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경 KOTRA 도쿄 무역관
도쿄에 와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긴자라는 지역명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긴자는 에도 시대부터 일본의 상업을 이끌어 온 지역으로, 시대 초기에 은화 주조소가 설치된 이후 많은 포목 도매상과 장인들이 모이게 되며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후 시간의 흐름 속에서 긴자의 거리 모습은 바뀌어왔지만, 일본의 상업을 견인하는 지역으로 자리매김 했다는 것은 명실상부하다.
도쿄올림픽이 개최될 2020년 방일 외국인관광객 4000만 명, 2030년 6000만 명 시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일본,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긴자 역시 새로운 상업 중심지로서의 모습을 보이고자 움직이고 있다. 그러한 움직임 속에서 2017년 4월 말 오픈한 긴자식스의 움직임은 주목받을 만하다.
긴자 6쵸메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프로젝트기에 지역명을 그대로 명명 받은 긴자식스는 4개사의 협력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주식회사다이마루마츠자카야, 모리빌딩주식회사, LCatterton 리얼에스테이트, 스미토모상사주식회사 등 4개사는 각각 출자해 ‘GINZA SIX 리테일매니지먼트 주식회사’를 2015년 2월 설립,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4개사의 합작사 설립에는 각 기업의 강점과 노하우가 녹아 들어갔다.
J.FRONT RETAILING 그룹 주식회사다이마루마츠자카야백화점 | 모리빌딩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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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업을 중점사업으로하는 기업으로, 마케팅, 상품, 서비스 등의 노하우와 JFR그룹 내의 리소스를 활용, 플래닝부터 주체적으로 관계해왔음. | ‘도시를 창조하고, 도시를 키운다’를 모토로 가지고 있는 종합 디벨로퍼. 롯본기힐즈 등으로부터 키워온 디벨롭먼트, 타운 매니지먼트 등의 풍부한 개발, 운영경험을 활용, 시설의 매력을 발신하는데 공헌하고 있음. |
LCatterton 리얼에스테이트
| 스미토모상사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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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MH그룹을 스폰서로 하는 글로벌 부동산 투자, 개발회사의 그룹사. 럭셔리 리테일을 중심으로 복합개발 프로젝트 등에 주력, 아이코닉한 상업개발의 전문성을 가지고 본 프로젝트에 기여하고 있음. | 하루미 아일랜드 트리톤 스퀘어 등 재개발과 테라스몰 쇼난 등의 상업 시설의 개발 뿐만 아니라 건축 및 주택 사업 등 일본 국내외에서의 다양한 부동산 사업의 실적과 노하우를 활용하고 있음. |
자료원: 긴자식스 홈페이지
다양한 능력이 모여 시너지효과를 냈겠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다이마루마츠자카야는 백화점을 운영하며 쌓아온 <고객관리>, 모리는 <문화도시 구축>, LCatterton은 럭셔리 브랜드들을 관리해 온 <브랜딩>, 스미토모상사는 <네트워크> 부분에서 쌓아왔던 강점을 집중 발휘했다.
오픈 이후 1년, 긴자 지역 최대 규모 복합 상업 시설로 탄생한 긴자식스는 기대 이상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연간 방문객 수 약 2000만 명, 매출은 600억 엔. 도쿄 메트로 긴자역, 부정기적 이용 인원 하루 평균 약 7,400명 증가. 긴자 6쵸메 공시지가의 전년 대비 지가 상승률 16.9%, 2017년에 이어 도내 상업 지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2018년 3월 28일 발표) 등 수치로 그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쿠와시마 대표이사 사장은 “개업 첫해 매출도 순조로웠던 바, 매우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주력 상점의 집적에 의한 상품력과 충실한 서비스, 예술 전시, 옥상 정원과 지하 농학당에서 문화 행사 등 긴자식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체험이 고객들에게 높이 평가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면세 매출 비중이 30%일 정도로 긴자식스는 방일 관광객이 주목하는 신 유통 상업 시설이지만, 무엇보다 일본인을 긴자로 돌아오게 한데 의미가 있었다고 이와하라 프로모션 부장은 설명한다. 도쿄 도심의 다양한 상권이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20~30대는 시부야, 오모테산도 등 소위 젊은이의 거리라 칭해지는 동네로 발길을 많이 돌렸었다는 것이 일본인 다수의 체감이었다. 어느 정도 나이대가 있는 일본인들과 방일 관광객만이 긴자에 가득하다고 필자 개인적으로도 2015년경까지는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긴자식스 오픈 이후, 다시 긴자로 돌아온 20~30대 덕분에 거리 전체에 활기가 다시 돌기 시작한 것이다.
매장 운영 면에서는 출점한 241개의 브랜드 중 절반 이상인 121 점포가 플래그십 스토어로, 다른 어느 곳보다도 빨리, 풍부하게 제품을 투입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유의 정신을 긴자식스가 앞장서 선보이고 있다. 241개 점포가 자신들만의 브랜드 철학, 세계관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하면서도, 긴자식스라는 공간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트렌드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좋은 제품, 전 세계의 모노즈쿠리를 긴자에서 보여준다’는 방향성이라고 이와하라 부장은 강조한다.
지역사회를 아우르고자 했던 시작 역시 의미 있게 느껴진다.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과거 중소 소매 점포 보호 목적의 유통업 영업 규제인 ‘대규모 소매입지법’이 존재했다. 2000년대 초반 규제는 폐지된 상황이지만, 규제 여부와는 상관없이 긴자식스는 긴자의 모든 구성원이 만족하는 ‘마을 만들기’를 선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전긴자회’, ‘긴자도오리연합회’ 등 긴자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다양한 지역공동체와 긴자식스의 긴자 내에서의 방향성에 대해 끊임없는 논의를 거친 결과, 긴자식스도 긴자의 다른 구성원들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론을 찾아내 지금의 상황에 도달했다고 한다. 긴자식스 합작사 4개사 중 하나인 모리빌딩이 17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롯본기힐즈를 세우며 쌓아온, 지역 상생의 노하우가 특히 잘 활용된 것이다.
2018년 3월 말에는 넓게 보아 긴자 상권이라고도 볼 수 있는 유락쵸, 히비야 지역에 미쓰이부동산주식회사의 ‘도쿄 미드타운 히비야’가 오픈했다. 2007년에 오픈한, 한국인들에게도 인기 관광 명소 중 하나인 아카사카의 미드타운에 이은 미쓰이부동산의 두 번째 프로젝트로 ‘도쿄 미드타운'은 동사가 집중하고 있는 도심의 복합용도형 도시 만들기 브랜드이다. 지상 35층, 지하 4층, 연면적 약 189,000m2 규모의 약 60개 점포의 상업공간과 오피스 빌딩으로, 미쓰이부동산, 덴츠, EY Japan이 연계하여 스타트업 등의 신사업 창출을 지원하는 사업거점 ‘Base Q’도 들어서는 등 긴자 상권의 또 다른 랜드마크가 탄생한 분위기이다.
긴자식스는 ‘긴자를 세계의 긴자로!’라는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있다. 히비야 미드타운까지 가세한 상업 1번가 긴자가 일본 사람들은 더욱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지역이, 전 세계인들에게는 목적지가 될 수 있는 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인지 그 미래상이 기대된다.
자료원: 긴자식스 홈페이지, 관계자 직접 인터뷰 등 KOTRA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