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길에서 만나는 소소한 기쁨...
햇볕도, 바람도 참 좋다.
앵도 입술이 주렁주렁 가지에 줄 섰다.
우물이 없을 뿐이다.
아직 새콤 뾰루통하지만
내일 모레면 완숙한 맛을 입안에 뿌려줄 것이다.
오가며 두서너 알씩 입안서 오물오물 세월을 되새김질하다 보면
지나칠 수 없는 황홀한 장미 군락을 마주한다.
지나는 모든 이들을 위한 도열이다.
그러나 따사한 초여름 오후 볕은 사람들을 물리었다.
홀로 지나간다.
일찌기 거의 무향인 줄 알고 있지만서도
가지를 끌어다 코 끝에 불러본다.
내겐 무향일지라도 무향은 아닐 것이다.
검정 눈물을 흩뿌린 이유는
나 살던 곳을 떠나 홀로 있는 때문일까?
어쩌다 뽕나무가 예 있을까?
원향 그리는 지긋한 뽕나무 마음이 검게 익어간다.
해를 지낼수록 오디는 작아지는 듯 하여 아리다.
줄기를 끌어와 두서너 송이를 건드리니 손바닥에 들어온다.
앵도와 달리
완숙한 맛을 입안에 뿌려주었다.
이를 핑계로 나는 에둘러 다닐 것이다.
그리곤 앵도와 오디를 입안에 삭이며
옛적을 곱씹어 되새김질 할 것이 다름 없다.
하하!
나의 입쁜 방앗간!
갖가지 아이스크림이 항상 입쁘게 단장, 정렬, 도열하고 반가이 맞는다.
오늘은...
내가 자주 앉는 자리에
백장미, 연분홍장미, 빨강장미가 나란히 피어 있는 곳이다.
그 중에도 조 자리 뒤에는 연분홍장미가 있는데...
오늘처럼 바람이 좋은 날엔
연분홍장미 향에 온 몸이 휘감기기도 한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앉아 책장을 펼치니...
초등학생들 쉬는 시간이 되어 조잘대는 소리가 정겹더라.
종소리에 조용해지니...
참새 쌍들이 짹짹이고, 뽀뽀하고, 벤치 아래를 오가더니...
직박구리 쌍에... 까치 쌍에... 까마귀 쌍에... 물까치 쌍까지...
오뉴월 새들의 산란기가 오니...
저들도 색시새를 아끼느라 보기 좋은 모습이더라.
농익은 향이 아닌 사탕 같은 향이라고나 할까...
못내는 연분홍장미를 뒤로 하고...
도서관 길에서 만난 소소한 느낌을 나눠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