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껌 광고 하나가 소비자를 놀라게 했다. 우리가 씹는 껌의 재료가 ‘비닐’이라는 사실을 폭로(?)한 것. 지금까지 비닐을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니, 유해성 유무를 떠나 조금 껄끄럽다. 껌과 건강의 연관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과자의 유해성 논란 때문인지 2009년은 프리미엄 과자의 등장이 큰 이슈였다. 그 와중에도 껌은 유해성 논란과 거리가 먼 듯 보였다. 단물이 빠질 때까지 씹고 뱉어 버린다는 특성상 섭취하는 식품이라는 인식이 적기도 하다. 그러나 2010년 초부터 껌 시장이 시끄럽다. 최근 한 제과업체가 치클 껌을 출시하면서 이전까지 전혀 언급하지 않았던 껌 원료에 논쟁이 붙은 것이다. 지금까지 껌의 원료는 하나라고 생각했던 소비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껌은 껌 베이스와 정제당, 첨가물로 만든다. 껌 베이스는 껌을 만드는 기본 물질로 껌에 적당한 점성과 탄력을 갖게 해 씹는 질감과 맛을 낸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연구로 유명한 미국의 벤 파인골드 박사는 그의 저서에서 껌은 1회 섭취량이 적다는 이유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첨가물이 고농도로 사용된다고 밝혔다.
특히 민감한 체질이나, 유소아에게서 껌에 대한 민감한 반응이 자주 일어난다. 껌을 잘 삼키는 저연령대 아이들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후델식품연구소 안병수 소장은 그의 저서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에서 “껌 베이스에는 초산비닐수지, 폴리부텐, 폴리이소부틸렌, 에스테르검, 왁스 등의 성분이 들어간다. 초산비닐수지 자체가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중합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초산비닐수지 단위체’라는 물질이 남아 건강에 해를 입힌다. 실제 초산비닐 단위체는 점막을 손상시키고 암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다”고 적고 있다. 아직 국내에는 기준이 없지만 일본은 초산비닐수지 단위체의 잔류량을 5ppm으로 제한한다.
우리나라는 원료 사용에 특별한 제한이 없고, 모두 똑같은 재료로 껌을 만들어 팔았기 때문에 그동안 껌에 대한 유해성 논란은 전무하다시피했다. 그러던 중 천연 치클을 넣은 껌이 기존 껌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치클과 자일리톨은 모두 나무에서 얻는 수액이지만, 껌에서 기능은 다르다. 멕시코 사포딜라 나무 수액인 치클은 질감을, 핀란드 자작나무의 수액인 자일리톨은 맛을 낸다. 자일리톨은 설탕처럼 달지만 충치예방 효과가 있다.
한 제과업체의 자일리톨 껌을 살펴보니 자일리톨 함량이 60%다. 그렇다면 천연 치클 껌의 치클 함량은 얼마나 될까? 천연 치클 껌 성분 표시에는 ‘껌베이스 전체의 14%’라고 적혀 있다. 그밖에 합성착향료, 합성착색료, 합성산화방지제, 설탕 등을 넣지 않았다고 표기되어 있다. 보통 껌에는 일반 식품의 0.1%보다 10배나 높은 1%의 향료가 들어간다. 껌은 삼키지는 않지만 이런 화학물질이 침에 녹아 섭취될 확률은 매우 높으므로 색소나 향료의 첨가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천연 치클 껌은 제품 패키지에 껌베이스의 전체 원료 리스트를 공개하지 않아 약간의 의문을 남겼다. 식약청은 올해 중으로 산화방지제 등 식품첨가물을 사용한 제품의 자세한 성분을 공개할 예정이다. 그때까지 천연 치클 껌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잠시 미뤄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