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시민들의 관심이 정치에 쏠려있다. 정작 민생과 관련된 사안들은 뒤로 밀려난 모양새다. 지난해 이맘 때 울산 남구 한 원룸 화재로 5살 아이가 목숨을 잃었다. 그 안타까운 사연을 아직 잊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와 유사한 재난은 올해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도심에서만 화재가 발생하란 법은 없다. 산불은 이보다 훨씬 더 큰 피해와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도심 쪽 화재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면 엉뚱하게 외곽 산지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소방 당국 뒤통수를 치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
지난 2013년 3월 언양 일원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그 한 예다. 야간에 발생해 소방인력이 제대로 투입되지 못한데다 불이 강풍을 타고 경주 방향으로 번지는 바람에 울주군과 경주로 이어지는 삼림지역이 불바다가 됐다. 결국 산림 50㏊가 불탔다. 2012년 한 해 동안 울산에서 발생한 산불 22건 전체 면적이 1.92㏊인 것과 비교하면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산에 인접한 주택 23동이 불에 탔고 가축 1천350마리가 폐사했다.
하지만 이런 피해는 외면적인 것에 불과하다. 생활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실질적인 악영향은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산불로 피폐된 산림을 복원하는 데 30년이 걸린다. 생태계가 원상회복되기 위해서는 100년이 필요하다. 산이 불에 타 버리면 자연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홍수로 인한 산사태는 물론 풍해 등에 대응하지 못한다. 산과 숲이 가지고 있는 물 정화 기능이나 중화작용도 없어진다.
울산지역에 아직 눈이 내리지 않았다. 건조 주의보가 발령되지 않을 정도로 비가 내린 것도 아니다. 게다가 강추위에 이어 최근 날씨가 다소 포근해지자 산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겨울철 산불 발생 조건들을 죄다 갖춘 셈이다. 그런데 행정·소방 당국은 우선 가까이서 발생하는 화재에만 눈을 돌리고 있는 것 같다. 도심에서 발생하는 화재에만 신경을 곤두세울 일이 아니다. 소방 헬기를 비롯해 산불 대비 장비들을 거듭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돌다리도 두들기고 건너는 심정으로 봄철 산불 대책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울산시가 속절없이 당했던 산불 재난들을 돌이켜보면 설마하며 손 놓고 있을 때 터졌다. 그래서 人災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요즘처럼 시민들이 어느 한 곳에 매몰돼 있을 때 재난 가능성은 그 만큼 높아진다, 일이 터지고 난 뒤 책임소재 따지고 뒷북 대책 세워 봤자 소용없는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