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초점 없는 눈으로 먼 곳만 바라보다
창가에 입김이 서리던 날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내밀어 이름 석 자를 쓰고 지워낸다,
마음속 잠재 되어 있던 누군가 이름일 테지만
기억은 숨어 있는 지난 시간을 들추어내
아프고 신린 상처까지 다시 만지게 한다,
어차피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 동시에
기억하는 동물인지 모르겠다,
외롭고 쓸쓸함은 언제나 혼자 있을 때만
찾아와 나를 흔든다,
그럴 때마다 나는 버티기 보다 몸을 맡긴다,
그래야 순수하게 그것에 물들 것 같아서다,
어쩌면 인간은 연민의 동물인 동시에 심연의
사색을 가진 고독한 존재인지 모르겠다,
만나고 이별하고 그리워하고 때로는
외로움에 고독하고 이 모든 것이 어쩌면 인간만
가질 수 있는 것들이어서 일까,
그대가 있어 마주 불 수 있는 거울 같은 내가 있고
사랑이 있어 세상의 고난도 참아갈 수 있는
가볍지만 쉽게 흔들리지 않는 힘이 있고
언약은 쉽게 지워 낼 수 없는 화석처럼
굳건히 새기며 오늘도 바람 앞 갈대처럼
흐느적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으려
곳곳 하게 살아가는 우리는
진정 무엇을 위한 위해서 살아가는 것일까,
고치선 담벼락을 타고 기어오르는 담쟁이넝쿨
바라볼 수는 있지만 우리는 기어오르지 못한다,
마음은 기어오르고도 남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안다,
단순히 아는 것과 할 줄 아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아는 것은 많지만 하는 것에는 언제나
서툴다,
이렇듯 우리는 매사에 현실과 이상의 틈바구니에
끼어 사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