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의 진주성모두를 위한, 모두의 무장애여행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진주성에서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진행된다. 진주의 명물이자 상징인 진주성에 밤이 찾아들면 손에 호롱불을 든 여행객들이 나타난다. 폴링 인 진주의 ‘진주성 호롱불 밤마실’에 참여한 이들이다. 달빛 가득한 옛 성의 고즈넉함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즐기는 밤마실은 사극 드라마 속 한 장면 같다.
진주의 대표 관광지 진주성 전경
폴링 인 진주는 관광두레 주민사업체인 ㈜아름다운동행의 진주여행 브랜드다. 양정숙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사 운영이 어려워지자 여러 고민과 좌절 끝에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평생을 살던 진주를 무대로 한 관광 상품을 기획하기로 한 것이다.
‘진주성 호롱불 밤마실’ 사회를 맡은 김태오 이사
진주 토박이인 양 대표는 진주 곳곳에 숨어 있는 소박한 멋을 잘 알고 있다. 그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풍경도, 외지인들에게는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다운 광경일 수 있다는 사실을 늦게 깨달았다. 진주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시작된 여행인 만큼, 폴링 인 진주는 ‘무장애여행’을 지향한다. 무장애여행은 양 대표가 여행사를 운영하며 알게 된 김태오 이사와의 인연으로 시작됐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김 이사는 상황에 개의치 않고 여행을 즐겼고,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여행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냈다. 외국과 달리 휠체어 없이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여행지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양 대표와 김 이사는 ‘누구에게나 열린’ 여행을 만들고자 의기투합했다. 김 이사의 무장애여행 철학은 장애인을 ‘위한’ 여행이 아니고, 장애인‘도’ 갈 수 있는 여행이다. 장애인을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특별한 취급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구분이 필요 없는 여행을 만든다. 김 이사는 무장애여행이야말로 진정한 사회 통합을 위한 한 걸음이라고 강조한다.
호롱불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체험자
여기 오길 잘했어, 폴링 인 진주
진주의 진가를 만날 수 있는 곳, 진주성
진주성은 진주 시내의 중심부에 위치한 고성이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외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은 물론이고, 진주 시민들에게도 다양한 문화 체험과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과거와 현재, 외지인과 현지인들이 공존하고 있는 이곳이야말로 진주의 랜드마크로 부족함이 없다. 언제나 인파로 북적이는 덕에 진주성에는 사시사철 활기가 넘친다. 진주 남강유등축제의 무대이기도 한 진주 남강과 진주성은 밤이면 진가를 발휘한다. ‘진주성 호롱불 밤마실’에서는 이 진주성의 아름다운 야경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노을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저마다 손에 호롱불을 들고 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성을 한 바퀴 돌아본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잔디밭에 앉아서 감미로운 노래와 함께 다과를 즐길 수 있다.
달모형 포토존
해설사에게 듣는 진주성 이야기
폴링 인 진주는 다른 여행코스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만인등’이라는 토크콘서트 개념의 행사를 기획했다. 일반적인 관광지 투어나 음악콘서트로 끝맺기에는 아쉬웠던 탓이다. 만인등은 만인의 삶을 담은 기록이라는 의미의 시집인 ‘만인보’에서 따온 이름이다. 진주의 상징인 유등처럼 모두가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라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다. 매회 다양한 분야의 인사를 초빙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지며, 숨 가쁜 도시 생활 속 작은 위안을 얻어 간다.
만인등 콘서트
잔디밭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만인등 콘서트와 함께 즐기는 다과상
오는 10월부터는 신규 프로그램인 ‘투어사롱’을 진행할 예정이다. 여행 칼럼이나 에세이를 쓰는 작가들을 초대해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투어사롱 역시 무장애여행으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을 제공한다. 폴링 인 진주에서 운영하는 모든 프로그램은 단체 규모의 여행객을 대상으로 기존 프로그램과 다른 여행지 투어를 포함하는 1박 2일 코스를 운영하고 있으니, 워크숍이나 수학여행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진주성에서 본 남강
진주에서 만난 아름다운 진주들
폴링 인 진주의 행사 스태프 중에는 눈에 띄는 무리가 있다. 청소년 서포터즈와 자원봉사 그룹이다. 로컬여행을 준비하면서 난항을 겪을 때 큰 도움이 되어준 이들과의 인연은 특별하다. 청소년 서포터즈는 무장애여행의 취지와 여행 내용이 좋아 보여서 참여하기 시작했고, 학교 친구들을 끌어들이며 인원이 크게 불어났다. 친구들과 함께 있으니 즐겁고 사회경험도 미리 해보는 것 같아서 유익하다고. 자원봉사 그룹과의 첫 만남 또한 특별하다. 폴링 인 진주의 체험객으로 와 행사 진행 모습을 보고 함께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에 시작하게 됐다. 장애인과 함께 여행하는 것이 막연히 큰일이고 어려운 일이라고 여겼는데, 막상 겪어보니 생각보다 수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느껴졌다고 한다.
폴링 인 진주 청소년 서포터즈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일이었기에 힘든 줄 몰랐고 큰 욕심 없이 일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폴링 인 진주를 응원하는 이들이 이만큼이나 늘어 있었다. 다름을 인정하고 모두가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꿈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아름다운 동행은 여행을 매개체로 모든 이들이 함께하는 사회를 그린다. 진주에서 보내는 값진 시간을 통해 여행객들의 마음에 보석보다 빛나는 가치가 자리 잡기를 바란다.
폴링 인 진주 구성원들
여행정보
- 장소 : 경상남도 진주시 범골로54번길 30-9 드림IT밸리 B동 606호
- 문의 : 055-920-5200, 010-3528-9449
- 이용시간 : 매일 10:00~17:00, 주말 휴무
- 이용요금 : 진주성 호롱불 밤마실 20,000원, 토크사롱 20,000원, 특별한 애인(1박2일 코스) 480,000원
숙박정보
- 골든튤립 호텔 남강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673번길 16 / 055-760-9600~2 / www.hotelnamgang.com
- 뉴라온스테이 : 경상남도 진주시 영천강로 166 / 055-751-1111 / www.raonstay2.com
- 제이스퀘어호텔 : 경상남도 진주시 솔밭로 107 / 055-749-0022 / www.jsquarehotel.com
식당정보
- 성지원식당 : 한방삼계탕 / 경상남도 진주시 내동면 칠봉산길 170 / 055-758-5539
- 천황식당 : 육회비빔밥 / 경상남도 진주시 촉석로207번길 3 / 055-741-2646
- 토종밀달인칼국수 : 우리밀칼국수 / 경상남도 진주시 금곡면 월아산로 145-21 / 055-752-1156
(글) 변정택 여행작가
(사진) 이승훈 사진작가
※위 정보는 2022년 8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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