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속에서
“아빠, 오후에 시간 있으세요?”
“응, 뭔데?”
“제가 늦게 퇴근하는데, 원이 좀 데리고 있으시라구요.”
”그래라“
작은딸과는 늘 이런 대화가 오간다.
큰딸 손주들을 데리고 있는지라
가끔은 작은 딸이 이렇게 끼어들기 하는 거다.
건들거리는 건달신세로 몸이 불편하지 않으면 무슨 상관이랴.
허나 찬바람 쏘이지 말고 말을 자주 하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가 있는지라
조심 중인데, 작은딸의 부탁이니 어쩌랴.
”원아, 영화 하나 보러갈까? 쿨럭“
”무슨 영환데요?“
”응, 코코라는 영화인데, 흔들리는 의자에서 보는 재미있는 영화야“
그래서 가까운 롯데 몰 극장가에 데리고 갔던 거다.
영화 줄거리는
꼬마 코코가 가족들과 함께 화목하게 살아야 한다는 가훈을 저버리고
기타연주자가 되기 위해 집을 나선 뒤에
저승까지 이르러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크루즈를 만나지만
실은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는 코코의 할아버지인 헥톨이며
헥톨의 음악적 명성을 크루즈가 훔쳐간 사실을 밝혀내면서
코코는 저승에서 다시 이승으로 돌아와
할아버지의 명성과 함께 가족 품에 안긴다는
이야기였다.
”누구나 자신의 의지를 품고 꿋꿋하게 살아가야 해“
”네“
”사람은 가족들과 함께 화목하게 살아가야 한단다“
”네“
”코코처럼 자신의 의지와 가족의 바람이 어긋나면 어찌 할까?“
”글쎄요“
”그건 자신이 알아내야 한단다. 그러기 위해 공부하는 거지.“
”이승과 저승을 아니?“
”네“
”아는구나, 저승은 사후세계라고도 하고, 천당과 지옥이 있다고도 하고,
영화에서처럼 이승과 다름없는 모습이기도 하단다. 생각하기 나름이지.“
”네“
”이승에서 잘못하거나 남에게 해를 끼치면
저승에 가서라도 욕을 먹거나 망신을 당한단다.
영화에서 남의 명성을 훔친 저승의 크루즈처럼 말이다.“
”네“
”영화가 아니더라도 살리에르는 모차르트를, 로댕은 까미유를 샘하고
이순신도 많은 샘을 당했지.“
”네에“
"허나 남을 샘하지 말고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가야지."
"네에"
영화에 이어 스낵코너에서 간식까지 먹으며 아야기를 들려줬지만
이놈이 알고 하는 소린지 모르고 하는 소린지
내내 네 네만 되풀이하는 거였다.
돌아오려니 겨울비가 내렸다.
지난세월 내내 다독이고도
휘적거릴 것 없이
그렇다고 사붓사붓
머뭇거릴 것도 없이
철벅철벅 걸어오는 이 누구던가
톡 톡 톡
메마른 창문 두드려보지만
일그러진 눈길 차갑기만 한데
하얗게 피워내지 못한 눈물
서러워 말지니
내일이 오늘이 되듯
어제가 오늘이지 않는가
시간은 시간을 잡아먹으며 소멸할지라도
기억은 기억을 낳으며 소생하는 법
뭍 밑에 스며들면
내일로 피어나리라. / 졸시 '겨울비' 전문
그때도 겨울비가 내렸다
시국마저 음산했던 그 해 겨울
내가 겨울비던지, 겨울비가 나를 맞았던지
그것이야 가릴 것도 없지만
하얗게 눈으로 피워내지 못한 너와 나는
창문 사이로 마주보고 있었던 거다.
그 겨울비는 이미 밑으로 스며들어 꽃으로 나투고
또다시 겨울비가 내리는데,
나는 오늘도 겨울비를 마주하며 중얼거릴 뿐이다.
하얗게 피워내지 못한 겨울비...
첫댓글
발밑에 사그라 소리를 들으며 밤새워 걷고 싶구나 너는 매정
하구나 어쩌면 뒤 한번 돌아보지도 않고 저리 무심하게 가버리느냐
천년을 기다려 한 마리 학을 접었더니 어느 날 소리 없이 날개처
버린 것이 바로 너를 동반하려 했구나.아아 조락의 쓰라림이여
저도 이상하게 비 오는 날이 좋습니다. 그것도 사방이 깜깜하게
흐려지며 퍼붓듯 내리는 비 말입니다 옛날 자라던 시골집 창호지문
바로 위초가지붕밑에 비 들이치지 말라고 쳐놓은 양철 판이 하나
달려있었는데 비가 오는 날이면 빗방울과 이 판이 만들어내는
화음은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forehead의 음률은 저리
가라였습니다.
오늘아침에도 억수로 갈겨대는 빗속을 걷고 싶은 마음입니다
글선물 감사합니다
~단결~!
비는 카타르시스지요.
무언지 시원하게 쾌적함을 불러 오는 그런~
그렇지만 저마다의 다른 추억이 실려서 다른 느낌이기도 할 테고요.
겨울비는 왠지 스산하고 처량맞은 거 같습니다
도반님 말씀대로 눈이 되지 못한 비
이 것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일까요?
그래도 저는 눈이 오는게 싫습니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눈길 교통사고
저도 당해봐서 알지요
운전하시는 분 들에게
눈은 재앙입니다
손자분과 함께 하신 영화감상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
참 정겹습니다
일종의 미완성이니까요.
현실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사실
폭설이라면 안전을 크게 해하지요.
그런데 나이 들어가니 비든 눈이든 추위가 제일 싫데요.
그 손주가 고 1이 되어 캘리포니아에 가 있는데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거긴 아무래도 위도가 위이니 눈이겠지요 .
그래도 고립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빗소리는 왜그리 정겨운지
저는 비오는 날이면
꼭 고향 생각 납니다
오늘은 방콕하면서 영화 보았지요
선배님 손자분과 영화관
나들이
선배님 인성이 좋으신 분임이
보여집니다
오늘 참 예쁜 수고하셨습니다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비도 오고... 잘하셨네요.
12월의 겨울비는 흔치않죠.지구가 점점 뜨거워 진다는데
결울답지않은 겨울비가 인류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 생각듭니다
손자와 영화감상 참 정겹군요
이제 내일은 혹한이랍니다.
할아버지 말씀에 공손히 답하는 손주가 귀엽습니다.
아름다운 한 장면입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귀여움 받으려고 그러는거지요.ㅎ
겨울비 시어를 음미하면서 읊어 봅니다
감미롭습니다.
피워내지 못한 눈물,,,,,,,,,
내일로 피워나리라.....
손자와의 대화를 잊게 만드는 시어에 한참을
머물다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네에, 무엇이든 잘 이뤄지길 바라요.^^
저도 손주 키울때 손주와 함게 코코라는 영화 보았지요
그리고 손주 좋아하는 음식 함께 먹으며 참 행복 했답니다
아이들이 커서 이제 그럴일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그추억 얘기하며 웃곤 한답니다
다음주 토요일 아이들과 여행 계획이 있어요 그래서 벌서 들뜬 기분이랍니다
그 영화가 만화같지만
어린이들에겐 좀 어려워요.
사려 깊고 따뜻한 일상의 이야기,
그리고 곁들여진 걸작詩 한 편,
그냥 사는 이야기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 압권입니다
아이구우 부끄럽습니다.ㅎ
전 한명뿐인 외손주가 어려서부터 잘 웃지를 않아
속상했는데 영화 구경도 하고 대화를 나누는 손주가 대견 하네요 대답도 잘하고 비오면 손자보다 친구랑 따스한차 한잔이 더
좋은데 ...
이젠 다 커서 재미없데요.
어른들끼리나 만나야지요.ㅎ
감기는 나가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