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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주 적당한 가격 매수, 장기 보유하는 게 '정석'
종교도 그 창시자가 있듯이 가치투자도 그 창시자가 있다. 바로 벤저민 그레이엄이다. 그는 1946년 저서 ‘현명한 투자자’에서 가치투자를 집대성해 주식 투자를 도박이나 투기가 아닌 과학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이 책에서 가치투자의 근간이 되는 ‘안전마진 (Margin of Safety)’이라는 핵심적인 개념을 제시했다. 안전마진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내재가치와 시가총액 사이의 괴리를 의미한다. 그레이엄은 안전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했는데 그 중에서도 수익이 자산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시가총액이 자산가치보다 현저히 낮은 종목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예를 들어 유동자산이 1000억원, 총 부채가 200억 원인데 시가총액이 500억원이면 앞뒤 잴 것 없이 주식을 사들이라는 식이다. 유동자산에서 총 부채를 차감한 순 운전자본이 800억원인데 회사 전체 가치가 500억원이니 확실히 싸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500억원을 주고 회사를 통째로 사면 800억원 의 현금성 자산뿐 아니라 땅, 기계 등 고정설비까지 공짜로 얻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가 남긴 업적은 사람들로 하여금 시장이 아닌 기업을 보고, 투기가 아닌 투자를 하도록 유도했다는 점과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치투자의 역사가 여기서 끝났다면 가치투자 개념이나 방법론은 아주 단순해졌을지 모른다. 자산가치 이하로 거래되는 종목을 사서 안전마진을 확보한 후 시가 총액이 자산가치에 도달하면 기계적으로 팔기만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레이엄의 제자인 워런 버핏이 등장하면서 가치투자는 진화를 시작했다. 버핏은 아직도 생존하는 인물로 주식투자만으로 세계 2위의 거부가 된 인물이다. 그는 1950년부터 60년까지는 스승인 그레이엄의 방법을 충실히 따라 펀드 자산을 10배로 늘렸다. 그레이엄의 방식을 직접 증명해낸 셈이다.
하지만 이후 파트너인 찰리 멍거를 만나면서 버핏은 다른 길을 걷게 된다. 그레이엄이 별 볼일 없는 기업을 아주 싼 값에 사서 가격이 가치에 도달하면 기계적으로 파는 방식을 주장했다면, 버핏은 좋은 기업을 적절한 가격에 사서 장기 보유하는 방식으로 투자방법에 변형을 가했다.
버핏이 사서 지금은 가치주로 여겨지는 코카콜라, 워싱턴포스트, 질레트 등은 그레이엄에게는 투자 대상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 같은 버핏의 방식이 80년대 들어 여러 책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가치투자도 큰 변혁을 맞았다. 기독교로 따지면 벤저민 그레이엄이 구약, 워런 버핏은 신약이 된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도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가치투자의 본류는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으로 보는 것이 맞다.
결국 가치투자의 개념과 방법론도 이 두 사람이 주창한 방법을 따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다음 회에서는 버핏의 방법을 언급하면서 가치투자에 대한 정의와 특징 등을 본격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기업가치란 무엇인가?
지금까지 가치투자란 무엇인가에 대한 원론적인 내용을 살펴봤다. 이제 가치투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업분석과 기업발굴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일단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가치투자자가 찾고 평가해야 하는 기업가치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워렌 버핏은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는 카지노판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를 재는 체중계”라고 말한다. 당장은 수급이 주가를 결정하는 요인이지만 결국에는 기업가치가 주가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기업가치와 주가는 흔히 주인과 개에 비유된다. 주인과 개가 산책을 하면 개가 주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가지만 결국 동시에 집에 들어온다. 이처럼 주가도 단기적으로는 가치에 못 미치기도 하고 넘어서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가치를 반영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투자가에게 주가 예측보다 우선하는 것은 기업가치 분석이다. 주가는 그저 기업가치를 따라오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업가치는 수익가치, 자산가치, 무형가치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수익가치는 기업이 현재 얼마나 벌고 있고 미래에 얼마나 벌어들이느냐 하는 것을 나타낸다. 순이익, 미래현금흐름 등이 수익가치를 판별하는 지표다. 자산가치는 기업이 현재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을 나타낸다. 순자산, 유동비율 등이 자산가치를 판별하는 지표다. 기업의 수익은 결국 자산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둘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예를 한번 들어보자. 신용카드 회사에서 수중에 돈이 없는 의대생에게 한도 2천만원의 신용카드를 발급해줬다면 그것은 자산가치보다 의대생이 개업해 앞으로 돈을 벌어들인다는 가정 하에 수익가치를 인정 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신용카드 회사에서 직업이 없지만 부동산을 10억 이상 보유한 자산가에게 한도 1억원의 신용카드를 발급해줬다면 그것은 앞으로 돈은 못 벌어들이겠지만 이미 자산이 충분히 많아 상환이 가능하다는 가정 하에 수익가치보다 자산가치를 인정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업도 현재 자산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꾸준한 수익이 예상된다면 기업가치가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무형가치는 수익가치와 자산가치를 유지해주는 버팀목에 해당한다. 즉 계량화 할 수 없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향후 꾸준한 수익을 보장하고 이미 가지고 있는 자산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위의 예를 다시 들면 의대생이 졸업 후 가지게 될 의사 면허를 무형가치로 볼 수 있다. 기업에게는 브랜드, 시장지배력, 유통망, 기술력 등이 무형가치에 포함된다. 무형가치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경쟁자의 도전을 쉽게 따돌리고 가격결정력을 가지고 있어 이익을 꾸준히 유지하며 자산 효율성이 높은 특징이 있다.
이처럼 기업가치는 수익가치, 자산가치, 무형가치의 삼위일체다. 기업가치는 마치 발이 세 개인 솥과 같다 하겠다. 이중 하나라도 위태하다면 솥은 금새 쓰려져 버리고 만다. 기업가치는 각각의 가치가 얼마나 높고 서로 얼마나 균형을 이루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다른 투자방법과의 차이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그 뿌리가 같다. 아브라함을 같은 조상으로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독교의 하나님과 이슬람교의 알라는 같은 신이다. 그러나 두 종교가 그렇게 충돌하는 이유는 몇 가지 핵심적인 교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이삭을 계보로 보지만 이슬람교는 이스마엘을 계보로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슬람교는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이라 인정하지 않고 선지자 중 한 사람으로 격하해서 본다. 어떻게 보면 작은 차이가 큰 차이로 이어져 완전히 다른 종교로 여겨지고 있는 셈이다.
투자방법도 마찬가지다. 가치투자도 다른 투자방법과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라는 명제는 절대불변이다. 그러나 투자판단의 근거와 태도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가치투자와 가장 극단에 서 있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기술적분석 그리고 모멘텀투자와의 비교를 통해 가치투자에 대한 이해를 더해보자.
기술적분석은 주가 결정요인이 주식시장에서의 수급이라 여기고 주가의 움직임이 반복적이라고 가정한다. 따라서 기술적분석가들은 차트에서 나타나는 시장참여자들의 움직임과 심리상태뿐 아니라 주가의 패턴을 연구해 이를 투자판단의 근거로 사용한다. 이렇게 투자판단의 근거 자체가 가치투자와 상이하다. 기술적분석가도 결국 기업명이 붙은 주식을 산다는 면에서는 기업을 소유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지만 스스로가 기업을 소유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식은 가치투자자에게는 기업의 소유권이지만 기술적분석가들에게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유가증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모멘텀투자는 오르는 종목을 쫓아가서 더 비싼 값에 팔고 나오는 투자방법이다. 모멘텀투자가들은 주가에는 추세가 있어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한동안 오른다는 믿음과 주가가 꺾이기 전에 남들보다 빨리 빠져나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반면 가치투자자는 주가가 언제 오를지 모르기 때문에 기다리고 기업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장기보유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모멘텀투자에서 중요한 요인은 상대적 가치다. 내재가치가 1000원, 주가가 2000원이라도 상승추세 때문에 인기를 끌어 이 주식이 3000원까지 오른다는 확신이 있으면 내재가치와는 상관없이 2000원에라도 주식을 산다. 하지만 가치투자자는 시간이 지나도 내재가치가 3000원에 도달할 가능성이 없다면 주식을 사지 않는다.
일부 기술적분석가들과 모멘텀투자가들은 기업분석과 차트분석, 모멘텀투자를 병행해 정확도를 높이고 투자회수 기간을 짧게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주식에 대한 태도와 투자판단 근거 자체가 상이하므로 여러 방법을 동시에 쓴다는 것은 여러 종교를 한꺼번에 믿는 것과 같은 모순점을 보인다. 많은 주식투자 방법 중 무엇이 옳다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은 투자 방법을 여러 개 섞어 쓴다고 해서 정확도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문제는 유행이나 외부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법을 얼마나 꿋꿋하게 지키고 실천하는가 하는 것이다.
좋은 기업의 요건
좋은 기업이란 다시 말하면 좋은 기업가치를 가진 기업이다. 수익가치, 자산가치, 무형가치의 잣대로 풀어보면 현재 가지고 있는 자산이 많고 앞으로 많은 돈을 꾸준히 벌어들일 것이 예상되며 이에 따라 자산이 차곡차곡 불어나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다.
하지만 내부자가 아닌 이상 단박에 이 기업이 좋은 기업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란 쉽지 않다. 특히 투자자처럼 외부에서 기업을 바라봐야 하는 입장에서는 기업 내에서 외부로 나오는 단편적인 사실들을 취합해서 접근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살인자야 자기가 살인자라는 사실을 뻔히 알지만 형사들은 단지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온갖 증거들을 수집하고 추리하며 범인을 압축해 들어가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좋은 기업가치를 가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수익가치, 자산가치, 무형가치 면에서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좋은 수익가치를 가진 기업은 이익이 매년 혹은 매분기 증가 추세에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불황이 와도 이익이 잘 줄어들지 않아야 한다. 재고자산 회전이 빠르고 현금회수율이 높아 수익을 현금으로 재빨리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사업구조가 복잡하지 않아 미래 현금흐름 예측이 용이해야 한다. 가치투자자들이 가스주, 음식료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수익가치상 위에서 언급된 요건들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가치 면에서 살펴보자. 자산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지만 진짜 가치가 부여되기 위해서는 좀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 우선 자산에서 고정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적거나 많다면 정말 수익이 나오는 고정자산이어야 한다. 그리고 자산에서 현금성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좋다. 그런 까닭에 좋은 자산가치를 가진 기업은 현금성 당좌자산이 많고 부채가 적다. 설비투자 등 자본지출을 할 이유가 적으면 이익이 현금으로 그대로 쌓이기 때문에 이익잉여금 추이와 당좌자산의 추이가 거의 일치하는 경향이 있다.
무형가치는 가장 찾아내기 어려운 부분이다. 수익가치와 자산가치가 유지되는 추이를 보고 파악하거나 종합적 분석의 결론으로서 찾아내는 것이 그나마 무형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다. 좋은 무형가치를 가진 기업은 ROE와 영업이익률이 높고 시장점유율이 높아야 한다. 수익가치나 자산가치에 비해 절대적 규모를 나타내는 수치보다는 효율성을 나타내는 비율이 무형가치 여부를 더 잘 가려준다. 이런 기업은 보통 높은 브랜드 파워, 촘촘한 유통망,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기술력, 탁월한 능력을 가진 CEO 등을 보유한 경우가 많다. 워렌 버핏은 이런 무형가치를 보유한 기업을 선호하는 투자자다.
일부 투자가들은 ‘주가가 오르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고 주가가 내리는 기업이 나쁜 기업이다’라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주가는 시장이 매겨놓은 가격일 뿐 좋은 기업을 나타내는 판단근거가 될 수 없다. 오로지 좋은 기업가치를 가지고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결정하는 요소다.
가치투자자의 매수 대상
워렌 버핏의 학창 시절 연애담이다. 그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인기가 많은 여학생이 있었다. 뭇 남자들이 그 여학생을 연모했고 버핏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는 결코 접근하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 시간이 흘러 그 여학생이 실연을 당하고 외로워하고 있을 때서야 버핏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여학생과 사귈 수 있었다. 가치투자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예다.
소위 누구나 알고 있는 좋은 기업은 많다. 하지만 가치투자자는 좋은 기업이라는 조건만으로 매수를 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가격이다. 가격이 비싸면 좋은 기업일 수는 있어도 좋은 주식일 수는 없다. 가끔 “삼성전자 주식을 사지 않는데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좋은 기업임을 몰라서가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가격에 비해 높게 거래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지 않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장부가 이하에서 거래된다면 당연히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것이다. 가치투자자가 노리는 매수 대상은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의 교집합에 놓인 종목이다.
좋은 주식을 사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좋은 기업을 발굴해두고 이 기업이 매우 싸게 거래될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이다. 서두의 예에서 버핏이 사용한 방법이다. 실제로 그는 코카콜라를 눈 여겨 보다가 87년 주식 대폭락 때 대거 사들였다. 이 방법은 강도 높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두 번째는 현재 시점에서 매우 싼 주식을 고른 뒤 좋은 기업인지 검증해보는 방법이다. 최고의 종목을 고를 확률이 적다는 단점이 있지만 혹독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 없고 안전마진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 벤저민 그레이엄이나 존 템플턴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싸다’라는 기준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래현금흐름을 중시하는 투자자는 장부가치보다는 좀 비싸더라도 미래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면 싸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수적인 투자자는 미래는 예측 불가능한 것이므로 현재의 가치와 가격만을 비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두 가지 주장을 모두 포괄하면서도 일반투자자들이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은 역시 PER과 PBR을 동시에 적용하는 것이다. PER은 시가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순이익의 몇 배의 가격에 거래되는지를 알려준다. PBR은 시가총액을 장부가치로 나눈 것으로 순자산가치의 몇 배의 가격에 거래되는지를 알려준다. 순이익이 비교적 일정하고 자산의 큰 훼손이 없다는 가정을 하면 PER 10배 이하, PBR 0.7배 이하면 싸다고 볼 수 있다. 만약 PER 10, PBR 0.7의 종목이 있다면 10% 금리의 채권을 30% 할인된 가격에 사는 셈이다.
좋은 주식을 평가할 때 중요한 것은 내재가치의 견고함, 내재가치와 시장가격간의 괴리뿐이다. 흔히 거래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매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핵심에서 벗어난 얘기다. 거래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살 수 없다는 말은 마치 ‘이혼해주지 않을까봐 결혼하지 않는다’는 논리와 같다. 거래량은 가격 상승이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부분으로 기업가치와는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다.
기업 발굴 방법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했다가 운 좋게 큰 재미를 본 사람들일수록 주식투자에 깊게 빠져들어가는 속성이 있다. 그들은 주식투자를 통해 돈을 만져본 후 이렇게 말한다. “아니 세상에 이렇게 쉽게 돈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니.” 그도 당연한 것이 단지 주식을 살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고 아무 종목이나 하나 골라서 주문을 냈을 뿐인데 돈이 벌리니 이보다 쉬운 벌이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10년 정도 주식투자를 하며 온갖 부침을 경험한 사람들은 주식투자가 결코 녹녹하지 않다고 여긴다. 주식을 사고 파는 행위 자체는 클릭 몇 번으로 끝나므로 수고스럽지 않지만 현재 시점에서 주식을 살 것이냐 말 것이냐 그리고 어떤 종목을 살 것인가를 결정하고 도출해내는 일이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는 결국에는 판단의 문제다. 그리고 판단을 얼마나 잘 가다듬고 정확하게 내리느냐에 온갖 노력이 집중되어야 한다. 특히 장세 변화보다는 기업가치에 주목하는 가치투자자에게 있어서는 어떤 기업의 주식을 살 것이냐가 결국 주식투자의 알파와 오메가다.
기업을 발굴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우리 주변에서 투자아이디어를 얻은 다음 이를 재무제표 등의 숫자로 검증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자이리톨 껌이 갑자기 인기를 끌고 있다면 제조사인 롯데제과를 찾아서 실제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가치투자자들의 버릇 중 하나가 할인점이나 백화점 쇼핑인데 그것은 실생활에서 투자아이디어를 얻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피터 린치도 부인과 아이들이 어떤 물건을 사는지 유심히 살펴봤다고 하는데 어찌 보면 유치한 방법 같지만 기업이 소비자와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핵심을 짚어 본 것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는 워렌 버핏 조차도 월트 디즈니에 투자하기 전에 디즈니 영화를 아이들과 함께 관람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첫 번째 방법과 순서상 거꾸로인데 탁월한 숫자를 찾아내 왜 이런 숫자가 나오는지 기업의 질적인 부분을 검증해 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ROE, 배당수익률 등의 수치가 매우 높은데 PER, PBR 등의 가치지표가 저평가 상태를 알리는 경우 이 기업이 이런 숫자를 만들어 내는 이유가 뭔지 파고들어가는 것이다. 좋은 지표의 이유를 기업의 경쟁력에서 찾아보고 저평가 상태가 시장의 오해에 기반한 것이 아닌지 살펴서 문제가 없다면 매수하는 식이다. 이 방법은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계 가치투자 펀드들이 잘 사용한다. 아무래도 국내 실정에 어둡기 때문에 객관적인 숫자로 종목을 걸러낸 다음 몇 개의 기업을 탐방해서 숫자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이 더 정확도가 높고 시간을 절약해주기 때문이다.
워렌 버핏과 외국계 가치투자 펀드의 예를 들기도 했지만 그들이라고 해서 대단한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여기서 소개한 기업 발굴법들을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실천하면서 기업의 변화에 대한 관심을
피해야 할 기업
야구에서 3할 타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선구안이 매우 좋다는 것이다. 즉 치지 말아야 할 공에 무턱대고 방망이를 휘두르기보다는 기다렸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확실한 공을 노릴 줄 안다는 것이다. 힘에 바탕을 둔 홈런타자들은 가끔 결정적인 수훈을 올리기도 하지만 꾸준히 3할을 유지할 수는 없다. 버려야 할 공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항상 이기는 야구를 할 수 있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어떤 종목을 골라야 할 것인가에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기본적으로 버려야 할 것을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럴 때에만 실수를 줄이고 소중한 돈을 지키면서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워렌 버핏도 “어설프게 아는 것보다는 아예 모르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말한다. 이 말 속에는 어떤 기업을 사야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떤 기업을 사지 말아야 하는가도 매우 중요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가치투자자가 피해야 할 기업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 투자자가 이해할 수 없는 사업을 하는 기업은 누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손을 대서는 안 된다.
그 기업을 아느냐 모르느냐는 보편성과 특수성이라는 개념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보편적으로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기업에는 의식주 관련 기업이 있다. 예를 들면 농심이나 롯데칠성처럼 많은 사람들이 생활에서 소비하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반면 특수성은 개인적인 직업이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자신만이 이해할 수 있는 기업에 적용된다. 삼성전자 직원에게는 삼성전자라는 기업이 이에 포함된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이 두 가지 경우를 제외하면 다 모르는 기업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그 기업에 대해서 알기 위한 엄청난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매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잘 모르는 기업에 투자하면 그 순간부터 투자자는 갑의 위치에서 을의 위치로 추락하고 만다. 자신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이 말해주는 말을 모두 믿어야 할 뿐 아니라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다. 즉 투자자의 눈과 귀가 남의 손아귀에 들어가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주식투자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모르는 리스크’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기업 가치 자체가 부실한 기업에는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가치투자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돈을 벌어줄 수 있는 강력한 기업을 원한다. 부실한 기업은 돈을 돌려주기는커녕 끊임없이 주주에게 손을 벌리는 안타까운 운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기업을 골라낼 안목은 없더라도 막연한 꿈만 가지고 부실한 기업에 투자하는 실수만 줄일 수 있다면 돈을 잃을 일은 없다.
기업 가치가 부실한 기업에는 몇 가지 징후가 있는데 덤핑을 즐겨 하고 현재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본을 태워 없앨 뿐 아니라 많은 부채를 가지고 있는 것이 보편적이다. 더 나아가 자신의 부실을 감추고 투자자를 유혹하는 악덕한 기업도 있다. 이런 기업은 동화 같은 얘기로 투자자를 현혹하고 내실은 그냥 둔 채 호박에 줄을 그어 수박처럼 보이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한다.
주식시장은 온갖 첨단 시스템이 동원되는 자본주의의 첨병인데 아이러니 하게도 동화 같은 얘기를 믿어주는 유일한 곳도 주식시장뿐이다. 투자자가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이성을 갖추는 길밖에는 없다.
가치투자자의 조건
가장 좋은 투자 방법은 기술적 분석도, 가치투자도, 모멘텀 투자도 아니다. 결국에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투자 방법이 최선의 투자 방법이다. 제 아무리 가치투자를 한다고 해도 자신의 성향에 맞지 않는다면 소용없다.
단군 신화에 등장하는 호랑이와 곰은 쑥과 마늘을 먹으며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될 수 있는 솔루션을 신으로부터 제공 받았다. 그러나 결국 사람이 된 쪽은 우직하게 기다린 곰이었다. 호랑이는 사람이 되는 방법을 몰랐던 게 아니다. 그 방법이 성질 급한 자신의 성미와 맞지 않았기 때문에 실천하지 못 했을 뿐이다.
가치투자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를 했지만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잃지 않는 투자 방법’이다. 그런 까닭에 가치투자자들에게는 공통된 성향이 있는데 바로 손해 보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는 점이다.
워렌 버핏 또한 예외가 아니다. 그가 식당에 갔는데 서비스로 와인이 나왔다. 와인을 마실 생각이 없는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와인을 마시지 않을 테니 돈으로 주시오” 대박을 노리고 베팅을 했는데 돈을 몽땅 잃어도 “인생은 원래 한방이야”라고 얘기하며 다시 풀 베팅을 하는 사람은 가치투자자가 되기 매우 힘들다. 손해 보는 걸 무서워할 줄 알고 돌다리도 두들길 줄 아는 사람이 가치투자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앞서 언급한 단군 신화의 호랑이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은 가치투자로 성공하기 힘들다. 흔히 ‘가치투자는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한다’고 말한다. 곰처럼 진득하게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가치투자로 성공한다. 진득하게 기다리지 못 하면 반드시 세 가지 실수를 한다.
첫째 주식을 너무 비싸게 산다. 둘째 이제 막 오르는 주식을 일찍 팔아 버린다. 셋째 좀 빠진다고 해서 쉽게 주식을 팔아 버린다. 가끔 호랑이 같은 사람이 곰처럼 오랫동안 주식을 보유하는 모습을 보는데 대부분은 산 가격에 비해 너무 빠져서 팔지도 못하고 그냥 가지고 있는 비자발적 장기투자인 경우가 많다. 기다릴 줄 모르는 성향의 소유자는 본인의 의지보다는 외부 환경에 따라 호랑이가 되었다가 곰이 되었다가 한다. 즉 꾸준한 가치투자자가 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마지막 가치투자자의 조건은 귀가 두꺼워야 한다는 것이다. 저평가 주식을 산다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주위에서 왜 그 주식이 저평가 되어 있는지 끊임없이 얘기를 들려주면서 마음을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분석과 논리를 무기로 싼 값에 주식을 사기 위해서는 남의 얘기를 가려 들을 수 있는 두꺼운 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얇은 귀를 가지고 있으면 저평가된 종목을 과감히 살 수도 없을 뿐더러 엉뚱한 유혹에 넘어가기도 쉽다. 뭔가 엄청난 호재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 대박 종목은 희한하게도 그 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얇은 귀를 가진 사람에게 끊임없이 속삭이기 때문이다.
가치투자론을 연재하면서 전달하고 싶었던 내용은 ‘가치투자가 가장 위대한 투자 방법이다’라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올바른 투자 방법으로서의 가치투자에 대해 명확한 정의와 개념전달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짧은 연재였지만 독자들에게 가치투자란 어떤 것인지 충분한 판단의 근거를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의 주식투자 방법으로 가치투자를 선택하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투자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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