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잘 아는 형님 중에 도심의 주거지역 안에서 음악이 있는 아담한 식당을 운영하는 분이 있습니다. 며칠 전, 그 형님의 생일이라 한적한 시간에 찾아가 뵌 적이 있습니다. 식당 근처에 빵집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빈손으로 식당을 찾은 나에게 그 형님은 나의 ‘빈털터리 배짱’이 좋다면서 환한 웃음으로 맞이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주방에 들어가더니 금방 요리 하나를 만들어 나왔고 나는 허기진 배를 채웠습니다. 먹는 내내 어찌 그리 맛있던지, 속으로 ‘야, 이 음식의 비법이 뭐지!’ 하였습니다.
식사 후에 형님이랑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문득,
“내가 예전에는 칵테일에 빠진 적이 있었어. 우연히 칵테일을 정말 잘 만드는 분을 알게 되었고, 그분에게 맛의 비결을 알려 달라고 졸랐지. 그러자 그분이 맨 입으로는 해 줄 수 없다기에 그날 저녁을 근사하게 내가 샀지. 그렇게 식사를 끝내려 하는데 그분이 나에게 묻더라, ‘진짜 칵테일을 잘 만들고 싶으냐고!’ 그래서 진심이라고 그랬지. 그랬더니 자신의 칵테일 맛 비법은 다른 데 없다는 거야. 누구나 아는 대로 좋은 술에 다른 첨가물을 나름 잘 배합하여 섞으면 칵테일이 된다는 거야. 그런데 자신은 칵테일을 담기 전에 마지막으로 의식처럼 하는 행동이 있대!”
“칵테일에도 맛이 차이가 있어요? 그리고 술 만드는데 마지막 행동이라! 혹시 영화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처럼 칵테일 담은 통을 흔들고, 던지고, 뭐 그런 거 아니에요?”
“에이 그런 거면, 누구나 다 알게! 그분이 그러는 거야! 오늘 근사한 저녁을 얻어먹었는데, 먹은 만큼 해 드려야 하는데 자신은 뭐 특별한 것이 없다고. 단지 손님들이 맛있게 마시는 것뿐이라고. 그래서 다시 물었지! 에이, 그러지 말고, 뭐라도 비법을 알려 달라고. 그랬더니, 그분이 내게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웃지 말라는 거야. 그래서 나는 지금 내 마음이 진지하고 심각한데, 웃을 여유가 있겠냐고 하자 그분은 너무 진지하고 심각하게 들으면 더 말을 못한다는 거야. 그래서 마음 편하게 듣겠다고 했지. 그러고 나서 그분이 이런 말을 하더라. 자신은 칵테일을 다 만들고 나서, 잔에 담을 때, 마음속으로 칵테일에게 ‘맛있어져라! 너는 오늘 제일 맛있는 칵테일이 되어라’ 그리고 칵테일을 손님에게 내어 놓는데. 그러면 손님들이 다들 뭔가 특별한 맛이 난다고 하는 거래.”
“에이, 싱거운 형! 무슨 그런 말이 있어!”
형님과 형님의 여자 친구와 함께 서로 사는 이야기를 나눈 후에야 수도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그 시시한 이야기가 내 머릿속에서 다시 살아났습니다. 자신이 만든 칵테일을 잔에 담으며 ‘맛있어져라’라고 말하는 그분의 마음이 내 마음으로 전해졌습니다. ‘아, 그럴 수도 있겠다!’ 그리고 생일을 맞은 그 형님이 만들어 준 음식이 그리도 맛이 있었던 것도 그 형님 역시 자신의 만든 음식에다 ‘맛있어져라’라고 말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마음의 힘’, 그건 정말 우리가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의 큰 힘을 실제로 발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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