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요다랍니다] 하나둘셋....아흔아홉...하나..둘셋...

[●요다랍니다]

그렇게 긴 내용은 아닌데, 좀 과다한 띄어쓰기 때문에ㅜㅜ스크롤 내리시는데 힘드실듯.ㅠ

참 흔한 주제이기도 하고, 뻔한 내용이기도 한데. 오래전에 써놨던 소설이라서요^^

음음. 그리고 당분간은 단편 소설방에 안들어올것 같아서. 맨 처음써놨던 소설을 올려봅니다^^

다른 단편과는 달리 수정도 제대로 안됀 소설이라 실력이 좀 부족하긴 하지만..ㅠㅠ

그래두 이쁘게봐주셔야해요^^ㅎ 아주아주 만약에 제 소설이 그리우신 분이있다면ㅠㅠ

장편방에서 뵙길 바랄께요^^ㅎ 지난 소설 읽어주셨던 모든분들 다 기억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사랑합니다♥

#.하나둘셋....아흔아홉...하나..둘셋...

“니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러니까, 의사씨 말은 가능하단거 아닙니까? 이식 받으면, 눈도 보이고, 살수도 있다고...”

“그렇긴 하지만..살아있는 사람은 규칙상...”

“..........심장은 반으로 나누면, 안뛰냐?”

진지함과 살기가 고루고루 섞여있는 남자의 말에 의사가 말없이 멍하니 남자를 쳐다본다.

“그야 물론...동맥과 정맥이..”

“중요한건, 이식인가 뭐가 그거 받으면 한마음이란 여자 살수 있다는거 아니야..”

“그렇지.”

“근데 지금 의사씨가 지껄인 말에 의하면, 그 이식이라는걸 받는데도 엄청나게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거잖아. 당장 내일이 될수도 있고, 길게는 몇 년이 될수도 있고,”

“미안하지만....현재 상황으로썬...”

벌떡- 바퀴식 의자가 뒤로 드르륵 밀려남과 동시에 벌떡 일어나는 남자.

“다림아! 혹시..만약에 혹시나 해서 말하는거지만! 살아있 사람은은 기증을 할 수가 없고! 또 이식을 해도 조직이 마..맞아야..이식이 가능해! 헛튼 생각 같은거 하지마..”

“난 내 목숨을 그렇게 함부로 내놓는 병신도 아니고, 그정도도 모르는 병신 역시 아니야.”

남자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안경을 치켜 올리는 남자.

“...................근데 말입니다. 슬프게도 나랑 걔랑 조직이 맞아서...이식이 가능하답니다.”

남자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남자의 옷자락을 꽈악 붙드는 의사.

“기다림!!!!! 너 설마! 설마! 마음이한테 니 심장이라도 이식시켜 주겠다는거냐?! 니 눈알이라도 뽑겠다는거야?!”

“.......................”

“아니지? 병신같은 새끼야. 아니지? 기다림..너 그렇게 까지 무모한 새끼는 아니지?”

의사이기 전에 그의 친 형인 다현의 다급한 떨리는 목소리에. 말없이 고갤 들어 피식 웃는 다림.

그런 다림의 눈에서 거짓말처럼 왼쪽 눈에서 눈물 한방울이 툭 하고 떨어진다.

“...............기다림”

“미안하다 형아.”

말을 마치고는 상담실을 나오는 다림. 그런 다림을 쫓아나와 다급히 잡는 다현.

“하..씨발 장난하냐? 그깟 여자하나 때문에 19년 니 인생을 포기하겠다고? 아니 다 필요없고! 니가 죽었어!

 그래서 한마음이 살았어! 그다음은?! 니가 걔 사랑하는것 만큼 걘 널 안 사랑하는것 같냐?

 니가 하는것만 사랑이고! 걔하는건 사랑이 아니야?!! 너 죽은거 알면 따라죽을 애라고 새끼야!!!

 방법있어! 여기서 못하면 미국가도 되고! 씨발 어디든지 살길은 많다고!!! 니가 이러지 않아도 된다고 멍청한 새끼야!!!!!!!!!!!”

“욕 하지마라. 새끼야. 나도 내 목숨 소중한건 안다! 누가 뭐라고 그랬냐?! 왜 혼자 오버하고 지랄이야?!”

자신의 손목을 꽈악 붙잡고 있는 형의 손을 힐끔 내려다보더니, 이내 손을 치우는 다림.

“넌 한마음 남자친구이기 전에 기다림이고, 기다림이기 전에 내가 존나 사랑하는 동생이다. 제발 부탁이다...”

고개 숙인 다현의 말을 듣더니 픽 웃는 다림.

항상 싸가지 없고 냉정하다고 욕해왔던 자신의 형이 자신에게 부탁한다. 제발 살아달라고...죽지말라고.

그런 다현을 지나쳐 천천히 마음이 누워있는 병실로 향하는 다림. 머릿속이 복잡하다.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마음의 병실앞에선 다림이 살짝 웃는 연습을 해보이더니, 벌컥- 병실문을 연다.

눈에 붕대를 감고, 여기저기 찢어진 상처를 내려다보더니 입술을 꾸욱 깨문다. 쿡쿡 쑤셔오는 심장을 외면한채.

“꼬맹이! 아직도 자냐. 이 곰인형 같은게 죙일 잠만 퍼질러 자냐. 몇일 째냐....맨날 늦잠자서 지각하는 주제에. 니가 무슨 잠이 부족하다고 아직도 늦잠질이냐.”

점점 작아지는 다림의 목소리. 이내 목이 꽉 메어와 한마디로 할수없게 되어버린다.

‘1034호 한마음 환자 말이야. 큰일이야.’

‘왜?’

‘상태가 갈수록 안좋아져. 원래 심장쪽에 문제가 있는 환자였어. 그런데 요번 사고로, 더 심해졌나봐. 한시가 급한데...조직이 맞는 사람을 구하는게 그렇게 쉽나.’

‘그럼 어쩌냐?’

‘모르지..근데 힘들것 같애. 적어도 한달안엔 찾아야되는데. 대기수만 몇백명이니..’

‘......어쩌겠어. 운명이지.’

물 뜨러 가다가 무심결에 들은 인턴들의 말이 다림의 머릿속을 짓누른다. 쉴새없이 반복되고..또 반복된다.

하얀 붕대에 살짝 묻어있는 핏자국을 보더니,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다림.

“만약에 대통령이랑 나 중에서 누가 살아야 되냐고 물으면, 두 번생각 안하고 ‘나’라고 대답 할꺼다.

 만약에 예수님이랑 나랑 둘중에 누가 살아야 되냐고 물어도, 두 번 생각안하고 ‘나’ 라고 대답 할꺼다.

 난 나쁜 새끼니까 나랑 내 형이랑 둘중에 누가 살아야 되냐고 물어도, 난 한번쯤은 생각하겠지만 ‘나’라고 대답할꺼다........

 근데...........누가 나한테, 너랑 나중에 누가 살아야 되냐고 물으면, 한 백번쯤 생각해도 너라고 할꺼다.

 백번을 생각하긴 해도, 나한테 백번 천번을 물어도, 전부 니가 살아야 된다고 대답할꺼다.

 근데 오늘 내가 나한테 물었다. ‘기다림’ 이랑 ‘한마음’ 중에 누가 살아야 되냐고.

 그래서 귀찮아서 백번은 생각 못하고 한 세 번쯤 생각하고 대답했다. ‘한마음’ 이라고.

 처음 너를 사랑한다고 했을때, 약속했지? 내 목숨을 버려서라도 널 지킬꺼라고. 그 약속...지켜줄게.

 근데....니가 나한테 제안한 약속은 못지키겠다. 평생 니 옆에 있을꺼라는거.

 그래도....니 안에서 너 죽을때까지 있어줄게. 용서해줘라....존나 많이 사랑한다..... 한마음.”

산소 호흡기를 하고 있는 마음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뒤 천천히 병원을 빠져나오는 다림.

지잉-지잉- 다림의 주머니에서 울리는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이내 폴더를 연다.

[야이 미친새끼야!! 너 어디야!!!]

[달보러간다. 왜]

[너너! 기다림 너 이시발새끼 너 그 자리에 꼼짝말고 있어라! 한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그 자리 터져서..너 디지...아니! 절때 안 디진다! 하늘이 두쪽 나도 넌 존나게 멀쩡히 살아있다!! 그래도 움직이지 말아라!!! ]

뚝- 전화가 끊겨버리고, 끝까지 웃게 해주는 하륜의 목소리를 되새기며, 피식 웃으며 학교를 찾는 다림.

깜깜한 교정,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아주아주 오래전 세워뒀던 바이크를 향해 다가간다.

‘선배! 진짜 나한테 혼나요! 이거 또 타면! 진짜!진짜! 나 화낼꺼야! 이거 여기다 세워두면 내가 맨날맨날 아침마다 밤마다 와서 확인할꺼예요! 건드리지마! 여기 체인에 녹슬때까지 내가 지킬꺼예요!’

‘알겠긴 한데...아침엔 와도 밤엔 오지마라. 근데 말이다....이게 자전거냐....체인에 녹이슬게..?’

‘아...그런가? 아무튼! 약속한거다아!...요!’

“아..존나 짜증나게, 또 너랑 나랑 한 약속은 왜 이렇게 많냐.”

다림의 입가에 헛웃음이 돌고, 정말 약간 녹이 슬......어 있을줄 알았건만,

다림의 추종자들께서 매일같이 쓸고 닦고 해주셨으니, 여전히 번쩍번쩍 광이 날 지경이다.

오랜만에 타보는 바이크에 묘하게 떨리는 입가 경련을 자제하며, 빠르게 교문을 빠져나오는 다림.

교문을 지나고, 동네를 지나고, 시내를 지나고, 서울시를 지나고, 한참을 달리다가 이내 외곽을 질주하는 바이크.

속도 때문인지, 뒤에선 빨간 불을 머리에 단 경찰차 몇 대가 따라붙고, 그런것 따윈 아랑곳 하지 않는 다림.

‘약 먹고 죽을라니까 나중에 위세척 같은거 라도해서 살면 쪽팔릴것 같고 몸에도 안 좋을것 같기도 하고,

 옥상에서 뛰어 내릴려니까 그러다가 눈이나, 심장까지 터져버리면 괜히 억울하게 죽은것 같으니까 별로 믿음이 안가고,

 교통사고 당해볼까 하고 찻길을 어슬렁 거려봤는데,

 재수없게 나같은 새끼 치어버리고 경찰서 왔다가갔다가 할 그 인간도 불쌍한데다가,

 그것도 몸이 심하게 다칠수 있으니까 효율성이 떨어지고, 목을 멜까 하다가, 그건 또 너무 모양이 안 나는것 같아서...

 좀 멋있게 죽어보려고 이지랄 하고 있다, 한마음.

 누가 들어도 미친놈 정신나간 새끼 욕 나올꺼 뻔히 아는데, 그래도 너 생각하니까 드는 생각이 이런것 밖에 없더라.’

자신이 생각해도 좀 웃긴지, 피식 웃다가, 이내 머리에 쓴 헬멧을 휙 던져버린다.

“거기!! 학생...에이 니이미럴! 아가!! 거 서봐라 쫌!! 니 디질라고 환장했나?! 퍼뜩 안서나아!!!!”

뒤에서 확성기에다가 대고 소릴소릴 질러대는 경찰아저씨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

지금 기다림의 머릿속엔 너무 많은 추억들이 꽉 차있으니까.

#.회상 1.

‘저기...저기...선배...조..조...조...조...조조...오..좋....’

‘조....좋...? 나한테 지금 욕하냐?’

‘..........좋아해요!’

‘근데?’

‘저..저...저랑 사귀어 주실래요!?’

‘왜?’

‘그...그야. 오랫동안...은 아지만, 선배를 좋아했고, 또 나름대로 선배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하고,,,

전 그렇게 피곤한 스타일도 아니고,,,또 선배도 그렇게 저를 싫어하시는것 같지도 않고..또...또..씨이..’

‘아씨..사설 존나 길어 귀가 왱왱 울린다. 젠장. 안 사귈.....너 왜 우냐?’

‘이거 뭐야! 내가 왜 선배한테 먼저 고백해야되요?! 난 이쁜데! 나 좋다는 남자도 많은데!

 왜 내가 이렇게 궁상맞게 구구절절 선배랑 사겨야하는 이유를 말해야 되요?! 근데 뭐요?! 안사겨?! 사설이 길어서 안사겨?!

 그게 말이되요!? 왜이렇게 싸가지가 없어요?! 잘생기면 다예요?! 운동도 잘하고! 키도 크고! 공부도 잘하고!

 돈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잘나가면 사람 이렇게 막대해도 되는거냐구요! 아무리 내 멋대로 선배를 사랑 했다지만!

 아무리 하찮은 짝사랑이지만! 그래도 선배를 사랑해주는 사람한테 이렇게 함부로..’

‘사귀자.’

‘해도 그렇게 함부로....예?’

‘사랑 한대매? 사귀자고.’

‘근데 방금...분명. 선배가...나 싫다고, 사설이 매우 길어서..’

‘어. 그래서 갈라 그랬는데 운 좋게 제일 듣고 싶었던 문장을 들어버렸어.’

‘서...선배. 욕먹는거 좋아해요? 어떤 문장이요? 싸가지 없다 그런거요? 잘나가면 다냐고 그런거요?’

‘선배를 사랑했다지만, 선배를 사랑해주는 사람. 이거면 됐다.’

‘선배 나 안 좋아하잖아요. 내가 불쌍해서..’

‘엉. 나 너 안 좋아해. 미쳤냐? 내가 좋아하는 여자들 널렸고, 나 좋다는 여자들 마르고 닳도록 많다.

 근데 난 너 좋아하진 않고 쫌 사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지 몇일 됬거든.

 딴 여자들이 사랑한다 그러면, 오장육보에 엠보싱이 돋던데. 니가 그말 하니까 기분이 그냥 되게 좋더라.’

‘와.....엑. 뭐야! 근데 왜 내가 먼저 고백했어?! 남자가 원래 먼저 고백해야죠! 남자 소심하게 뭐야!!!!’

‘니가 기회나 줬냐? 니멋대로 사라졌다가, 니 멋대로 나타나고, 집 앞에 찾아가도 맨날 불꺼져있고,

 볼때마다 붕어싸만코 같은 면상 들이밀고, 나만 보면 도망가고, 핸드폰 맨날 꺼져있고. 내가 초능력자냐?’

‘씨이..뭔가 억울해. 내가 바라던건 이런게 아닌데...’

‘고맙다...사랑해줘서. 고맙다...기다려줘서. 앞으로 니가 할 일은 여기까지야.

 니가 한 발자국 왔으니까, 내가 앞으로 아흔아홉 발자국 갈게. 아프지않게, 힘들지않게, 울지않게, 무슨일이 있어도.

 목숨걸고 지켜줄게. 내 몸보다 널 아낄게. 내 목숨보다 널 사랑할게. 나보다 널 더 사랑할게. 그거 하난 약속할게.’

#.회상 2.

“하나...둘...셋.........................여든.....여든하나...여든둘...,,,,,,,,,,,,,,,,,,,,,,,,,,,아흔....아흔하나...”

...................

“아흔....일곱....아...흔...여덟....아흔....아홉...”

...................

“........아흔...아홉....아홉............후...하나...둘...셋..넷...

넌...우리 부모님이 아니었으면....죽었다...왜 하필...왜..하필...이름이...”

“선배!!!!!!!!!”

“미안해요! 정말 미안! 몇까지 셌어요? 100까지 다셌어요? 네네?”

“아흔 아홉......까지 셌다.”

“다행이다..맨날 아흔아홉 까지만 세면 내가 오네요? 히히 다행이야! 정말...”

“단순해서 좋다. 그치? 빨리와라. 먼저간다.”

".....어떻게....히잉. 화났나봐. 어떻게해애...."

“............널 만났는데도 이상하게 내 옆이 계속 허전하다? 얼른 옆에 안붙냐? 나 춥다?”

부우우우우우우우웅우우우우우웅-

귀가 아릴만큼 차가운 바람이 살 끝을 스치듯 지나가고, 속도를 점차 올리다가, 이내 살짝 웃음 짓는다.

하지만 웃음보다 조금 아니 훨씬 더많은양의 눈물이 자꾸 시야를 가린다. 입은 웃는데 눈물은 계속해서 떨어진다.

“아..씨발. 쪽팔리게!!!!!!! 그래!!!! 만족할께!!!!! 너랑 있었던 1년으로 만족할께!!!!! 욕심은 나는데!!!

 나중에 나랑 했던거 딴 놈이랑 웃으면서 할꺼 상상하면 열받기는 하는데!!!!!!!! 니가 이 땅에 살아있는거로 만족할께!!!!!

 후회안한다!!!! 그러니까 내 대신 살아라!!!!! 오래오래!!!! 한 80살까지만 살다가!!!!!!! 다시와라!!!!

 ......기다릴게...백까지 세면서....구십구까지 셌는데 안오면...다시 일부터 세면서....기다릴게...

그러니까....오래오래 꼬부랑 할머니 될 때까지 살다가.....다 살면, 꼭 와라!!!!

 그때 돼서 나 모른다고 쌩까면 너 진짜 죽는다!!!!!!!!!!! 난 기다림이었고!!!!!!! 먼저간다!!!!!!!!! 사랑해!!!!!!!!!!!!”

끼이이이이이이이익- 마찰음과 함께 갑자기 방향을 틀어,

가파른 내리막길 드문드문 놓여져있는 가드레일 사이를 지나, 그대로 물속으로 질주하는 다림과 다림의 오토바이.

뒤따라 오던 경찰자들이 급정거를 하고, 잠시후 119 구급대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한달후.

“기분은 쫌 어때?”

“............응. 아니..좋아요. 갑갑했는데. 눈이 다시 보이니까. 너무 좋아요.”

“다행이네. 한 일주일 정도만 쉬면, 퇴원할수 있을꺼야.”

“고마워요. 다현오빠. 근데 다림선배는요?”

“...다림이 새끼. 요번에 시합 있잖아! 검도!유도!합기도!택견!킥복싱!권투! 이거 다하니까! 다음달이나 되야 올껄?!”

“.......................나...그렇게 바보 아니예요.”

“....어..?”

“다림선배 나 때문에 팔 다쳐서, 그런거 시합 못나가요. 오빠가 말해 놓구선. 그리구..아무리 바빠도, 나 아픈데 이렇게 안보일 사람 아니예요. 제일먼저 보여야 할 사람인데....왜 안보여요?”

시무룩한 표정의 마음을 보고는, 슬픈 미소를 지어보이는 다현.

“....제일 먼저 일어나면, 제일 먼저 눈을 뜨면, 웃으면서...아니 화내면서, 왜 이제 일어났냐고, 내 머리 쥐어밖아야 되는데,

 그래도 일어나 줘서 고맙다고 말할 사람이...안보여서...

 나도 눈뜨자마자, 안보여서 무서웠다고, 정말 평생 선배 얼굴 못보게 될까봐, 그냥 이렇게 영영 잠들어 버릴까봐...무서웠다고,

 투정부리려고 했는데....왜 한달이 지났는데도 목소리조차 들을수가 없어요...?”

어느덧 눈안 가득 차있는 눈물들을 감추려는듯 눈을 마구마구 부비며 중얼중얼 혼잣말을 늘어놓다가,

이내 멈칫..하더니 심하게 흔들리는 눈으로...너무나도 아픈 눈으로 다현을 쳐다보는 마음.

“.....................다현오빠.”

꾹꾹 참으며 웃고있던 다현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런 다현의 눈에서 눈물 한방울이 툭하고 떨어지고,

마음의 동공이 커진다. 무슨말을 꺼내려는 마음의 무릎위로 흰쪽지를 내려놓고 병실을 나가는 다현.

떨리는 손으로, 이미 눈물 가득한 눈으로, 꽉 메어버린 목으로, 까맣게 타버린 심장으로, 아니길 바라며,

절때 아닐꺼라고 믿으며 쪽지를 펼친다.

[울지말고, 딱 백까지만 세고 기다린다. 아주아주 훗날 나중에 보자. 이건 내가 너한테 부탁하는 약속이다. 오래오래 있다가 와도 돼.

 내 이름을 걸고 기다릴게. 행복해라. 사랑해 한마음.]

힘없이 구겨지는 종이. 그렇게 쉴새없이 흐르던 눈물이 멈춰버린다, 그러다가 하얗게 질려버리는 마음의 얼굴.

믿을수 없다는 듯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눈을 쳐다보다가, 주체할수 없을만큼 떨리는 손을 왼쪽 가슴위에 포갠다.

“아...아....아.......아아아아아.....!!!!”

침대에 쓰러지듯 엎드려 울음을...아니 비명을 토해내는 마음.

눈에선 눈물 한방을 나오지 않을 만큼, 창백하게 질려서는. 눈보단 입으로, 입보단 심장으로 울음을 토해버린다.

울부짖음에 가까운 마음의 비명소리에,

병실밖에 쓰러지듯 벽에 기대앉아 소리가 나가지 않게 숨죽여 울던 다현 역시...참을 수없다는듯 울음을 터뜨린다.

그리고.....내내 다림의 빈소를 지키다가, 마음의 쾌유 소식에 애써 웃음지으며 병문안을 왔던 다림의 친구들 역시.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버리다가, 이내 고갤 돌려버린다.

“왜...왜...왜그랬어....!!!!.....왜...그랬어요...정말...바보같이...병신같이...”

#.3달뒤.

마음의 몸도 마음도 다 나았을 무렵. 정신적으로 받은 충격에 의해 다시 입원하게 된 이제 마음이 병원을 나선다.

다림의 친구들과 다현이 함께 있어 준다고해도 한사코 거절한채, 환하게 웃으며 혼자 병원을 나서는 마음.

추운 겨울이었던 날씨도 어느덧, 햇살이 따뜻하게 마음의 머리위를 비추고, 하늘 살짝 쳐다보며 싱긋 웃는 마음.

“잘 지내요? 거긴 겨울이예요..여름이예요? 구름위에도 계절이 있나? 나 그렇게 안배운것같은데...”

혼자 몇 번 중얼거리더니, 꽃집에 들려, 크로커스와 해바라기를 사서 한아름 품에 안고는,

이내 택시를 잡아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마음.

한참을 달렸을까, 낯선 풍경과 낯선 냄새가 나는 도로 한가운데서 택시를 세우고 돈을 지불한채 내린다.

하얀 국화꽃이 잔뜩 놓여져 있든 곳. 4달전, 다림이 마음을 위해 뛰어들었던 바로 그곳이었다.

가지런히 꽃다발을 내려놓고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 마음. 말라 버린 줄만 알았던 마음의 눈에서 또 다시 흘러내리는 눈물.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해가 질 때까지 미동조차 하지 않은채 울음을 토해내는 마음.

“어떻게....나 어떻게요. 선배...아직도 선배가 보고싶어. 어떻게...선배 목소리가 기억이 나질 않아...선배 얼굴이 떠오르질 않아....선배 웃음이 생각나질 않아.........나 어떻게 정말....미안해요...선배...”

#.그로부터 또 다시 일년 후.

그렇게 절때 흐를것 같지 않았던 시간이 흐르고, 순식간에 일년이 지났습니다.

멈춰 버릴것만 같았던 365일 하고도 조금 안돼는 시간이, 너무나도 어이없이 지나버렸습니다.

“오늘이지? 기다림이랑 한마음이랑 1000일 되는날.”

“네. 어 늦겠어. 얼른가요 형. 또 늦었다고 욕할라.”

“........하긴.”

“둘 다 늦게오면 맨날 생쑈를 했잖아요. 기다림도 그렇고 한마음도 그렇고.”

말을 마치고는 살짝 웃으며, 다현의 차로 향하는 다현과 다림의 친구 하륜.

또다시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다림의 마지막 모습을 담아주었던 그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내리는 두사람.

“잘 있었나. 친구. 거긴 시험도 안보고 좋지? 나 수능 봤는데, 대학 붙었다. 니가 수석으로 들어간다고 맨날 자랑했지 새끼야!

 형님이 먼저 붙었다. 근데 쫌 쪽팔리게, 차석이다. 그래도 잘한거야 이 자식아!!!”

“...............혈연 끊고간 동생놈 필요없을줄 알았는데, 그래도 어쩔수 없이 왔다....정말 너같은 놈 안보고 살 작정이었는데,

 안 올수가 없더라. 좋냐...니가 원하던게 이거였냐....기다림. 그래서 지금은 행복하냐...?”

다현의 마지막말에 다시 한번 침묵을 지키는 두사람. 이내 두 사람의 눈에서 눈물 한방울이 툭 하니 떨어지고.

손으로 쓱쓱 눈을 비비며 웃어 보이는 다현과 하륜.

“보고싶다. 기다림...쪽팔린거 아는데, 너 이런말 하면 엠보싱 돋는다고 지랄할꺼 아는데...정말...존나게 보고싶다.”

“...........다음생엔 내 동생 하지마라. 너같이 맨날 속썩이고, 엿먹이는 동생 형노릇. 이제 안할란다....그러니까...다음생엔 기다림,

 니가 내 형해라. 내가 너랑 똑같이 속썩여줄테니까. 너도 한번 엿먹어봐. 병신아.

 그래도...행복해라. 아프지 말고, 울지말고, 평생. 한마음이랑....행복해라.”

“천일 축하한다 한마음.”

“천일 축하한다 기다림.”

주머니에서 꺼낸 반지 케이스에서 두사람의 통장에 채워져 있던 돈으로 두사람이 천일 되면 꼭 사자며 맞춰뒀던 커플링을 꺼내,

멀리멀리....미련없이 던져 버리는 두사람.

‘미안해요. 선배와의 약속은 지키지 못했어요. 살아보려고 했지만, 선배가 보여준 눈으로, 선배가 뛰게해준 심장으로,

 꾹 참으며, 웃으며 살아보려고 노력했는데. 선배없인 아무것도 할수 없었어요..

 웃을수도 없었고, 말을 할수도 없었고, 먹을수도 없었고, 잠이 들수도 없었어요.

 선배가 준 선물로는 우는것 외에는 할수있는게 없었어요...나...선배를 정말 많이 원망했지만, 선배의 마음을 이해할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나 가도 구박하지 말고, 왜 이렇게 빨리 왔냐고, 쥐어 밖지 말고, 선배도 나 이해해줘요.

 선배가 그랬듯이....나도 선배 없이는, 살수가 없었으니까. 자꾸자꾸 이러다가, 정말 바보가 되버릴까봐.

 나중엔 선배 목소리 까먹고, 선배 얼굴 까먹고, 선배 향기를 까먹고, 선배 웃음이 완전히 내 머릿속에서 없어지는게 두려워서,

 어쩔수가 없었어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고맙지만, 너무너무 미안해요.

 이번 한번만 선배말 안들을께요. 한번만 선배랑 한 약속 안지킬께요. 선배..사랑해요.’

#.하늘에 계신 당신께 마지막으로 쓰는 편지.

‘선배, 백까지 다셌어요? 나 늦었어요?’

‘아니. 딱 구십구까지 셌는데 니가 왔다.’

‘헤헤. 정말? 다행이다.’

‘응 배고프다. 밥먹으러가자.’

[요다랍니다]

지혜니마♥슬프다니 왠지 다행인듯...(응?) 은근새드를 즐기신다니...앞으로 종종 써야겠는걸요^-^감동받으셨다니다행인듯!ㅎ감사합니당♥사랑합니다♥

[후히힛]

ㅠ_ㅠㅠ_ㅠㅠㅠ_ㅠ슬퍼용 슬퍼용 제가 원래 새드는 안 읽자는 주의인뎅 읽어버렸네요 감동감동ㅠ_ㅠ

[요다랍니다]

후히힛님♥우어, 감사합니다!ㅎ 저도, 원래 새드는 잘 읽지도 않고 쓰지도 않는데요ㅠ_ㅠ (못쓰는거기도하지만,) 하핫 암튼간에 처음써본 쌔드라 고민을 많이했는데, 이렇듯 좋은 반응보여주셔서 감지덕지 대박황송입니다ㅠ_ㅠㅎ 앞으론 해피만 가득할터이니 많이 이뻐해주세요♥ㅎ감사합니당♥사랑합니다♥

[정 리원]

나지금..울고있니ㅠ3ㅠ.....?, 나 결말을 예상하고는 있었지만..다림이완전멋있어, 으헝헝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자기 목숨을 주는 남자라.............언니소설완전잘쓴다. 그냥내가팍팍밀어줄게, 지대작가방으로 가도록ㅠ3ㅠ...한마음으로 기다리다.

[요다랍니다]

리워나♥ 꺅, 정말 하나하나 다 읽고있구나ㅜ_ㅜ이 소설에 댓글다는게 오랜만이라, 나도 다시 읽어봤음. 으윽, 생각해보니까. 좀 불쌍하기도..히히, 한마음으로 기다리다. 오! 멋있는 말이다!ㅎㅎ 명대사임! 암튼 생유!♥고마워♥사랑해!♥

[●요다랍니다]

어익후...이런 감동이;;; 이런 소설에 눈물이 나시다니...정말 감수성이 풍부하신듯...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