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진심(眞心)은 통한다
유혹을 뿌리친 여인
솔로몬 왕이 성전 건축 계획을 세우고 여러 나라 왕과 제후들에게 사신을 보내 건축술이 뛰어난 인재들을 파견해달라고 요구했다.
어느 지방에 뻬어난 건축술을 지닌 장인이 있었는데, 그 지방 영주가 추천했지만 그는 아무리 좋은 대우를 해준다 해도, 고향을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 영주가 직접 그를 찾아가 그 이유를 물으니, 그는 아름다운 아내를 혼자 남겨주고 갈 수없다는 것이었다.
영주가 거듭 부탁했다
"작은 지방 영주로서 솔로몬 왕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는 내 처지를 좀 이해해주게나."
장인은 결국 영주의 간곡한 청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그날 저녁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난 부인이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
"저 때문이라면 아무 염려 마세요. 전 당신의 아내로서 변함없이 정조를지키고 있겠어요."
사랑하는 아내의 말에 한결 마음이 놓인 장인은 이튿날 아침 일찍 떠 날 준비를 했다.
그가 막 집을 떠나려 할 때였다. 그의 부인이 작은 유리상자 하나를 남편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 상자를 늘 당신 곁ㅇ[ 두세요."
"이게 뭐요?"
"삼가루 사이에 불씨가 있는 석탄덩어리를 넣어두었어요
삼가루에 불이 붙지 않는 동안에는 제몸이 정결할 것이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장인은 그 유리상자에 끈을 매달아 목에 걸고 곧장 길을 떠났다. 그리고 얼마 후 예루살렘에 도착해 성전 건축에 참여했다.
하루는 솔로몬 왕이 공사현장을 돌아보다가 그 장인의 목에 걸린 유리상자를 보게 되었다. 호기심에 대왕이 가까이 다가가 물어보자 장인은 사실대로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듣고 난 솔로몬 왕은 은근히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래서 은밀히 미모의 청년을 둘을 불러, 장인의 고향에 가서 그의 부인을 유혹해보라고 시켰다.
왕의 명령을 받은 두 청년은 즉시 길을 떠나 장인의 고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의 집을 찾아가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했다. 그러자 장인의 아름다운 부인은 두 청년을 다뜻하게 맞아주는 것은 물론 맛있는 차와 식사를 대접했다. 그리고 밤이 되자 그 둘을 침실로 안내해 편히 쉴 수 있게 배려해주었다.
두 청년은 한동안 누워 자는 척하다가, 부인을 유혹하기 위해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문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
청년들이 다른 마음을 먹지 못하게 부인이 바깥에서 침실 문을 잠가버린 것이었다.
한편, 청년들을 떠나보낸 솔로몬 왕은 날마다 장인의 주변을 맴돌며 그의 목에 매달린 상자를 관찰했다. 둘을 보낸 지 꽤 되었지만 상자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조바심을 견디다 못한 솔로몬 왕은 자기가 직접 부인을 유혹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둘러 평민 복장을 하고 신하 둘만 거느린 채 말을 몰아 그 집을 찾아갔다.
듣던 대로 장인의 아내는 아름답고 정숙해 보였다. 일행을 반갑게 맞은 그녀가 저녁식사를 마련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성찬이었다. 그녀는 자기를 찾아온 손님이 솔로몬 왕이라는 사실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그녀가 각기 다른 색갈로 칠해진 계란들을 식탁 위에 올려 놓으며 말했다. 말했다.
"대왕이시여, 드시옵소서."
솔로몬 왕은 감짝 놀랐다.
"뭐라고요! 부인이 지금 날더러 대왕이라 부르셨소?"
"그렇습니다. 손님의 눈빛은 제왕의 위엄으로 번들이고 있습니다. 감히 눈빛은 제옹의 위엄으로 번득이고 있습니다. 감히 몰라볼 아둔한 백성이 어디 있겠습니까?"
솔로몬 왕은 부인의 영특함에 놀라 한동안 말을 잊고 있었다.
부인이 계란을 건네면서 말했다.
"대왕님, 이 계란을 하나씩 드시면서 그 맛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솔로몬 왕이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색갈대로 하나씩 껍질을 깨어 맛을 보았다.
"껍질 색깔은 달라도 맛은 매한가지구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부인이 대구했다.
"여자도 이 계란과 마찬가지입니다. 얼굴이 밉고 고운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그 속은 다 똑같습니다. 대왕께서 저같이 천한 것 때문에 친히 먼길을 오셨는데, 아무래도 헛걸음을 하신 듯 합니다."
"..........!"
현자로 명성이 드높으신 왕이시니 이 세상의 온갖 욕망이 덧없고 욕됨을 잘 아실 테지요?"
조리 있고 사리에 맞는 부인의 말에 솔로몬 왕은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장난이 너무 심했오. 사려 깊지 못한 내 행동이 부인의 마음을 어지렵혔다면 부디 용서하시오."
솔로몬 왕은 그녀에게 자신의 누이가 되어달라고 부탁하고나서 값진 선물을 주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이윽고 솔로몬 왕은 그 자랑스런 여인의 남편을 불러 이런 저런 이야기를 전하고 나서 말했다.
"그대는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 그토록 훌륭한 여인을 아내로 맞은 그대에게 신의 가호가 깃들기를.....,"
솔로몬 왕은 그 장인에게 다른 기술자보다 수십배는 더 많은 보수와 상금을 안겨 고향으로 돌려보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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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자는 자신의 욕망을 조종하지만, 올바르지 않은 자는 욕망에 조종당한다.
-탈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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