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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팸, 그들을말한다
우리, 두리.
늦은 시간이였지만 번화가인 그 곳에는 오고가는 사람들로 길거리가 가득 메워져 있습니다.
물론 다닥다닥 붙어있는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여러개의 노래들이 합쳐져서 귀도 멍멍하게 만들었구요.
수능도 끝났고 날도 날이니 만큼 아직은 앳되보이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그 와중에 피부가 맞닿는 마찰음이 들렸지만 소문없이 허공으로 금방 묻히고 말죠.
"너 대체 어쩌자고 그런거야?"
그런 곳에서 남녀가 싸우는 모습은 놀랍지 않았습니다. 취객으로 가득한 이 곳에서는 옷깃만 잘못 스쳐도
금새 큰 싸움으로 번지곤 하니까요.
"제 정신이야? 하긴. 제 정신이면 그러지도 않겠지."
"미안해 누나."
"미안한 생각은 드니?"
"....."
"너한테 정말 실망이다."
결국엔 끝까지 시험장에 나타나지 않았던 우리는 시간이 흘러 알바가 끝난 란이 앞에 모습을 들어냈습니다.
수능도 안볼거였으면 교복은 뭣하러 입고 있는건지.
화가 가라앉지 않는 그녀의 숨소리는 여전히 거칠었습니다. 그의 볼을 날카롭게 스치고 지나간 손바닥도 이제서야
얼얼해지기 시작했구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행이 알바도 무사히 마치고 칼퇴근을 위해 빠르게 집에 갈 채비를 하고
가게에서 나왔는데 이렇게 우리가 가게앞에 왔있을거라곤 생각도 못했으며 그가 돌아오면 화내지 말아야지 했는데
저도 모르게 끓어오르는 화에 때리기까지 한 란이는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는가 봅니다.
속상한 그녀가 먼저 그에게서 등을 돌려 걷습니다. 따라올줄 알았던 그는 아직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실망할 것도 없는 그의 모습이 눈 앞에서 아른거리는지 걷다 말고 고개를 새차게 젓는 그녀 앞으로
그림자 하나가 덮어집니다.
"누나."
"비켜. 지금 너 꼴도 보기 싫어."
"누나."
"나 분명 비키라고 했어."
자꾸만 밀려오는 화에 란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점점 흐려지는 그의 모습에 그녀의 입술이 조금씩 떨려오네요.
"누나."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비켜서지 않는 우리는 계속해서 말을 잇습니다.
"영일이가 누나를 좋아해."
굳이 이 상황에서 할 말도, 들을 말도 아니였기에 란의 얇은 입술새로 기가 찬 웃음이 흘러나오네요.
"그건 누나도 알고 있었잖아."
똑바른 그의 눈빛은 정확히 그녀의 두 눈에 향해 있었고 그의 시선을 마주하던 그녀의 눈물은 결국엔 흥분해서 빨게진
볼을 타고 흘러 내립니다.
.
삐리-리리. 삐리리리. 삐-리리리. 아무도 없는 거실에는 쉬지 않고 울리는 현관 벨소리뿐입니다.
적당히 한두번 누르다가 반응이 없으면 그만할 법도 한데 그렇게는 못하겠는지 계속해서 울리는 벨소리예요.
"샹.."
수능도 끝났겠다, 맘도 편해지고 긴장도 확 풀린 그는 자고 있었던 모양이였는지 뒷머리가 푹 눌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달콤한 잠을 맛본것도 잠시입니다. 대체 누구길래 저렇게 방정맞게 눌러대는건지.
슬슬 짜증이 오른 영일이는 인터폰을 들어 환해진 화면으로 확인했고 잠시 그는 온 몸의 신경세포들이 경직되었는지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는 눈도 깜박이지 않았아요. 아, 숨도 잠깐 멈춰졌구요.
"..홍, 우리?"
그래요. 방정맞게 벨을 누른 누군가는 우리였습니다. 오늘 하루 행동이 묘연했던 녀석이죠.
인터폰속 우리를 보던 영일이가 시선을 돌려 시간을 확인합니다.
시계바늘은 정확히 새벽 1시를 가르키고 있네요.
-"나 언제까지 이렇게 밖에 세워둘껀데~. 하루만 재워주세용!"
"....."
-"뭐야 영일씨. 문 안열어주면 벨 계속 누를거야!"
인터폰을 내려놓고 현관으로 가는 그는 생각합니다. 개념없는 새끼. 그전에 펄럭이는 네 입을 눌러주겠다고.
열린 문새로 평소처럼 들어온 우리는 그대로 쇼파 위로 누워버립니다.
이거 어째 볼도 좀 빨간게 어디서 한 잔 하고 온 모양이네요.
"취했냐?"
"응. 한대 맞았더니 얼떨떨하네."
그러고보니 녀석은 한 쪽 볼만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습니다. 자세히보니 녀석의 말대로 맞고 온 것 같습니다.
"오늘 뭐했냐?"
하지만 빨간 그의 볼은 금새 찬밥 신세가 되었고 영일이는 본론부터 물었습니다.
오늘이 무슨 날인줄아냐, 혹은 오늘 어디갔었냐. 보다 더 예리하게 파고 드는 영일이의 질문에 그의 입술이 닫혔습니다.
두가지의 질문을 한번에 묻는 영일이가 벅찼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의 입술은 곧 살짝 미소를 띄우네요.
"그냥 뭐. 뜻깊은 하루였어."
"죽고싶지."
"진심이야."
그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은 영일이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습니다.
난데없이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그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얘기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진 영일이는
몸을 틀어버립니다.
"란 누나랑 헤어졌어."
하지만 이내 영일이는 다시 그와 마주하게 되네요.
"지금 헤어지고 오는 길이야."
오늘 하루 그의 모습과 지금 그의 말에 어이가 없었는지 영일이가 작게 소리내어 웃습니다.
이거 뭐라고 할 말도 없네요. 딱히 떠오르지도 않구요.
다만 저도 모르게 움찔한 주먹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힘을 꽉 쥐고 있다는 것 외엔 말입니다.
"맥주, 소주."
"간단하게 맥주 콜."
"....."
"쓴 소주먹으면 울 것 같거든."
제발 거울이나 보고 말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입에 침이라도 바르구요.
지금 본인의 표정이 어떤지 좀 봐가면서 말했으면 하네요. 오히려 듣는 사람이 그의 모습에 낯뜨거우니 이거 원.
숨기고 싶은 마음은 알겠다만 뭐 앞뒤가 맞아야죠.
팔로 눈을 가리는 우리를 보던 영일이는 복도를 지나 부엌으로 갑니다.
그리고는 큰 유리컵의 3분의 1을 소주로 채우고 나머지를 맥주로 가득 메우기 시작합니다.
오늘 영일이는 그가 우는 모습을 봐야겠는지, 그에 대한 정이 깊어 그만 컵밖으로 흘러버리네요.
.
때아닌 폭우에 질퍽이는 운동장을 지나 교문을 나서는 두리의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결국 어제 집에 들어오지 않은 우리가 다음날인 오늘 조금 전에 왔다는 엄마의 연락에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가던
그녀의 발걸음이 길 한가운데서 우뚝 멈춰섰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앞을 막아버린 그림자에 멈춘거지만요.
"뭐야."
우리 일로 신경이 예민해진 그녀는 자신의 앞을 막아버린 그가 옳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금 당장 비켜서지 않으면 거칠게 밀어 넘어뜨려서라도 지나갈 기세예요.
"바쁘냐?"
"보면 몰라?"
"아는데, 나랑 좀 가줘야겠다."
"..뭐, 야. 놔라. 놓으라고. 안놔?!"
결국에 그 그림자는 그녀와 엉켜버립니다. 자신의 팔목을 잡은 그에게 두리는 놓으라고 소리치지만 작정을 하고 온 녀석은
전혀 놓을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되려 조용히하라며 화를 내내요. 참나. 그런 녀석의 모습에 황당해진 두리가 잠시 방심한 사이, 그는 도로가로 내려가
이쪽으로 달려오는 빈차인 택시를 향해 팔을 내밀어 세웁니다.
"장여원! 너 미쳤어? 지금 뭐하.."
"아저씨 한마음병원이요."
어거지로 오른 택시 안에서도 놓으라며 차를 세우라는 그녀의 목소리는 커져만 갔고 그런 그녀를 무시하는건
여원이나 택시아저씨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여원이가 무시한다는 건 이해하겠지만 택시 아저씨는 왜?
사실 아저씨가 봤을때는 그저 단순한 사랑싸움이겠거니하고 제 3자인만큼 끼여들지 않은겁니다.
솔직히 그녀의 말을 따라 차를 세워도 되지만 그렇게 되면 본이아니게 이 싸움에 휘말릴 것만 같아 아저씨는 그저
의무적으로 녀석이 말한 도착지로 달릴뿐입니다.
"너 진짜 미쳤.."
"임이랑 입원했다."
순간 그를 향해 따지던 두리의 말문이 닫혔습니다. 그 녀석이 입원했다는 말에 적잖게 놀라기는 했으나
본인과는 상관없는 일이기에 그녀는 그래서라며 물었고 그런 그녀를 그는 빤히 쳐다봅니다. 참 민망하게도요.
하지만 그런 그에게 지기 싫은 모양인지 그녀 또한 그를 마주하기 시작합니다.
"걱정안되냐? 그 녀석, 입원했다는데."
"그래서라고 했어. 걔가 입원을 하든 퇴원을 하든 나랑은 상관없어."
"퍽이나."
역시나 녀석은 잠시 동요한 그녀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보세요. 정이 뚝뚝 떨어지는 말과 달리 자리를 못잡는 그녀의 눈빛을요.
"니들 친구라며."
"...."
"친구가 다쳐서 입원했다는데 병문안 정도는 기본 아닌가?"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알고 지냈던 장여원은 이렇게 사람을 꿰뚫어보지 않았습니다.
꿰뚫어 보았다 한들, 그는 그것들을 일일이 말하지 않았구요.
하지만 그때와 달리 변한 녀석은 가시가 될만한 말만 골라서 찝어내기 시작하는데 여간 참기가 힘든 모양이였는지
그녀가 다시 차를 세워달라는 말만 반복합니다.
"가서 확인해."
"확인? 뭐를?"
웃긴다는 듯 되묻는 그녀의 질문에 그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습니다.
예상컨데 나눠지는 답은 딱 두가지예요.
하나는 병원에 입원하게된 그 녀석의 상태. 그리고 두번째는, 아마도 그것일 거예요.
예전부터 거론되어온 말이죠.
진실.
끝을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말예요.
.
회식하고 좀전에 와서 후다닥 수정하고 올려요!
예뿌져^_^
아 그리구요 첨뵈는 분들이 댓글달아주셔서 신기했습니당..ㅇ.ㅇ
물론 매번 달아주시는 분들께도 감사해하고 있어요!♡
첫댓글 여원이가 이쁜짓을!1ㅎㅎㅎ 란이랑 우리랑 헤어진건 충격이에요ㅠㅠ....흙그그...우리야 어쩔려고!!!111
허. 우리는 왜 수능을 안본거죠. 왜 우리랑 란이가 헤어진거죠. 이랑이는 또 왜 입원을 한거죠. 우오오. 다음편 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