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살 네팔 소년 니마 린지 셰르파가 8000m 이상 14좌를 모두 올라 세계 최연소 완등 기록을 경신했다고 영국 BBC가 9일(현지시간) 전했다.
니마 린지는 이날 오전 6시 5분 중국 티베트 쪽 시샤팡마 정상에 우뚝 섰다. 열여섯 살 때부터 고산 등반에 나선 그는 14좌 완등 기록을 740일 만에 작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전 기록 보유자는 역시 네팔의 밍마 갸부 다비드 셰르파로 2019년 작성했을 때 서른 살이었다. 니마 린지는 12년이나 기록을 당긴 셈이다.
14좌 완등 기록을 갖고 있는 이는 엄홍길, 고 박영석, 한왕용, 김재수, 김창호, 김미곤, 김홍빈, 논란의 오은선 등 한국인 8명을 비롯해 전 세계 20명을 겨우 넘긴다. 국제산악연맹(UIAA)은 해발 고도 8000m 이상 14좌를 모두 등정한 이를 '에이트 사우전더스'(eight-thousanders)라고 부르며 특별하게 예우한다. 얼마 전에 이들이 진정한 14좌들의 정상을 밟지 않고 전위봉을 밟았다며 진정한 14좌 완등 기록을 작성한 이는 4명 밖에 안 되며 한국인은 한 명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었다. 또 기록을 중시하는 것보다 발길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니마 린지는 10학년 고교 시험을 치른 직후인 2022년 9월 30일 네팔에 있는 세계 여덟 번째 봉우리 마나슬루를 발아래 둬 14좌 가운데 첫 등정을 신고했다. 그는 등반할 때마다 파트너 파상 누르부 셰르파와 동행하곤 한다.
이날 기록을 뒤흔든 등정은 그가 이룬 엄청난 성과 가운데 맨마지막을 장식한 것이었는데 그는 히말라야 산 가셔브롬 1봉과 가셔브롬 2봉을 모두 정복한 최연소 산악인, 카슈미르의 낭가 파르밧을 가장 적은 나이에 올랐고,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와 근처 로체를 10시간 안에 한꺼번에 등정한 최연소 등반 타이틀도 갖고 있다.
이날 시샤팡마 등정에 성공한 뒤 그의 마음 속에는 다른 야먕이 싹텄는데 셰르파들의 고정관념을 파괴해 외국인 등반을 돕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경계를 뛰어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그는 나아가 "등반은 노동 이상의 것이며 우리 강인함과 복원력, 열정을 시험대에 들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보통 '셰르파'란 단어는 에베레스트 지역에서 일하는 산악가이드나 짐꾼(포터)들을 가리킬 때 쓰인다. 사실 네팔 산악지대에 흩어져 사는 한 부족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니마 린지는 세르파 부족의 젊은 세대에게 "산악인들을 뒷받침하는 이들이란 인식을 넘어서 성장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일급 선수들, 모험가들, 크리에이터들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냥 가이드가 아니라 첨단을 달리는 이"라며 "모든 셰르파가 우리 일의 존엄성을 깨닫고 우리 유산의 권능, 우리 미래의 한계를 모르는 가능성을 봐달라고 주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니마 린지는 각종 기록을 양산한 등반가 집안이며 지금은 네팔에서 가장 커다란 산악 탐험 회사인 세븐 서밋츠 트렉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 타시 셰르파는 위성전화를 통해 완등 소식을 들은 감격을 들려줬다. "그는 내게 '아빠, 난 중국 시간으로 6시 5분에 정상에 이르렀다. 내 동료 파상 노르부와 난 도착했다'라고 말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