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열하면 사라지는 파란색 '1번'
김태환 기자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한 민군합동조사단이 제시한 ‘결정적 증거’는 어뢰 스크류에 적힌 ‘1번’이라는 글자다. 이 증거가 제시되자 인터넷에서는 군발표를 못 믿겠다는 여론이 급격히 확산됐다.
합조단의 발표는 많은 논란을 불러왔는데, 그 중에서도 어뢰의 부식정도에 비해 글씨가 너무 선명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두 달 정도 지난 어뢰가 지나치게 부식된 점은 차치하고서도 250kg규모에 달하는 고성능 화약이 폭발하면서 발생하는 엄청난 고열이 있었음에도 글씨는 아무런 변색도 없이 너무 선명하다는 것이다.
<민중의소리>는 간단한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합조단이 제시한 어뢰 스크류와 비슷한 재질의 금속에 유성매직으로 글씨를 쓰고 열을 가해보기로 했다. 실험은 30년 경력의 선박 인양전문가 이종인(58)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와 24일 저녁 인천 연안부두 인근 작업장에서 진행됐다.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한 민군 합동조사단은 사고 해역에서 발견된 어뢰 일부분과 선명한 글씨를 ‘결정적인 증거’로 제시한 파랑색 매직으로 쓴 '1번'은 직간접으로 열을 가하면 탄화되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민중의소리
파란색으로 글씨를 쓴 스크류에 열을 가하자 10초도 안 돼 글씨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첫 번째 실험은 글씨를 쓴 스크류의 뒷면에 열을 가했고 두 번째 실험은 글씨 위로 열을 가했다. 두 실험 모두 결과는 같았다. 순식간에 글씨가 사라졌다. 유성매직의 성분이 열에 의해 탄화돼 사라진 것이다.
실험에서 열을 가하기 위해 용접기를 사용했다. 이 대표는 “천안함 정도의 배를 들어올려 자를 정도의 에너지가 발생했다면 엄청난 고열이 어뢰에서 발생했을 것”이라면서 “폭발이 시작된 부분, 즉 화약이 있는 몸체 자체는 시뻘겋게 달궈졌을 것”이라고 이번 실험의 근거를 들었다. 합조단이 밝힌 것처럼 물기둥이 100m 가량 솟아오를 정도의 폭발이 있었다면 폭발지점에선 이 대표의 지적처럼 폭발시 순간온도는 1,000℃이상까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설령 어뢰가 폭발 순간 튀어나갔다고 해도 1,000℃의 온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이 대표는 글씨가 사라진 결과를 보고 “어뢰는 터지지 않았거나 터졌을 때 전혀 달궈지지 않는 몸체의 한 부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실험에 사용된 스크류는 북한 선적에 붙어있던 것으로 이 대표가 소장하고 있던 것이다. 이 대표는 “북한 선적을 인양한 기념으로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행정선을 타고 70여명이 탈출했을 때 타고 내려왔던 선박의 것”이라면서 “스크류가 중국에서 수입했든 러시아에서 수입했든 북한이 사용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민중의소리>는 어뢰의 부식정도가 적당한지 알아보기 위해 또 다른 실험도 진행했다. 어뢰에 사용된 금속재질과 비슷한 알루미늄, 스테인레스 스틸, 철이 두 달간 해저에 가라앉아 있을 경우 어느정도 부식되는 지 알아보는 것.
합조단이 발표한 이른바 북한산 어뢰의 부식 정도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어뢰에 사용된 동일 재질의 금속을 이용해 직접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이 대표와 <민중의소리>는 세 재질의 금속에 1번이라는 글씨를 적고 인천 바다 갯벌에 묻었다. 이 대표는 어뢰가 터졌을 때 스크류가 열을 받았을 것이라면서 세 재질의 금속에 열을 가했다. 그는 “열을 받았다 급랭되면 부식이 표면에 더 빨리 일어난다”면서 “조건을 (어뢰와) 비슷하게 하기 위해 열을 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합조단 발표를 보고 “(스크류의)부식정도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심하더라”면서 “이 분야에 일하면서 많은 유실물도 찾아보고 그랬는데 궁금해서 실험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천안함 침몰에서 인양까지 걸린 시간을 고려해 50일이 경과한 오는 7월 13일 그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과연 한달 보름이 지난 금속의 부식 정도는?
김태환 기자
<김태환 기자 docu6mm@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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