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장수의 보편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 역시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중이다. 건강한 노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노인환자 가운데 약물을 한꺼번에 4가지 이상 복용하는 비율도 상당히 높다. 이른바 100세 시대에 약사가 주목해야 할 역할은 어떤 것이 있을까? 고령화시대 약사가 주목해야 할 주요 내용을 시리즈로 다루고자 한다. [편집자 주]
노화가 되면 눈물샘의 부피가 줄고, 눈물선의 기능이 서서히 저하되어 눈물의 분비가 감소된다. 또한 말초신경반응 감소로 각막의 감각이 저하되고, 면역체계의 변화로 여러 염증성 매개체들이 증가하여 안구표면이 손상될 경우 쉽게 염증이 발생된다. 염증성 매개체의 증가는 눈물 막의 점액 분비를 감소시키고, 눈물의 오스몰 농도를 증가시켜 안구표면을 건조하게 한다.
이러한 염증과 안구건조의 악순환은 각막염을 비롯하여 각막혼탁, 심한 경우 시력을 상실하게 한다. 따라서 안구건조는 단순히 노화 과정에서 오는 증상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안구건조의 예방과 조기발견 및 조기치료 등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연령의 증가가 안구건조를 유발하는 위험요인으로 보고됐으나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노인을 대상으로 안구건조 관련 요인을 살펴보는 연구는 미흡하고, 연구의 대상들도 대부분 대학생들이나 50대 이상의 폐경기 중년 여성, 근시 교정술 또는 백내장수술을 한 환자 등이다.
국외의 경우에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안구건조와 관련된 요인을 분석하거나 안구건조 증상이 있는 대상자를 선별해 결과를 보고하는 등 일관된 연령대를 포함하지 않은 연구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노인을 대상으로 안구건조 정도와 그 관련 요인들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 사료된다.
안구건조는 신체적인 증상뿐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도 유발할 수 있는데, 특히 안구건조로 인한 스트레스는 우울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눈물분비 감소가 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안구건조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경우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연구에서 스트레스, 불안, 우울의 심리적 상태가 안구건조 발생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돼 있으며, 또 다른 연구에서는 불안이나 우울로 치료받는 환자의 경우 안구건조 정도가 증가된다고 했다.
또한 안구건조가 우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직무스트레스, 수면상태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하며 결과적으로 안구건조는 정서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다. 노인의 우울은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높은 회복률을 보이나 이를 방치하게 되면 신체적 기능을 악화시키고,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따라서 노인의 우울을 예방하기 위해 안구건조가 우울과 관련이 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
시력 관련 삶의 질은 시력에 의존한 일상생활 수행과 삶의 질의 척도다. 각막이식 수술 환자는 건강인에 비해 시력 관련 삶의 질이 낮게 나타났고, 녹내장 및 백내장 수술 후의 삶의 질이 증가했다. 또한 결막이완이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안구건조 정도가 높았는데 이 때 시력 관련 삶의 질은 감소된 것으로 보고했다.
이처럼 눈에 이상이 있을 경우, 시력 관련 삶의 질이 감소함을 알 수 있다. 안구건조는 시력을 손상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노인의 안구건조 역시 시력 관련 삶의 질과의 관련성을 살펴봄으로써 노인의 삶의 질을 증진시켜주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안구건조는 단순히 눈물 부족뿐 아니라 생활환경적인 요인으로 발생이 증가한다. 반면 대부분의 노인들이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안구건조는 불편한 증상을 느낄 뿐 아니라 이차적인 문제점이 발생돼 개인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안구건조를 유발하는 관련 요인을 파악해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수행될 수 있도록 조사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번 회에서는 '건강 100세 시대에 대한 약사의 역할' 중에 안구 건조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본 내용은 대한 의학회와 보건복지부, 서울대 병원 안과, 조선대 의대 안과학 교실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하였다).
Ⅰ. 안구 건조증의 개요
안구 표면을 덮고 있는 눈물막은 안구 표면을 보호하는 동시에 각막에 영양을 공급하고 선명한 시력을 제공한다. 눈물막은 구성 요소가 다양하며, 눈물 분비 또한 세심하게 조절되어 안구 표면을 건강하게 유지한다. 눈물 생성이 부족하거나 증발이 많아지는 경우, 또는 눈물막의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경우 '안구건조증'이 발생한다.
안구건조증은 흔히 '건성안'이라고도 불리며, 결막건조증(Xerosis conjunctivae)으로 상피성건조증과 실질성건조증으로 나눌 수 있다. 눈물막의 문제로 인해 안구 표면이 손상되고 눈이 불편한 증상이 생긴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눈의 건조감, 이물감, 뻑뻑함, 작열감, 충혈, 피로감, 흐려보임 등이 있으며, 환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최근 들어 환자들이 안과를 찾는 가장 많은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안구건조증이다. 요즘 사람들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에 노출될 뿐 아니라, 냉난방이 잘 되는 빌딩이나 밀폐된 사무실 속에서 항상 건조한 환경 아래 생활한다. 이런 생활 환경은 안구건조증이 발생할 위험을 높인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는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 등 다양한 디지털기기를 끊임없이 사용하므로, 우리는 눈을 뜬 채로 계속 무언가를 읽고 본다. 이 또한 안구건조증의 발생을 더욱 부추긴다.
안구건조증은 일반적으로 눈물 생성이 줄어드는 중년 이후 여성에서 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현재는 생활 환경, 생활 습관, 약물 복용, 시력교정 수술, 만성 결막염, 눈꺼풀 염증, 전신 면역 질환 등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 남녀노소 구별 없이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한 대학병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도시 인구의 80% 이상이 안구건조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현대인에게 흔한 질환이 됐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2022년)에 의하면 건성안 환자의 진료환자 수는 약간 감소 추세에 있다. 환자의 약 66.5%가 여성이며, 50~80세까지가 전체 환자의 과반수(50.7%)를 차지한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건성안 환자의 수는 증가한다. 특히 갱년기 이후의 여성과 백내장으로 인한 수정체 치환환자에 있어서 건성안은 매우 심각하고 고통스런 증상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