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커피 이야기 / 홍속렬
월남에서 전투할 때
온종일 정글을 누비며 전투를 하고
다 저녁때가 되면
군복에 땀이 배어 햐얗게 소금이 맺혔고
이제 저녁 식사
씨레션으로 식사를 하며
양이 적으니 언제나
뱃살이 등에 붙은 느낌
포만감이 없어서
늘 부족함 때문에 배가 고프다
매복지점 사 킬로 밖에서 식사
음식 냄새가 적에게 노출되면
작전에 실패하기 때문에
떨어진 먼 지점에서 식사를한다.
씨레션으로 부족한 저녁 시가 마치고
과자 깡통에 수통 물을 부어
몸에 바르는 모기약에
불을 붙여 물을 끓인다
그리고
씨레션에 들어 있는 봉지 커피와
설탕 우유를 넣으면
그 향기만으로도
하루 피곤이 풀린다
위장을 타고 내려가는 커피 향이
그렇게 위로와 큰 힘이 돼준다
커피를 마실 때
피곤과 땀으로 범벅된
온몸에 원기가 돌고
새 힘이 솟구친다.
커피의 고장 중미에서 선교하며
그 좋은 커피를 마다하고
난 한국 제품 믹스 커피만을 고집
이제 귀국하여
고국에서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오직 믹스커피만 마시는 나의 고집
커피잔을 입에 댈 때마다
월남전투 그 치열했던 그 시절
반면교사로 삼아 치열한 한국사회
눈물도 피도 없는 각박한 현실
그 일상을 살아가는 힘의 근원이 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