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닷가 근처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1950년대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핫바지와 저고리에 검정 고무신을 신고 책보자기를 허리에 두른 채 십리길을 걸어서 등하교하였다. 학교수업이 끝나고 집에 도착하면 소꼽친구들과 놀이에 정신이 팔려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바쁜 시간을 보냈다. 내 또래 소꼽친구들 10명이 한 동네에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봄, 여름, 가을철에는 말타기, 자치기, 구슬치기, 공기놀이, 술래잡기, 씨름을 주로 하였으며, 겨울철에는 윷놀이, 연날리기, 썰매타기, 팽이치기, 제기차기, 딱지치기, 쥐불놀이, 널뛰기, 실뜨기, 눈사람 만들기, 눈싸움 등을 하였다.
말타기는 두편으로 나뉘어 가위바위보를 하여 진쪽이 말이되고 이긴 쪽은 말에 올라탄다. 진쪽의 대장이 담벼락이나 나무에 등을 대고 다리를 벌리면 나머지 말들이 두다리 사이에 머리와 목를 박고 쭉 늘어서게 되면 이긴 쪽은 달려와 등에 올라탄다. 그리고 가위바위보 해서 진 팀이 말이되는 놀이다. 자치기는 고난도 놀이를 하였다. 주로 마당에서 비스듬하게 땅을 파서 작은 막대기가 위로 올라오게 눕힌 다음 큰 막대기로 작은 막대기 위 끝 부분을 쳐서 튀어오르면 큰 막대기로 쳐내는 놀이다. 상대방이 서있다가 잡으면 공수가 바뀌고 그렇지 않으면 거리로 측정하여 우열을 가리는 놀이다.
큰 막대기로 작은 막대기 위부분을 쳐서 튀어오르는 것을 때리는 기술이 만만치 않다. 대부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구슬치기는 마당에서 엄지와 중지 손가락을 맞잡고 자기 구슬을 튕겨서 상대방의 구슬을 맞혀 구멍에 다 넣으면 승리하는 놀이다. 일명 다마치기라고도 한다. 공기놀이는 주로 여자 아이들이 많이 하였지만 남자 아이들도 하였다. 작은 돌이나 공기 5개가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공기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공기놀이를 할 때 공기 하나를 손에 쥐고 나머지 4개는 바닥에 놓은 다음 손에 쥔 공기를 공중에 올린 다음 한개, 두개, 세개, 네개를 차례로 잡고
마지막에는 바닥에 있는 공기 4개를 몽땅 잡은 다음 5개 공기를 손등에 올려놓고 손바닥으로 잡는 놀이다. 공기놀이를 할 때 위로 던진 공기를 잡지 못하거나 잡아야하는 수의 공기 개수 외에 다른 돌을 건드리거나 할 경우 순서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다. 씨름은 주로 하천 모래사장에서 하였다. 모래판에서 샅바를 잡고 힘괴 기술을 통해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놀이이다. 같은 또래 중에서는 내가 제일 잘하였다. 나는 상대방을 들어서 업어치기나 아니면 상대방 다리를 걸어서 넘어뜨리는 기술이 내 주특기였다. 그래서 고등학교와 육군사관학교 시절에는 유도부에서 활동하기도 하였다.
술레잡기는 서당에 다니는 6-7살 때 주로 많이 하였다. 윷놀이는 명절 때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과 윷놀이할 때는 성냥개비 내기 하였다. 그 당시 성냥도 귀할 때였다. 연날리기는 겨울방학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하였다. 연의 종류는 많지만 나는 직사각형 연을 좋아했다. 대나무와 한지로 연을 만들었다. 연 중앙에는 동그란 원을 내서 바람이 잘 통하게 하고 연 좌우 옆에는 톱니바퀴식 날개를 달았다. 연을 날리는 재미에 몰두한 나머지 뒷걸음 취하다가 똥구덩이에 빠진 적도 있었다. 정월 대보름 날에는 연줄을 끊어서 하늘 높이 멀리 날려 보내곤 하였다.
널판자와 나무, 굵은 철사로 만든 썰매는 속도는 느리지만, 썰매타기 시합에서는 항상 상위권에 들었다. 팽이는 밤나무 굵은 가지를 잘라서 직접 다듬어서 만들고 밑부분은 쇠구슬을 넣었다. 꽁꽁 얼어붙은 빙판에서 윙윙소리를 내며 힘차게 돌아가는 팽이치기에 매달리다 보면 동심은 온갖 세상사를 다 잊는다. 제기차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놀이로써 제기를 차서 땅에 먼저 떨어뜨리지 않아야 승리하는 방식이다. 제기는 엽전에 얇고 질긴 종이나 천을 접어서 싼 다음 끝을 여러갈래로 찢어 너풀거리게 한 놀이기구다.
쥐불놀이는 음력 정월에 길게 줄을 단 깡통에 나무 따위를 넣고 불을 붙여 빙빙 돌리는 놀이로 논둑과 밭둑, 하천둑의 마른 풀에 불을 붙여 태우는 놀이였다. 밤중에 활활 불타오르는 불꽃을 보면 그야말로 황홀한 풍경이었다. 널뛰기는 주로 여자들이 하는 놀이였으나 남자 아이들도 하였다. 긴 널판지의 중간을 괴어놓고 양쪽 끝에 한 사람씩 올라서서 번갈아 구르며 공중으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놀이로 음력 정초를 비롯하여 5월 단오, 팔월 한가위 등 큰 명절에 많이 하였다. 딱지는 약간 두꺼운 종이 두개를 접어서 열십자 모양으로 놓고 차례로 접으면 방석 모양이 된다.
위에서 아래로 힘껏 내리쳐 딱지를 뒤집으면 상대방의 딱지를 가져가는 놀이다. 실뜨기는 남자, 여자 구분없이 하였다. 나는 어머니와 함께 자주하였다. 실의 양끝을 마주 매어서 두 손에 건 다음 양쪽 손가락에 얼기설기 엮어서 두사람이 주고 받으면서 여러가지 모양을 만드는 놀이다. 이런 놀이를 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겨울철에 함박눈이 펄펄 날리면 눈사람 만들기와 눈싸움을 신나게 하였다. 그외에 굴렁쇠 굴리기, 그네타기, 줄넘기, 줄다리기, 기마전, 기차놀이, 강강수월래, 농악놀이 등도 하였다. 나는 어린시절 호기심이 많아 놀이를 무척 좋아했다.
왜냐하면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놀이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행하는 일상적 활동 중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일(공부)과 놀이다. 낮에는 놀이에 열중했지만 밤에는 등잔불 밑에서 밤 10시까지 공부에 매진하였다. 어머니의 가르침은 놀 땐 놀고 공부할 때는 공부에 집중하라고 하셨기 때문이었다. 6.25 전쟁이 끝난 후 초근목피 시절이었지만 놀이 만큼은 낭만과 행복 그 자체였다. 그리고 내 삶의 활력소 역할을 하였다. 우리나라 민속 놀이에는 소중한 놀이정신들이 풍성하게 담겨져 있다. 놀이는 놀이하는 사람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흥미와 주의 집중능력을 향상시켜 준다.
즐거운 놀이를 하다보면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며 생각하는 힘과 지식도 넓어진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학교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학원에 가서 공부하느라 놀새가 없다. 어린이 놀이에 대한 가장 흔한 편견 중 하나가 시간이 없어서 놀지 못한다고 하지만, 놀고 싶어도 노는방법을 몰라 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도시는 아파트단지로 조성되어 있어 놀이 환경이 매우 열악한 편이다. 이에비해 시골은 어느 장소든 놀이가 가능하다. 요즘 도시의 아이들이 바깥에서 하는 놀이는 자전거타기와 킥보도에 치중하고 있다.
놀이 정신이야말로 사회적으로는 문화활동을 촉진하고 발전시키는 핵심 원동력이며, 개인적으로는 정서함양과 지적발달의 주요 원동력이다. 어린아이들의 호기심을 키워주고 놀이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파트단지를 조성할 때는 미끄럼타기나 그네타기 외에 다양한 어린이 놀이공간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초등학교 체육시간에 놀이문화를 반영하여 놀이의 종류와 방법을 가르쳐주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다.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유구한 전통놀이 풍속은 지속적으로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된다.
첫댓글 추억이 새록새록 살아나네.
여자애들은 주로 고무줄놀이.
골목에서 깡통차기도 많이 했어.
명절에는 윷놀이 등
왁자지껄했던 예전의 동네 광경들이 눈에 선하네.
지나고 보니 우린 참 행복한 세대였어.
가난했지만, 아이들 답게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었고,
노력한 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고,
꿈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지.
좋은 글 올려 주어서 고맙네.
요즘 춘천 감자 글을 읽으며 나도 필명을 삼척 감자로 바꿀까 생각 중이라네.
여긴 오랜만에 눈이 내리고 있는데
어제 밤부터 내리는 눈이 내일 아침까지 그치지 않을 거라 해서
'외출은 포기하고 집에만 있을 생각이네.
어린시절에 가난이라는 것을 실감했지만 천진난만하게 친구들과 어울려 놀이로 배고품을 달래곤 하였지. 그것이 나의 유일한 희망이었는지도 모르네.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아닌가 생각되네. 이제는 반세기가 훨씬 지난 과거이지만
어린시절이 항상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모르네. 칠순을 넘어 팔순으로 치닫고 있지. 우리도 그리 살날이 많이 남아 있지 않네. 남은 인생동안 친구들과 어울려 자전거 타면서 삶을 즐기다가 가면 그게 행복이 아닌가
난 자치기 선수였고, 아카시아 나무와 삼나무 노끈으로 만든 활에 삼나무 속 대궁에 대나무를 살촉으로 끼운 화살을 먹여 쏘는 활쏘기의 달인이었지^^ 어린시절 만화 정글북의 소년주인공 철민?이의 흉내를 낸 대나무 오리나무 창던지기도 명중율이 참 좋았는데..만화 흑두건을 보고는 나무로 만든 칼 싸음도 잘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