기도 하다.
보광환경개발은 이곳에 (주)보광이 추진하던 종합레저 및 스포츠 관련사업 등을 전담해 스키장과 콘도, 골프장이
함께 있는 종합레저타운을 짓기로 하고 94년 12월 공사를 시작했다. 일반인들에겐 ‘보광피닉스파크’로 알려져 있다. 종합휴양시설
개발을 위해 투입된 액수는 2천3백70억여원.
보광그룹의 확장은 멈추지 않는다
5백만평 규모 부지 가운데 1백20만평 가량을 차지하는 피닉스파크는 18홀 규모의 골프클럽(33만평)과 19면
슬로프 스키장(56만평), 대규모 콘도(7백56실 규모) 볼링장 수영장 호텔 쇼핑몰 등이 있는 종합레저단지로 만들어졌다.
종합레저타운조성 1차사업 결과 지난 95년 12월 스키장과 연수용 호텔, 콘도, 쇼핑센터, 옥내외 수영장 등 일부시설이
개장됐다.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골프장도 오는 5월 개장할 예정이었으나 경기침체 여파로 공사는 일시 중단된 상태다.
이에 대해 언론계에서는 “삼성으로부터 분리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골프장이나 스키장을 짓는 데 돈을 투자하는
대신 삼성 이건희 회장의 '중앙일보' 지분을 인수했을 것”이라고 '중앙일보'와 삼성그룹을 꼬집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시점은 '중앙일보' 분리방침 발표 직전이었다.
(주)보광이 벌인 또하나의 사업은 편의점과 자판기 운영이라는 유통업. 지난 90년 ‘훼미리마트’라는 이름의
상호를 내걸고 편의점업계에 뛰어든 (주)보광은 지난 94년 12월 62억여원을 들여 보광훼미리마트를 설립했다. 이 또한
'중앙일보'와 삼성그룹의 분리방침이 공식발표되기 며칠 전이다. 국내 최대규모로 성장한 편의점업체인 훼미리마트와 자판기 영업을
전담하는 새로운 회사로 보광훼미리마트가 설립됐고 60억여원이 투입됐다.
(주)보광은 지난 94년 성업공사 공매에서 옛 비바백화점 건물을 2백81억원에 사들여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보광은 이 터에 지하 8층 지상 32층 규모로 현대적 설비를 갖춘 인텔리전트 빌딩을 지었다. 보광그룹의 새 사옥인
글라스타워 빌딩은 지난 95년 11월 준공됐다.
애초 삼성그룹이 분리시한으로 못박은 시기는 96년 말. 신문시장의 혼탁한 경쟁으로 촉발된 신문전쟁의 여파로 이해
8월 이건희 회장은 ‘분리방침’을 재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이 시한으로 설정한 96년 말을 두달 앞둔 시점에서도 보광그룹의
확장은 멈추지 않았다. 10월11일 보광은 30억원을 들여 또하나의 기업을 만들었다.
일본 덴츠사와 합작으로 설립한 휘닉스 커뮤니케이션즈라는 이름의 광고대행사가 그것이다. 휘닉스 커뮤니케이션즈는
홍석현씨의 막내동생이자 보광그룹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홍석규(42)씨가 사장을 맡았고 지난해 10월에는 한국통신의
광고대행업체로 선정돼 광고계를 놀라게 했다.
홍씨, 아직도 삼성코닝의 최대주주
여기에 더해 업계에서는 홍씨 등이 갖고 있는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만도 상당해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삼성으로부터의
분리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주)보광의 설립 배경에는 계열사 주식관리를 위한 지주회사로서의 성격이 포함돼 있을 정도였으니 홍씨
일가가 소유한 지분의 규모는 추정하기 어렵지 않다. 지금까지 드러난 경우만 보더라도 삼성그룹과 '중앙일보' 홍석현씨 등의 주식
교차소유양상은 매우 복잡하다.
사실상 홍씨 가문의 기업인 (주)보광은 95년 말 삼성코닝의 주식지분 37.15%(당시 1백40억원 상당)를
소유한 최대주주였다. 이 수치는 그동안 점차 낮아져 98년 현재 지분율은 29%대에 이른다는 게 삼성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98년 현재까지 삼성코닝의 최대주주는 (주)보광으로 아직까지 지분율은 29%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비상장인
삼성코닝의 주식은 액면가로 1만원이지만 시세는 이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형성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그룹과 '중앙일보'의 관계는 홍 사장과 이 회장의 주식교차소유에 그치지 않는다. 보광그룹뿐만 아니라
'중앙일보' 자체도 삼성계열사의 주식을 갖고 있다. 에버랜드로 유명한 중앙개발의 경우 '중앙일보'의 지분율은 17.4%에
이른다.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씨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지분이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지분율이 가장 높은 '중앙일보'는 반대로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 가운데 상당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앙일보'는 지난 1월 말 자금 마련을 위해 팔아치운 30만주 이외에도 삼성전자 주식 14만4천여주를 더
갖고 있다. 8만원 정도만 잡아도 1백억원을 넘는 액수다.
“주식만 맞바꿔도 분리는 당장 가능”
이에 따라 언론계에서는 “홍 사장이나 '중앙일보'가 가진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을 삼성그룹 계열사나 이건희 회장
등이 가진 '중앙일보' 주식과 맞바꾸기만 해도 분리는 당장이라도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돈이 없다는 논리는 분리를 하지 않겠다는
궁색한 변명일 따름인 것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94년 말 자동차사업 진출을 위한 기술도입신고서를 내면서 그룹이나 이건희 회장 등이 보유한
'중앙일보' 주식을 96년까지 완전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동안 지분정리가 어렵다는 현실론을 내세워 아직까지
'중앙일보'를 삼성그룹에서 분리하지 않고 있다.
현재 '중앙일보' 소유구조는 홍석현씨 23%, 이건희씨 20.3%인 96년 말의 상황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갑작스런 자동차사업 진출에 따른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해서건, 재벌의 언론사 소유에 대한 국민의 고까운 시선을
의식해서건 '중앙일보'와 삼성그룹의 분리방침은 몇차례 대외적으로 발표됐다. 그러나 막상 실행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당사자들은
돈이 없다는 현실론을 내세우며 버텨왔다.
‘돈이 없는 와중에도’ 골프장과 스키장 등을 짓는 데는 30억∼2천억원대라는 대규모 투자가 계열사를 통해
이뤄졌다. '중앙일보'와 삼성그룹쪽의 ‘분리방침’이 언론계에서 ‘믿을 수 없는 약속’으로 간주되는 데는 삼성그룹이 그동안 이
발표를 몇차례나 재탕한 탓도 있지만, 실제로는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이 ‘돈이 없는’ 와중에 엉뚱한 데는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다.
송현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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