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나저제나 날씨가 따뜻해지길 기다리지만 봄이란 녀석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기다리다 지쳐 봄이 오는 길목까지 마중을 나가기로 했다. 봄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이자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의 촬영지인 경남 통영 장사도로 봄마중을 다녀왔다.
통영유람선터미널에서 뱃길로 40여분을 달려 도착한 장사도. 폭 400m, 길이 1.9㎞의 길쭉한 모양인 이 섬은 긴 뱀처럼 생겼다 해서 장사도(長蛇島)란 이름이 붙었다.
섬을 둘러보는 데 주어진 시간은 두시간. 빠듯한 시간 탓에 선착장에서 내리자마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첫번째로 향한 곳은 장사도의 상징인 ‘동백 터널길’이다.
“여기가 어딘데?”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며.”
“여기 혹시 도민준씨 별이야?”
별그대 외계인 도민준(김수현 분)은 초능력을 발휘해 천송이(전지현 분)와 함께 이곳으로 순간이동했다. 외계 행성이냐고 몇번이나 되묻던 여주인공. 그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동백나무 터널 안으로 한발짝 내디뎠다. 동백나무 숲 그늘 사이로 봄 햇살이 수놓은 듯한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졌다. 천송이가 다른 별로 착각했던 것이 이해될 만큼 신비로운 풍경이었다. 드라마 속 장면과 다른 점은 붉은 꽃송이가 만개하지 않고 듬성듬성 피었다는 것. 장사도의 동백꽃은 보통 2월 중순 무렵 절정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겨울 유난히 추웠던 날씨 탓에 올해는 개화시기가 다소 늦어졌단다.
아쉬움을 가득 안고 터널을 빠져나와 다음 목적지인 야외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탁 트인 한려수도를 바라보며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이곳은 두 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장소다. “다른 별로 간다고 하면 따라가서 살고 싶을 정도로 사랑한다”는 천송이의 고백에 도민준이 키스로 화답한 곳. 야외 공연장 한가운데 서서 해무가 짙게 드리워진 바다를 감상하노라니 애틋한 연인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했다.
동백나무 터널길과 야외 공연장 외에도 섬 곳곳에는 두 사람의 추억이 가득했다. 둘만의 추억을 남기고자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던 장면이 촬영된 야외 갤러리와 장사도 분교 등 <별그대>의 흔적을 따라 돌아다니다보니 어느덧 섬을 떠나야 할 시간이다. 선착장으로 아쉬운 발걸음을 재촉했다.
배를 타고 다시 뭍으로 돌아왔다. 놀거리·볼거리 많은 통영에서 장사도 한곳만 둘러보고 훌쩍 떠나긴 아쉬웠다. 결국 통영의 명소인 동피랑 벽화마을로 향했다. 통영항을 바라보는 언덕배기에 자리한 이곳은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철거될 운명이었다. 그러나 한 시민단체가 달동네도 가꾸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며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벽화를 보려는 관광객이 몰리자 보존지구로 바뀌었다.
언덕에 오르자 다닥다닥 붙은 담벼락마다 그려진 형형색색의 벽화가 눈길을 끌었다. 끊어지는가 싶다가도 샛길로 이어지는 골목을 이리저리 걷다보니 이마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토록 차갑던 바람이 이제는 시원하게 느껴졌다.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온다’고 했던가. 통영의 매력에 빠져 기다림을 잊었더니 봄이 어느새 옆에 와 있었다.
통영=최문희, 사진=김덕영 기자 mooni@nongmin.com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조선시대·현대 넘나드는 외계인과 한류스타 ‘로맨스’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2013~2014년 방영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강원도에서 미확인 비행물체가 목격됐다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400년 전 조선시대에 불시착한 외계인 도민준과 한류스타 천송이의 로맨스가 이야기의 중심축이다. 단순히 사랑 이야기만 그렸다면 드라마는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을 터.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인 주변 인물을 등장시켜 극적인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여기에 사극과 현대극, 코믹과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알찬 이야기로 시청자를 매료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