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후유증인지 4시 지나 눈뜬다.
날씨앱에서는 5시경부터 1mm정도의 비가 예보되어 있다.
밖에 나가보니 땅은 젖지 않았다.
어제 우실장이 마복산에 가자기에 5시인지 5시 반인지 연락하라는 시각이 헷갈린다.
두서없이 책장을 뒤적이다 잠이 들려는데 우실장이 전화해 가자한다.
내 차를 끌고 마복사로 올라간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지난 길이라고 한다.
5시 40분이 다 되어 가로등만 켜져 있는 마복사를 보고 산을 오른다.
스마트폰 전등을 켜고 따라오던 우실장이 나의 랜턴불빛도 충분하다고 끈다.
어둠 속에 한참 오르다가 랜턴을 끈다.
그가 시야가 넓어져 좋다고 한다.
20여분 숨가뿌게 올라 앞봉에 다다른다.
작은 빗방울이 떨어지는데 풀은 젖지 않는다.
바위 사이를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오는 그가 땀이 난다고 한다.
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능선을 올라 봉수대 정상에 이르니 구름낀 하늘 아래
나로도 여수의 섬들이 또렷하다.
지리산은 흐려 거의 모습이 안 보인다.
이리저리 아는 척 설명을 해 준다.
자전거 타고 카약 타는 그는 지명은 아는데 위치를 정확하게 모른다.
익금 앞 수락도와 그 앞의 작은 섬을 보더니 카약 타야겠다고 한다.
그가 집에서 기른 노각 오이를 반으로 잘라 준다.
오이를 먹으며 앉아 있으니 쌀랑해져 옷을 꺼내 걸친다.
한참을 놀다 내려온다.
바위들은 제대로 보지 못하고 다음 여유있게 해제 바위들까지 구경하기로 한다.
여유있는 그와 일터로 돌아와 밥솥을 쾌속으로 눌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