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권 침해’ 여부 놓고 헌재서 격돌한 서울시·성남시 vs 정부
사회보장기본법상 ‘협의’ 에 해석 엇갈려
박소영 기자 psy0711@vop.co.kr
발행 2016-09-08 20:17:15
수정 2016-09-08 22:10:40
‘청년배당’, ‘청년수당’ 등 복지사업 시행과 관련해 중앙 정부와 갈등을 겪고 있는 서울시와 성남시가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에서 대통령측 법률대리인과 팽팽하게 맞섰다.
헌법재판소는 8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서울시와 성남시가 대통령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공개변론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직접 참석했다.
이날 주요 쟁점은 정부가 지난 1월에 개정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제12조 ‘지자체가 정부와의 협의·조정 결과를 따르지 않고 사회보장제도를 신설·변경할 경우 지자체가 집행한 예산액만큼 지방교부세를 삭감할 수 있다’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한을 침해하는지 여부다.
서울시는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관련해, 성남시는 3대 복지정책 (공공산후조리원제도·무상교복지원·청년배당제도)과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협의를 수용하지 않자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변경하는 경우 사회보장기본법상 협의·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그 결과에 따르지 않으면 교부세를 감액·반환받을 수 있으므로 자치사무인 주민복지사무 처리에 관한 자치재정권, 자치권한 침해의 현저한 위험이 있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날 공개변론에 나선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자체는 정부에서 독립해 고유의 자치권과 자체재원으로 주민복지정책을 할 권한이 있다”면서 “정부의 조정개입이 없을 순 없지만 자치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성남시 vs 정부,
사회보장기본법상 ‘협의’ 두고 엇갈린 해석
이날 서울시와 성남시는 정부가 사회보장기본법에 명시된 ‘협의’를 ‘동의’로 확대해석해 지자체의 자치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보장기본법 26조 2항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신설 또는 변경의 타당성, 기존 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 전달체계에 미치는 영향 및 운영방안 등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시장은 “사회보장기본법은 복지정책의 중복이나 누락을 막기 위해 지자체와 정부가 동의가 아닌 협의를 하도록 되어있다”면서 “협의가 안 될 경우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조정하도록 하는데 조정도 의무적으로 따르라는 게 아니라 반영하라고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가 자체 재원으로 하는 고유사무라도 정부가 승인하지 않으면 불법으로 판단하고, 정부가 지급할 교부세액 만큼 감액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동의해야만 지방정부는 복지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측 법률대리인도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의견이 다를 때 ‘그대로 따라야한다’고 하지 않은 것은 중앙정부가 최종적 결정권을 갖게 되고 자치단체의 자치권이 박탈되어 결국 중앙정부가 결정한 사항을 집행하는 하급기관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치단체의 사회보장제도 운영이 자기 의견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중앙정부가 엉뚱하게도 지방교부세법을 이용해 교부세 감액이라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은 사회보장기본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대통령측 법률대리인은 “‘협의’는 성립과 불성립으로 나뉘고, 협의가 성립하면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라며 “협의가 성립된 것만 의미가 있지 불성립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가 된 서울시와 성남시의 복지사업은 모두 협의는 불성립했고, 이에 따라 협의조정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사회복지제도를 운영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시장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정부에서 협의조정제도를 시간을 끌고 있기 때문에 (절차를 거치게 되면)실제로 제도를 시행을 할 수가 없게 된다”며 “작년 3월에 조정절차를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단 한차례도 사회보장위원회가 열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대통령측 법률대리인은 협의절차가 지연된 이유에 대해 “거기까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저도 이 사건을 담당하면서 봤을 때 빨리 진행되어야하지 않나 생각하는데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며 얼버무렸다.
또, 사회보장기본법상 복지제도 시행과 관련해 ‘포퓰리즘’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가 제동을 걸 수도 있지 않느냐는 재판관의 질문에 이 시장은 “제동을 거는 것도 가능하고 통제권한을 행사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통제장치가 없는 게 아니다. 의회가 있고, 위법의 경우 상급단체의 시정지시, 재정의 한계 때문에 무한정 복지정책을 할 수 없다”면서 “지자체의 자율권을 보장하면서 재정을 아껴서 독자적인 사업을 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본질적 이유인데 이 부분에 계속 제한을 확대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권한쟁의심판은 2시간가량 이어진 뒤 재판부는 추후 기간을 잡아 결정선고를 내리기로 하고 종료했다.