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말리온 효과와 플라시보 효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 이야기에서 나온 용어 입니다. 지중해에 피그말리온이란 젊은 조각가가 살고 있었습니다. 볼품없는 외모를 지녔던 그는 사랑에 대해서는 체념한 채 조각에만 정열을 바쳤습니다. 그러다가 자신도 언젠가는 사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심혈을 기울여 여인의 나체상을 조각했습니다. 그 조각은 누가 보더라도 완벽한 여인상이었고 그는 정성스럽게 다듬어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그 여인상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가지게 되었고 나중에는 사랑의 감정으로 싹터갔습니다. 그래서 매일 꽃을 꺾어 여인상 앞에 바쳤습니다. 어느 날 섬에서 자신의 소원을 비는 축제가 벌어졌습니다. 피그말리온은 신께 그 여인상을 사랑하게 되었노라며 아내가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피그말리온은 여인상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손에서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놀란 피그말리온이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자 조각상에서 점점 따스한 체온이 느껴지며 사람으로 변해가기 시작했습니다. 피그말리온의 순수한 사랑을 받아들인 신이 그 조각을 아름다운 여인으로 만들어주었던 것입니다. 조각상이 살아 있는 여인으로 변하자 피그말리온은 결혼을 하고 파포스라는 딸을 낳습니다.
교육학 용어 중에도 이 신화에서 따온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교사가 어떤 학생을 '우수할 것이다'라는 기대로 가르치면 그 기대를 받은 학생은 다른 학생보다 더 우수하게 될 확률이 높다는 이론으로, 자성적 예언이라고도 불립니다. 무슨 일이든 기대한 만큼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던 학생이 선생님의 말씀 한 마디로 크게 분발해서 몰라보게 우수한 학생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관심과 기대감을 갖고 칭찬을 해주면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되어 분발하는 것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미국의 교육학자인 로젠탈(R. Rosenthal)과 제이콥슨(L. F. Jacobson)은 1968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하였다. 그리고 이 검사의 실제 점수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무작위로 뽑은 학생들의 명단을 해당 학교의 교사들에게 알려주면서 '지적 능력이나 학업성취의 향상 가능성이 높다고 객관적으로 판명된 학생들'이라는 거짓 정보를 함께 흘렸다. 몇 개월 후에 이들은 다시 전체 학생들의 지능검사를 실시하여 처음과 비교해 보았는데, 그런데 놀라운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명단에 속한 학생들은 다른 일반 학생들보다 평균점수가 높을 뿐만 아니라 예전에 비하여 성적이 큰 폭으로 향상된 것이다. 그것은 명단을 받아 든 교사들이 이 아이들이 지적 발달과 학업성적이 향상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정성껏 돌보고 칭찬한 결과 나타난 것이다. 그러한 사랑을 받은 아이들은 선생님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니까 공부하는 태도도 변하고 공부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결국 능력까지 변하게 된 것이다. 로젠탈과 제이콥슨은 누군가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 기대, 예측이 대상에게 그대로 실현되는 경향을 피그말리온 효과 (Pygmalion effect)라고 불렀다. 즉 자기 충족적 예언, 어떻게 행동하리라는 주위의 예언이나 기대가 행위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어 결국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든다는 이론이다. 다시 말해서, 처음에는 뭔가를 기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해도 마음속에서 믿고 행동함으로써 상대를 자신의 기대대로 변하게 만드는 신기한 능력이 우리 마음에 있다는 것이다.
피그말리온이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의 왕이자 뛰어난 조각가였다. 피그말리온은 자신의 눈에 비친 현실의 여자들이 모두 결점 투성이라고 생각하여 평생을 독신으로 살기로 작정하였다. 어느 날 그는 상아로 여성의 입상을 조각하였는데, 완성된 자신의 작품이 너무나 정교하고 아름다워 넋을 놓고 보다가 이 여인상을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고운 옷을 입히고 조개껍질과 구슬 장식을 달아주며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다루듯 소중하게 보살핀다. 아프로디테의 축제가 열리자 피그말리온은 제단 앞에서 신에게 기도를 올리면서 바로 제 상아 여인과 같은 아내를 달라고 빌었고, 그 소원은 상아 여인상이 인간으로 변함으로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칭찬의 효과를 표현한 것이지만, 거기에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따른다. 즉 믿음에 대한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해 100번의 칭찬이 필요하다고 하면, 100번의 칭찬을 하는 동안 전혀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린아이에게 글자를 가르칠 때 한동안 따라하지 못하다가 어느 한 순간부터 글자들을 알아보는 것처럼, 믿음을 가지고 기다리면서 지속적인 칭찬을 하고 있으면 일순간에 그 칭찬에 대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믿음과 기다림이 있다면, 긍정적 기대가 보여주는 엄청난 결과를 누구든지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피그말리온 효과는 영화로 만들어져 널리 알려졌다. 서양문화의 중요한 두 축을 형성하고 있는 그리스신화를 알고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데, 이러한 영화를 볼 때에도 또 다른 즐거움을 가질 수 있기도 하다.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꼽히기도 하는 쥴리아 로버츠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영화도 이러한 주제를 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영국의 극작가이자 사회비평가인 죠지 버나드 쇼는 이 피그말리온 이야기를 이용하여 5막짜리 희곡을 남겼다. 주인공인 히긴스는 음성 학자였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검증할 학문적 실험의 일환으로 가난한 소녀 일라이자를 자기 집으로 데려온다. 일라이자는 런던의 거리에서 꽃을 팔아 살아가는 하류 계층의 소녀였다. 히긴스는 일라이자의 엉망진창인 발음과 사투리, 빈민층 언어를 교정해서 귀부인으로 변신시키고 애초의 목표대로 사교계의 꽃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상아 처녀를 인간으로 변화시킨 피그말리온처럼. 그러나 그는 학문적 실험의 성공에 만족할 뿐 일라이자를 이성으로 대해 주지 않는다. 이에 실망하고 모욕감을 느낀 일라이자는 그의 곁을 떠나 버린다. 이들은 신화 속의 주인공들처럼 행복한 결말을 맺지는 못했다. 결말을 이렇게 처리한 것이야말로 날카로운 기지와 독설로 유명한 버나드 쇼다운 점이라는 평도 있다. 그런데 이 희곡은 정작 연극보다는 영화로 더 유명해졌다. 1964년 미국에서 뮤지컬 영화 로 제작되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청순한 얼굴을 가진 배우 오드리 헵번이 일라이자 역을 맡아 열연했다. 영화에서는 끝 부분이 신화의 결말처럼 해피앤딩으로 개작되었다. 즉 히긴스가 일라이자를 가르치는 도중에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희곡의 결말이 버나드쇼 다웠다면 해피 앤딩으로의 개작은 가장 헐리우드다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마음의 힘에 관한 이야기는 플라시보 효과로도 설명이 된다.
플라시보 Placebo효과는 화학적 성분으로는 아무런 효과도 없는 가짜 약을 복용하면 증상이 호전되는 현상을 말한다. 실험에 의하면 환자의 약 35%에 이러한 효과가 난다고 한다. 왜 이러한 효과가 나는지 모르고 있다가 1978년 캘리포니아 연구팀이 이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를 쥐게 되었다. 사랑니를 뺀 직후의 사람을 대상으로 진통제와 플라시보(가짜약)을 잇달아 주어 그 효과를 살펴 보았다. 그랬더니 플라시보를 복용한 사람의 1/3은 통증이 훨씬 가셨다고 보고 했다. 이 연구는 플라시보를 진통제라고 의심않고 믿는 바람에 뇌안의 엔돌핀의 진통작용이 일어났음을 명백히 보여 주었다. 진통제라고 굳게 믿어 버림은 "마음의 작용"이며 플라시보는 마음의 작용이 뇌의 물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으며 종래의 견해를 수정하게 만든 새로운 문제를 일으켰다. 지금까지 마음은 뇌물질의 물리화학적인 변화에 따라 발생되어지는 수동적인 존재에 불과하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이 실험은 그 다음의 역현상이 존재하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옻이 올랐던 사람에게 밤나무로도 옻이 오르게 하였다는 실험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 이 플라시보 효과에서 보여주는 는 것은 생리심리학적으로 와 다르다. 믿는다는 것은 잠재의식에 가까운 것이다. 또한 생각한다는 것은 이성이 지배하는 세계이지만 믿는다는 것은 직관적 의식, 감성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들은 과거의 오래된 체험에 대한 기억을 대뇌피질의 안쪽에 있는 대뇌 변연계에 저장하며 심층의식으로 자리 잡는다. 이러한 심층의식의 세계는 과학의 대상이 되지 못하거나 무시하는 분야가 된 것 같다. 플라시보 효과는 다음과 같은 면에서도 설명이 가능하다. 정말로 효과가 좋은 약을 사용하더라도, 그 약을 환자가 불신하고 있으면 약 70%의 효과밖에는 내지 못한다고 한다. 반대로 그 약을 환자가 절대적으로 믿고 있으면 130%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믿고 안 믿고의 차이에 따라서 두 배에 가까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새삼 마음의 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