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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기행 - 백일장)
인생(人生)이란
1.
등 떠밀려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도자 없는 긴 여행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낯선 여행길에는 환희와 고단함 그리고 세상과의 소통이 함께 공존하기 때문이다.
인생은 다른 표현으로 삶이라고도 하니, 살과 알음 즉 육신으로 평생을
터득하며 살아가라는 의미가 아니던가.
그 삶을 알아가는 여행길이 때론 버겁기도 하였지만,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그동안 짊어진 내 인생 배낭에는 필요 없는 것들이 많았다. 배낭을 풀어 쏟아내고 다시 꾸리려 한다.
아직은 더 가야 할 여행을 위하여….
2.
인생이란 희망이다. 실패를 성공으로 이끄는 묘약이요, 가진 것 없는 빈손일 때도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마법 같은 것이 희망이다. 사람은 음식 없이 40일, 물 없이 3일, 공기 없이 5분 까지는 견딜 수도 있다고 한다. 한데 희망 없이는 단 1분도 살 수 없는 게 인생이 아니던가? 희망이 없다면 비록 목숨은 붙어있다 해도 산송장에 지나지 않으리라. 어떤 역경 속에서도 내일이면 다 괜찮아 지리라는 희망을 가질 때 살아지지 않던가. 어차피 희망과 동거하는 게 인생이라면 보다 원대한 희망을 품고 살아보는 건 어떨까?
3.
인생은 사생대회이다. 태어나면서 우리에겐 딱 한 장의 빈 도화지가 주어진다. 우리는 평생에 걸쳐 그 화폭에 나만의 인생이라는 단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고 떠난다. 거기에 단순한 드로잉만 하든 다채로운 채색을 하든, 수채화처럼 은은한 그림이든, 강렬한 유화든, 모호한 추상화든, 그것은 각자의 몫인 것이다. 처음에는 부모나 선생님 등 주위사람의 도움을 받아가며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나만의 구도로 나만의 개성으로 나만의 안료와 색상을 선택하여 화폭을 채워나간다. 잦은 지우개 자국으로 얼룩도 지고 덧칠도 불가피할 때가 있다. 때론 그 도화지를 찢어버리고 새 도화지를 받아 새로운 그림을 시작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남의 그림을 곁눈질하고 흉내 내느라 결국 모작(模作) 인생을 사는 이도 적지 않다. 평생 구상만 하다가, 혹은 낙서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 나는 나의 미완성의 화폭에 가능한 다양한 색을 써서 강렬하고 개성 넘치는 그런 걸작을 그리고 싶다.
4.
인생은 산모産母의 진통陣痛으로 시작산통産痛으로 세상에 태어나고 어린나이에 때 이른 사춘기의 고통苦痛을 안고 고삼병高三病으로 대학진학의 고통苦痛을 겪고 등록금 걱정으로 모진 세파에 시달리고 대학 졸업하니 취업걱정 직장 잡아 살자니 내 집 마련 언제일고? 총각신세 면하려하니 온다는 여자 없어 이제나 저제나 연금복권이라도 터지면…….
인생은 고통苦痛, 고뇌苦惱의 연속인가?
잠 못 이루는 가을 밤, 외로움만 커가네.
5.
홍도 해변에서다. 동굴 입구에 거꾸로 매달린 이상한 나무를 보았다.
빈 깍지만이 날아오르듯 허공을 힘껏 차보지만, 제자리에서 맴 돌뿐, 힘에 겨운 몸짓은 사뭇 임종 직전 환자였다.
이상한 나무는 해원의 끝을 쉼 없이 바라본다. 결단코 씨앗을 육지로 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헛수고였다.
포기하지 않았다. 오십 년 세월을 등대 불빛만 응시하며 고독과 사투를 했다. 몸을 비틀어 좁은 동굴 밖으로 나가려 몸부림쳤다. 나무는 이상한 모양이 되어 버렸다.― 거꾸로 매달린 채 작고 뒤틀린 못난 나무다.
어부가 본 후, 이상한 나무는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어느 날, 거꾸로 자란 이상한 나무를 보려는 많은 사람이 몰려왔다. 이상한 나무는 고가의 분재가 되어 있었다.
한 사내가 거꾸로 매달려 살아가고 있다.
'인생이란 무엇이냐,' 한 사내가 거꾸로 내게 묻는다.
6.
눈이 시리도록 화창한 가을하늘이다. 불어오는 바람결에 노란 은행잎이 떨어지는 것을 안 보았다면 봄볕으로 느껴질 만큼 따사롭기만 한 한낮이다. 산그늘 아래 물든 울긋불긋한 오색단풍은 곧 겨울이 올 것을 알고 있는 듯이 더욱 고운 빛으로 모양을 내고 있다. 지난날 온 산야를 짙푸르게 하던 두꺼운 옷은 훌훌 벗어버리고,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하려는 것만 같다.
7.
젊은 시절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가? 가슴 답답하게 의문을 품었던 많은 날들이 있었다. 이제는 그리 궁금할 것이 없어져 버린, 조금은 가벼워진 나의 마음과 비슷하게 느껴온다. 어느 재벌 총수가 말년에 “무엇을 얻고 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는 인생길. 다른 누구보다 괜찮은 삶이었을 것 같은 그에게는 충만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 되었는데, 그도 인생의 해답은 못 얻었던가 싶었다.
8.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아쉬움이 있는 것일까? 카스트레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인생은 --그리다 마는 그림--
인생은 새기다 마는 조각--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그려야해--.
그렇지 인생! 미완성일지라도 아름답게 그려가야지... .
9.
인생은 하회탈이다.
울며 나온 인생길을 그래도 웃으며 살아내야 하니까.
한 세상 살아가다 보면 어찌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겠느냐만
슬픈 일이나 가슴 아픈 일들은 다 녹여내고이왕이면 한 판 굿하듯이 신나게 살아내고 싶다.
오늘도 난 애써 웃어본다.
하회탈처럼.
10.
시골초등학교 운동장 같은 것.
어릴 적 한 세상만큼 넓어서 맘껏 뛰놀고, 꿈과 사랑을 키우던 그 곳.
나이 들어 되돌아보면 작고, 초라해 보이기도 하지만,
구석구석 희로애락이 숨겨져 있고 추억이 서려 있는 곳.
생의 통발 속으로 들어와 버린 지금.
빠져나갈 수도, 다시 되돌아 갈 수도 없지만 언제나 맘속에 남아 그리운 그 곳.
나의 인생.
11.
울음으로 터뜨린 탄생의 시작부터 걸음마길 지나고 배움의 학창시절 지식의 양식 쌓이고,
결혼과 육아의 길 인생의 노른자위인데 행복의 달무리임을 정녕 모르고 있었네!
이제 어느덧 인생의 가을 길에서 서녘하늘에 석양되어 지려하니 초조한 마음되어 서성인다.
인생의 추억이 차곡차곡 쌓이는 탑 위에 힘없는 돌조각되어 마무리 방해하는 병고!
파란 하늘 보며 미완성 인생 탑을 바램하며 미화한다.
무지개빛 인생의 연속이기를 기원하며 아직도 저 만치에 노을이 있다고 자꾸만 밀어 내고픈 석양!
인생이란 느낌표이며 물음표와 같고, 동쪽 산에 떠서 서쪽으로 지는 해님과 같다.
찬란한 빛이며 또한 먹구름인 것이 인생이며 사랑의 마음으로 행복과 기쁨을 누리는 여행 같은 것이 또한 인생이다.
아! 유수와 같은 인생이여-
12.
행복을 찾아다니는 하루의 방황이리.
욕심의 무기를 휘두르며 찾아 헤맨 한나절의 청춘!
청춘의 무지개는 사랑의 소나기가 남긴 물방울이리.
그 물방울 구슬의 영롱한 빛을 위해 구름을 밀어 내는 방황
해가 저물어 별이 빛나도 후회가 남는 짧은 하루의 빛.
13.
* 인생길이 만경창파에 떠가는 조각배와도 같다. 끝없는 험한 파도를 해쳐 가도 위로해줄 사람만 내옆에 있다면 천국을 가는 마음이요, 홀로 가는 길은 지옥같이 외롭고 쓸쓸하리라.
* 그렇기에 빈 잔에 무엇이라도 채워보지만 탐욕만이 남을 뿐이요. 사랑으로 가득 채워 마시고 또 마셔도 그리움만 남아 울먹이니 우리네 삶 ! 후회 없는 인생 없고 눈물 없는 인생 없다
* 누가 인생을 아름답다 했는가,누구라도 사는 동안 뼈아픈 시련을 겪어보았는가, 가슴 아픈 이별에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통곡해본일이 있었는가. 삶의 고통과 번뇌를 단 한번이라도 겪어보지 않고서 어찌 인생을 헤아릴 수 있을까.
* 그래도 인생이란 아무리 고통과 뼈아픈 번뇌가 있다한들 사랑의 씨앗을 심는 아름다운 심정(心情)으로 살아가노라면 언젠가는 행복한 피안(彼岸)에 닻을 내리고 내 마음에 꽃을 피우리라.
14.
산다는 건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것처럼 지루하고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아니했다.
삶은 부조리한 것이어서 “사막에 꽃을 피우는 마법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삶은 허상이 아니다.
현실이라는 딱딱한 뼈에 붙은 물렁물렁한 살집 같이 만져지는 것,
그러나 결코 부드럽지만은 않은 것,
삶은 자주 휘청거리게 하며 멍들게 하고 아프게 했다. 그러나 나는 인생에게 기꺼이 “소망” 이라는 이름을 붙여보았다.
세상을 향하여 소리치고 싶어질수록 말문을 닫고 내안의 우물을 들여다보며 소망아! 하고 낮게 불러보았다. 그때부터 인생은 소망으로 다가와 조금씩 친숙해졌다.
지금 나에게 인생을 묻는다면 소망이더라고 대답한다.
15.
젊음은 물처럼 흘러간다 하더니
꿈만 같았던 청춘의 시절은 추억이 되어 떠오르고
사노라니 희로애락(喜怒哀樂) 순간들이,
인생의 밑거름 되어 풍요롭다.
채운 것 비우고 또 비우려 하건만
구름처럼 떠돌다 가는 인생이 못내 아쉬워
이 생각 저 생각에 그리움만 남는다.
16.
들 가운데 버려진 벌거숭이 아이가 있다.
살기 위해 발버둥 치며 큰 소리로 우는 모습이 안쓰러워 누군가 가슴에 안고 집으로 데려가, 먹여주고 입혀주고 달래주며 처녀가 다되도록 키웠다.
규수 되어 양반집에 시집가더니 비단옷에 금장식 부귀영화 누리다가 빈손으로 저승에 갔다.
들에 핀 꽃 한 송이 햇살과 비가 키워 주었다. 꿀은 나비와 벌에게 주고 들꽃 향기 날리면서 행복해 하더니, 씨앗 만들어 땅에 떨구고 무아로 돌아가 마른 옷 갈아입었다.
오남매 어머니, 자식 키우느라 눈물 땀 흘리며 가진 것 다 주더니 여우사리 보내고, 하늘 벗 삼아 홀로 무아경에 산다.
17.
꿈을 꾸는 것이라네.
사계절 순례자에 길을 걷고 있다.
봄에 어느 날 작은 오두막이 지어 졌네.
어머니 모태가 네 모퉁이 주춧돌이었네.
자존심의 벽돌이 벽을 쌓아 올리고
편견과 이기심으로 창문이 열려 있다네.
소낙비를 맞고 있는 허수아비 손이.
나에게 웃음보따리 선물 하네.
Hakim Time 잠시 나의 발길 멈추었네.
허위, 가식, 경직, 열매 한 보따리 새가 먹어 버리길.
진정성, 유연성, 민감성 열매 맺으려무나!
추운 겨울 지날 적에 허수아비 양식하려네.
18.
내 어머니의 골진 주름사이로 바람같이 흐르는 시간. 때로는 여드름이 빼곡한 아들 녀석 이마에서 천천히 가다 못해 아예 졸고있는 시간. 인생은 시간의 변화에 길들여지는 것.
세월의 흐름이 누구에게나 똑같은 시간으로 평등하게 나눌 수 없는 것이기에......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자전거와 같이 밀고 때로는 밀리나 결코 멈춰서는 안되는 바퀴의 숙명처럼 시간을 굴리고 굴리며 가는것.
그것이 인생이다.
밀림과 당김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이 시간의 결을 걸어간 나의 미세한 발자국들이 언젠가는 인생이라는 시간의 궤적을 완성하지 않을까?
18.
고단함이다.
한평생 살아가는 세상 영원한 것은 없다. 인생도 천태만상으로 변하더라.
함께 가는 인생살이 매사가 경주마 신세가 아니던가.
아등바등 삶의 고단한 일만 힘겨웠으리라. 모두가 부질없는 욕심에 억눌려 허리한번 마음 놓고 못 피었다. 세월에 힘겨운 훈장으로 주름살만 늘어나지 않았던가.
만추에 오색 단풍처럼 곱게 살려고 하였건만 황혼의 빈 손길도, 내 마음대로 아니 되는 법이더라.
철들면 지난 삶을 뒤돌아본다. 나보다도 내 주위의 사람과 남을 위한 고단함이 더욱 삶의 보람으로 여겨지더라.
첫댓글 교수님 노고가 많으십니다. 고맙습니다.
인생은 참으로 복잡오묘하고 다양한 모습이네요^^
이어놓은 글들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인생을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그려~, 그렇겠네, 고개 끄덕이며, 다시 한번 인생이란 단어를 되새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