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택균 브이아이피(VIP) 부동산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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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을 구입할 때 법인 명의로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요즘 법인 설립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법인이 개인에게 매수한 주택은 3만8,959호였다. 반면 개인이 법인에게 매수한 주택은 이보다 7,432호보다 적은 3만1,527호에 그쳤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법인 수도 급증세다. 지난해 신규로 설립된 부동산 기업은 1만4,754개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이는 정부 규제의 초점이 다주택자에 대한 세율 강화에 맞춰지자 상대적으로 절세 효과가 큰 법인을 통한 거래 방식이 관심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법인의 부동산 투자가 집값 상승의 배경이라 보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기 때문에 법인 설립을 통해 부동산에 투자함에 있어 유ㆍ불리를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법인 명의의 부동산은 집을 2채 이상 소유할 경우 세금 측면에서 개인보다 유리하다.
이는 부동산을 사고 팔 때 적용되는 세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매매할 때는 취ㆍ등록세, 보유할 때는 재산세 등 보유세, 아파트를 처분할 때는 양도소득세를 내게 되는데, 법인은 취ㆍ등록세를 제외하면 나머지 세금의 영역이 개인과 다르게 적용된다.
이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세금 체계가 주택을 몇 채 소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1가구 1주택의 경우는 고가 주택이 아니라면 집을 사고 팔아서 번 차익(양도소득)에 대해 세금을 전혀 부과하지 않지만, 3주택 이상인 경우는 양도소득에 대한 세율이 최대 68.2%까지 높아진다.
그런데 법인이 주택을 매도하면, 차익에 대해 주택의 수와 관계 없이 `법인세율+추가 법인세 10%포인트`의 동일한 세율이 적용된다. 차익이 2억원 이하일 때는 11%, 그 이상이면 22%를 내므로 법인이 주택 매수 후 생긴 차익에 대해서는 21~32%의 세금을 내게 되므로 상당한 절세의 효과가 있다. 다음으로 법인은 개인보다 필요경비를 폭넓게 인정받아 비용처리가 가능하다.
개인이 주택을 양도 할 때 지출한 필요경비를 차감해서 세금을 줄일 수 있는데, 베란다 샷시, 거실 확장비, 보일러 교체, 시스템에어컨 설치비 등은 자본적 지출이라고 해서 필요경비로 인정받는 반면 벽지와 장판 교체, 보일러 수리, 싱크대 교체 등의 비용은 수익적 지출이라고 해서 필요경비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법인은 사업과 관련 있는 모든 항목에 대해 폭넓게 비용처리가 가능하다. 법인은 자본적 지출은 물론 수익적 지출을 포함한 다양한 항목에서 필요경비에 포함이 가능하며, 세액 공제를 통해 기본 법인세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법인을 설립해서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불리한 점도 있기에 잘 따져봐야 한다.
첫 번 째, 정부가 언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해서 법인의 부동산 양도세를 더 무겁게 과세할 지 모른다. 예를 들어 현재 법인은 양도소득세 대신에 매년 법인세를 납부하며, 주택을 거래할 경우 `법인세율+추가 법인세10%`의 세율로 세금을 납부한다. 그런데 예전 정부가 적용했던 것처럼 추가 법인세를 10%에서 30%의 세율로 높이게 되면 개인이 양도할 때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두 번 째 법인을 설립해 유지하는 비용이 연간 100만원 이상 든다. 법인은 회계 원칙에 맞추어서 사업상 거래기록을 장부에 기록하는 세무 기장(記帳)이나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및 법인세 신고 등의 번거로움이 있어 개인이 혼자 운영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세무회계사무소나 회계법인사무실에 일을 맡겨야 하기에 고정 비용이 발생한다.
세 번 째, 부동산 매매나 매출 사업을 통해 남은 차익이 법인 계좌에 들어 있는데 이 돈을 개인의 소득으로 전환할 경우 배당소득세(15.4%)를 내야 한다. 배당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상일 경우에는 종합소득세율을 적용 받기에 세율이 더 높아진다(8,800만원 이상이면 35%).
네 번 째, 법인이 소유한 아파트를 임차할 경우 임차인은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 어려우며, 이는 임차인으로 하여금 자금의 융통성을 어렵게 하여 물건에 대한 수요를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은행이 법인 소유의 물건에 대출을 꺼려하는 이유는 만약 법인 소유의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배당 순위에 있어 법인 직원의 급여와 퇴직금이 선 순위이므로 은행이 전세자금 대출을 전액 회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요즘 법인 설립에 관한 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법인 설립과 관련한 인기강좌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정도로 법인설립 열풍이 대단하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에서 법인의 형태를 빌려 `절세`한다는 사실을 정부가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어떤 규제가 새롭게 나올지 알 수 없다.
따라서 부동산 투자를 위해 법인 설립을 하고자 할 때는 부동산 투자 방향과 명확한 목적을 설정하고, 법인의 장단점을 잘 따져본 다음 신중하게 설립, 운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