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고향집에서 아버지 제사를 모시고 다음날 이른 아침에 이명산을 트레킹(trekking) 하였다 트레킹의 의미를 사전에서 보니 소달구지 타고 먼길을 여행한다는 뜻이다 나는 정상을 오르는 게 목적이 아니고 장비없이 산의 풍광을 즐기는 트레킹 중 천천히 걷다보니 나무와 풀과 꽃 하나하나를 눈에 담게 되고 온갖 지저귀는 새들이 내 귀를 즐겁게 하면서도 불국새의 슬프다 못해 피를 토하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가슴 저인다
거기에 고라니가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 귀를 쫑긋 하곤 쏜살같이 달아나 버린다
저 멀리 이명산 옆엔 전설속 한 여인을 사랑하다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해 죽어서 돌이 되었다는 상사바위를 쳐다보니
그 이명산 아래에서 소꼴 먹이던 유년시절 재넘어 월운마을에서 소꼴먹이러 온 깜직한 어느 소녀를 잊지 못해 꿈에 뒷산 가기를 반복했던 추억이 새롭다
이명산 아래 마을 주위를 병풍처럼 둘러싼 대나무 숲,어릴 적엔 아이들 학자금 밑천이었던 그 대나무들이 남쪽에서 부는 바람에 서석거리며 울고있다
그 숱한 세월의 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꽂꽂이 서있는 대나무처럼 나도 거친 바람에 흔들리지 말고 세상의 한 자리를 지켜야겠다
대숲에 둘러쌓인 마을의 사람들은 늘상 평온하기를 갈망하는 것 같이 적적한 이 아침에 물안개로 휘감겨 있다
하옇든 유년시절을 이동네에서 뛰놀며 보낸 나는 어릴 적부터 책 읽기를 무척 좋아 했다 초등학교 시절엔 논두렁에서 소꼴을 먹이면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본 담임선생님이 어른이 되어서도 그 때의 나를 칭찬할 정도였으니.
그런데 내이름도 '학삼'의 배울 학자인데다 우리 부락이 책 서의 서와 재실 재의 '서재부락'이라 책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하고 내 나름대로 억지지만 유추해보곤 혼자서 웃음을 지어본다
지금도 책을 잡았다 하면 불같이 읽어 버리고 하루종일 책을 잡고 있어도 지루하지가 않다
마을 능선엔 수백년 된 소나무 세 그루가 이 고을 역사를 대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웅장하면서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마을 어귀를 지나 화려하게 핀 능소화 덤불과 하이얀 감자꽃 핀 길을 따라 알알이 영글어 가는 이 여름,나도 그렇게 발갛게 익어가고 있다 부르튼 발바닥으로 세상의 길을 몸으로 열며 가슴 두근거리는 날들을 살고있다
마을을 빠져나와 주위를 살펴보니 이명산 산허리엔 실안개가 돌아감겨 있고 남쪽 아래엔 금오산이 우뚝 서 있으며 뒤에는 저멀리 지리산이 첩첩이 보이는데 이 세상은 온통 짙은 푸르름으로 색칠해 놓았다
이렇게 저세상에서도 나를 건강하게 지내도록 지켜주시면서 대자연의 섭리를 느낄 수 있는 능력을 물려주신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드리며 두 분의 묘를 바라보곤 영혼이 평안하시기를 기원하면서 트레킹을 맡쳐야겠다
정지용시인의 "Nostalgia-향수-鄕愁."를 이동원 박인수가 부른 그해 난 가슴저리게 좋아서 그 긴 가사와 노래를 암송하곤 지금도 잊지않고 즐겨 흥얼거린다 :
첫댓글 어린 시절 고향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멋진 서정적인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저도 잠시나마 소 앞세우고 망태지고 경북 두메의 동네 뒷산을 오르던 추억에 잠깁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인자 사진 다른걸로
좀 바꾸세요 흐흐
꼴망태기 매고 다녔던 소년의
모습 상상이안되요 ㅎ
하동에 있는 이명산?
하동과 옥천 들녘이 보이는 듯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저는 금오산이름이 나와서
구미정도에 있는 산인가 했습니다
지금계절 제가 젤 좋아하는 꽃이
능소화입니다
작은마당있는집에 살수 있다면
능소화넝쿨을 올리고 싶네요
저도 북한산 1~2구간을 걸었습니다
이제는 정상을향하기보다는
천천히 두리번거리며 식물 새 나무들과
함께하는기분으로 걷습니다
솔숲길이 참좋았습니다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능소화는 슬픈 전설이 서린인디
하긴 남이사 뭘 좋아하든
@야초 우리가 넘이가?
이런말 하믄 만인의 오해받을까나요?
고향선배님~~~~!!! ㅎ
어린 시절 책을 좋아하던 독서습관이
글을 술술 쓰게 만드신 듯합니다.
편안하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